tvN 토일극 '아스달 연대기' 연출을 맡은 김원석 PD가 방송 이후 쏟아진 다양한 반응과 비판에 대해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첫 방송 전 열린 제작발표회에 참석하지 않았던 김원석 PD는 방송 이후 홍보팀을 통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았고 약 한 달 만에 답변을 회신했다. 첫 방송 이후 평가에 대한 생각과 고증에 대한 비판, CG·소품 완성도에 대한 아쉬움, 다른 작품과 유사성 의혹, 촬영 중 발생한 스태프 장시간 근로 논란에 대한 질문에 답변했다. 김원석 PD는 따끔한 비판도 겸허히 수용하며 "내 탓이다"고 말했다.
현재 '아스달 연대기'는 파트1·2를 마쳤다. 남은 파트3은 '호텔 델루나' 종영 이후 9월 7일 방송된다.
다음은 김원석 PD의 일문일답.
-큰 액수의 제작비가 계속 회자되었는데 부담스럽진 않았는지. "당연히 부담스럽다. 일단 회자되고 있는 제작비는 맞지 않은 액수라고 알고 있지만, 역대 한국 드라마 최고 수준의 제작비가 들어간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알려진 제작비가 높으면 '들인 돈에 비해 어떻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므로 홍보를 위해 제작비 규모를 알리는 제작사는 없다다. 스튜디오 드래곤이 상장기업이다 보니 회사의 큰 돈이 움직이는 부분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공개를 해야 하는 과정에서 400억 남짓한 정도의 규모가 알려졌고, 예정된 것보다 촬영 일수가 늘어나게 되면서 여러 사람의 추측을 거쳐 지금의 액수까지 커진 것으로 알고 있다. 큰 돈을 들여서 드라마를 찍는 것은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아스달 연대기'는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장르의 드라마가 아니라 더더욱 위험이 큰 프로젝트다. 이 때문에 프로듀싱의 영역이 중요했다. 드라마를 만들기 위한 재원을 조달하고, 이를 다시 회수할 방법을 미리 마련해 두어 위험을 최소화 하는 것이 프로듀싱의 기본이고 스튜디오 드래곤의 프로듀서팀들은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드라마의 제작비는 18부 전체에 걸쳐 고루 쓰였다. 종종 드라마 초반에 많은 물량을 투입하고 이후 용두사미가 되는 케이스도 있는데, '아스달 연대기'는 그렇지 않다. 끝까지 보시고 판단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제작비에 비해 소품과 CG가 아쉽다는 평에 대한 입장은. "알려진 제작비는 업계의 추정치이므로 맞지 않는 액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드라마 최고 수준의 제작비가 들어간 것에 비해 소품과 CG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아스달 연대기'에 참여한 모든 스태프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다. 최고여서 같이 할 것을 부탁드렸고, 촬영을 하면서 최고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만약 조금이라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을 준비한 미술팀과 VFX팀의 문제라기 보다는 그렇게 준비하도록 한 연출의 문제다. 물론 전문 스태프들은 자신의 의견을 가지고 연출자와 이야기해왔고, 저 역시 그분들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많은 것을 믿고 맡겨 왔지만, 기본적으로 큰 틀의 컨셉을 잡은 것은 연출이기 때문이다. '아스달'에 등장하는 소품은 위에서 말씀드린 회의를 거쳐 소품 스태프들이 일일이 만들어 내거나, 어렵게 구한 것들이다. 청동기 시대이므로 청동 무기나 제례의식에 사용되는 도구들 모두 사전 자료조사를 거쳐 디자인 된 것들이다. 한 세계의 소품을 모두 마련해야 하는 만큼 그 양과 질을 맞춰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정도의 난이도가 높은 작업이었다. 소품에 대해 까다로운 내가 보기에도 완성도가 높은 소품을 준비해준 소품팀에게 경의를 표한다. 그럼에도 시청자 분들이 아쉬움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내가 컨셉을 잘못 잡은 탓이다. 죄송하다. 대흑벽을 오르내리는 데 사용한 '도르래' 기술은 지레, 쐐기, 바퀴 등과 함께 단순기계(simple machine)에 속한다. 단순 기계란 선사시대부터 인류가 이용해온 도구를 말한다. 동네마다 있던 우물의 두레박의 원리가 도르래라는 점에서 도르래의 원형이 되는 물건은 청동기 시대에 있었을 것으로 상상했다. 물론 이러한 도르래 기술을 이용해 승강기를 만든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고, 엄밀히 말해 우리나라에서 도르래를 사용한 거중기가 만들어진 것은 조선 후기에 정약용에 의해서라는 것도 인지하고 있다. 당시에 드라마 안에서 보여진 것 같은 승강기가 존재했을 가능성은 당연히 거의 없다고 생각되지만, 가상의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고, 해족이 극 중 발달된 문명세계에서 넘어온 첨단 과학기술을 가지고 있는 씨족으로 설정된 만큼 드라마적인 상상력을 발휘하면 드라마 속에서는 가능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CG의 경우 '아스달'의 CG는 아스대륙과 아스달성·연맹궁·거치즈멍 그리고 대흑벽·소금사막·신성한 나무·예쁜 물가·폭포 등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공간을 표현하는 데 쓰였을 뿐 아니라 늑대·곰·뱀·황소·말 등 동물들의 연기를 표현하기 위해서도 쓰였다. 이 중에는 비교적 아쉬운 상태로 방송이 된 부분도 물론 있지만 시청자들께서 CG인 것을 눈치 못 챌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CG들도 많다. CG는 단순히 기술이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기획 단계·촬영 단계·후반작업 단계에서 연출·촬영·VFX부서의 스태프들 간에 긴밀한 협의와 부단한 노력 그리고 충분한 작업 시간을 거쳐야 완성된다. '아스달 연대기'는 처음 기획단계부터 두 분의 VFX 슈퍼바이저가 헌신적으로 CG업무를 진두 지휘하고 있다. 그 결과물에 대해 상당히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왔지만, 그 중 일부라도 시청자 여러분께서 만족하시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면 모두 연출의 탓이다."
