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화장품 기업 아모레퍼시픽이 럭셔리 브랜드 '설화수' 모델 송혜교를 보며 웃고 운다. 송중기와 '세기의 결혼' 이후 첫 공식 활동을 아모레로 시작할 정도로 애정을 보였으나, 최근 이혼 절차를 밟으면서 광고주의 속을 끓이고 있다. 아모레가 지난 19년 인연과 남은 계약기간을 고려해 '의리'를 택한 가운데 송혜교가 향후 어떤 행보로 아모레의 지지에 화답할지 관심을 받고 있다.
아모레의, 아모레를 위한 '뮤즈' 송혜교
송혜교는 국내 광고 업계 최고의 모델로 꼽힌다. 설화수 외에도 뷰티 디바이스인 '메이크온'을 공동으로 홍보한다. 고급 가전제품 '다이슨'·생수 '아이시스'·주얼리 브랜드 '쇼메' 등의 '뮤즈'로도 활동 중이다. 그가 주연으로 나섰던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국내는 물론 아시아권 전역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몸값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업계는 송혜교의 광고 모델비를 10억원 이상으로 추정한다. 비싼만큼 안팎으로 인지도가 고루 높고 톱배우인 송중기와 혼인하면서 투자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송혜교의 파경은 이런 믿음을 갖고 거금을 들인 광고주는 물론이고 브랜드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장 큰 타격은 아모레가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모레는 2018년 1월 기존 '라네즈' 모델이었던 송혜교를 설화수의 얼굴로 기용했다. 설화수는 송혜교 이전까지 21년 동안 'NO 모델 정책'을 실시해 왔다. 송혜교의 발탁은 설화수의 이미지를 맡겨도 될 정도로 완벽한 상대로 봤다는 뜻이기도 했다.
당시 아모레 측은 "송혜교는 설화수 브랜드의 진정성 있는 '스토리텔러(이야기꾼)'이 될 것"이라면서 송혜교와 동행에 큰 의미를 뒀다.
업계에서는 아모레가 LG생활건강의 럭셔리 브랜드 '후' 모델인 이영애의 대항마로 송혜교를 택했고, 장기계약을 맺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송혜교도 '열일'로 이에 부응했다. 2017년 가을 결혼 이후 모든 첫 공식 활동을 아모레로 채운 것이다. 송혜교는 그해 12월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참석한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행사와 만찬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과 함께 참여했다. 당시 중국 상당수 매체는 결혼식을 올린 뒤 등장한 송혜교를 향해 카메라를 들이댔다.
석 달여 뒤인 3월 15일에는 국내 첫 공식 석상으로 설화수의 서울 플래그십스토어 기념 행사를 선택했다. 자신의 주가가 가장 높을 때 아모레와 관련한 각종 행사에 참석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광고만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활동도 꾸준히 펼쳤다. 올해 겨울 20~30대 여성층에 신드롬급 인기를 끈 드라마 '남자친구'에 박보검과 함께 캐스팅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결혼 이후에도 변함없는 미모를 자랑하던 송혜교는 극중 설화수 립스틱 등을 자주 사용하면서 해당 제품을 품절시킬 정도로 영향력을 보여 줬다.
당시 아모레 측은 "설화수 에센셜 립세럼은 2016년 출시돼 신제품이 아님에도 방송 이후 백화점 주요 매장에서 품절 사태가 벌어졌다"며 "이에 힘입어 립세럼 라인 전체로 봤을때 전년 대비 3배 이상 매출이 성장했다"며 기뻐했다.
'의리' 택한 아모레에 작품으로 화답할까
송혜교와 아모레의 좋았던 시절은 송중기와 파경으로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게 됐다.
객관적으로 화장품 기업에 ‘이혼’이라는 단어는 어울리는 조합이 아니다.
그럼에도 아모레는 의리를 택했다. 송혜교의 이혼 결정 소식이 전해지자 "이혼은 본인의 사생활이다. 계약 내용과 상관이 없고 앞으로의 모델 활동과도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송혜교는 막 성년이 된 2001년 '에뛰드하우스'를 시작으로 올해까지 19년째 오직 아모레 브랜드만 고루 