-파트별 6회씩, 총 3파트로 나뉘어 있다. 파트3 작업은 얼마나 진행됐는지, 이같이 분리편성을 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모든 촬영은 첫방송 시작 전에 종료되었으며, 현재는 파트3의 후반작업이 진행 중이다. 파트1·2가 아스달 중심의 이야기라면 파트3는 아스 대륙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미드로 본다면 시즌 2의 시작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분리 편성을 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김영현 작가님께서 말씀하셨듯, 아스달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대해 시청자 여러분이 좀 더 친숙해진 이후에 더 확장된 공간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더욱 박진감 있는 이야기를 잘 표현하기 위한 후반작업 시간이 더 생긴다는 또 다른 장점도 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시즌2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다룰 예정인가. "나 역시 궁금하다."
-SNS에 남긴 '나는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이어야 한다'라는 심경글의 의미는 무엇인가. 실제 '아스달연대기' 반응에 대한 심경이었나. "'아스달 연대기' 촬영 감독님이 '이 드라마는 매 신, 매 컷 쉬운 것이 없네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동안 스태프, 연기자 모두 힘을 합해 최선을 다해 열심히 찍었고, 이미 촬영은 모두 끝났다. 그렇지만, 다른 드라마 보다 훨신 더 중요하고, 양도 많은 후반 작업이 남아 있다. 이를 더 열심히 잘 해서, 어렵게 찍은 신들 고생한 보람이 있도록 해야겠다는 결심에서 쓴 글이다. 드라마의 모든 회차가 끝나고 나서 후회 없도록 하자는 의미였다."
-'아스달 연대기'는 김원석 감독에게 어떤 의미인가. "'한계에 대한 도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전에 없었던 새로운 작품을 하는 소감과 목표가 있다면. "이러한 시도가 앞으로 더 나올 수 있을 정도의 성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송중기의 1인 2역(은섬/사야)이 호평을 받고 있다. 전혀 다른 캐릭터인 은섬과 사야를 연출하는데 있어서 어떤 점에 중점을 뒀는지. "은섬은 이아르크에서 자연을 맘껏 뛰놀며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랐고, 사야는 필경관의 탑에 갇혀 햇빛도 제대로 못보고 외롭게 자란 인물이다. 일란성 쌍둥이지만 두 극단의 환경에서 자란, 그래서 너무 다른 인물이 잘 표현 되었다면, 이는 전적으로 송중기의 노력 덕분이다. 우선 은섬 신을 찍기 위해 송중기는 몸의 부피를 키워 근육질로 만들었고, 이를 단기간에 근육을 빼고 사야의 몸으로 만드는 열정을 보였다. 처음에는 근육질의 은섬보다 훨신 말랐을 것이 분명한 사야를 표현하기 위해 몸 대역을 쓸까 고민도 했었지만, 연기자가 깜짝 놀랄 정도로 몸을 다르게 만들어 와서 직접 찍을 수 있었다. 몸뿐 아니라 목소리와 말투, 눈빛에 이르기까지 연기자가 너무 디테일하게 다르게 준비해와서 연출자 입장에서는 그저 흐뭇하고 감사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
-파트2에서도 다양한 CG와 시각 효과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또 강렬한 엔딩 또한 많이 회자됐다. 감독으로서 파트2 촬영당시 가장 공들였던 신이나 인상 깊었던 신이 있다면. "가장 인상깊은 신은 언제나 가장 힘들게 찍었던 신인 것 같다. 거의 모든 장면이 다 힘들었기 때문에 어느 하나를 꼽기 어렵지만 파트2에서는 12회 엔딩인 신성재판 장면과, 돌담불 촬영이 가장 생각난다. 특히 돌담불 깃바닥신을 찍을 때는 진흙을 퍼올리는 설정상 세트 내부에 물이 고일 정도의 진흙을 깔아 놓고 찍었는데 물이 고여있다보니 하루만 물을 갈지 않아도 좋지 않은 냄새가 나고, 연기자들 피부에 발진도 나고 해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을 사리지 않고 진흙바닥에 뒹굴어가며 열연을 보여주신 배우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파트2에서 은섬·사야를 비롯해 타곤·탄야·태알하 등 각 주인공이 운명적인 변곡점을 겪었다. 또 새로운 인물들도 많이 등장했다. 파트 3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인물관계나 연출포인트는 무엇인가. "은섬은 사트닉의 유언을 실행하기 위해 주비놀 산장을 찾았다가 새로운 운명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리게 된다. 그 과정에서 본인 스스로도 미처 깨닫지 못했던 자신의 잠재력과 운명을 깨닫게 되고 탄야와 와한족 사람들을 구하러 갈 수 있는 힘을 키우게 된다. 탄야 역시 아스달의 대제관 아사탄야로서 타곤과 태알하 등의 기득권 세력에 휘둘리지 않고 연맹사람들의 마음을 얻어 자신만의 힘을 기르게 된다. 두 사람 모두 서로를 구원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타곤과 태알하, 그리고 아스달 부족 연맹이라는 기성 권력에 맞서는 과정이 파트3의 중심 내용이 될 것 같다. 타곤과 태알하는 모두 아버지로부터 이용당하고 학대당한 아픔을 공유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탈출구로서 권력 의지를 키워온 캐릭터다. 두 사람은 정치적 동지이자 '서로를 위해 죽지 말자'고 맹세할 정도로 서로를 마음에 품은 사이다. 아사론과 미홀이라는 구세대 권력이 마지막 발악을 하지만, 타곤과 태알하는 끈끈한 동지애와 팀웍을 바탕으로 굳건한 자신들의 권력 기반을 만들어 나간다. 그러나 밖으로는 은섬·탄야·사야의 세력이 성장하면서 위협이 되고, 안으로는 절대 권력을 향한 두사람의 욕망이 충돌하는 위기를 겪게 됩된다. 타곤과 태알하 둘의 관계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봐야할 점은 욕망에 충실한 이 두 캐릭터가 내뿜는 에너지와 이를 표현하는 두 연기자의 혼신의 연기라고 할 수 있다."
-파트3을 더욱 즐길 수 있는 관전포인트는. "세상을 끝낼 운명을 타고났다는 것은 결국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세상을 열 운명을 타고났다는 말이다. 은섬·사야·탄야가 자신들의 운명에 따라 전설을 쓰기 시작하는 단계가 파트3라고 할 수 있다. 이제껏 스스로 한계에 부딪치며, 시행착오를 거쳐 성장해온 은섬과 탄야가 어떻게 세상을 바꿀 힘을 얻어 가는지, 정치적 동지이자 연인인 타곤과 태알하는 '사랑'과 '권력욕' 이라는 양립할 수 없는 두 욕망사이에서 어떤 행보를 할지, 꿈으로 연결된 은섬과 사야는 어떻게 서로를 알아갈지, 대전쟁과 대사냥에서 살아남은 뇌안탈들은 어떻게 '사람의 시대'를 살아낼지 등등 파트1·2에서 시작된 이야기들이 더욱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혼돈...! 일단 즐기시길! 흔들리는 모든 것은 결국 멈추는 법이니." 극중 사야가 극도의 혼란을 일으키며 타곤을 위기에 빠뜨리고 한 말이다. 새로운 세상이 열리기 직전의 혼란스러운 세상, 그 안에서 인물들이 어떻게 위기를 헤쳐 나가는지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 '아스달 연대기'는 본격 판타지 드라마라기 보다는 가상 역사 드라마에 가깝다. 문명의 태동기에 국가와 영웅이 탄생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국가도 영웅도 쉽게 탄생하는 것이 아니기에 그동안 주인공들이 역경과 아픔을 겪어왔다. 이제 그들이 강해져서 우뚝 서는 이야기가 파트3다. 이전에 없었던 드라마, 인류 역사의 기원을 다루는 드라마, 고대 인류의 아름다움과 역동성을 보여줄 수 있는 드라마라는 가치에 스태프과 연기자 모두 한 마음 한 뜻으로 최선을 다해 촬영했다. 조금 부족해 보이시더라도 버리지 않으신다면 새롭고 다양한 드라마를 만들고자 하는 시도가 더욱 힘을 얻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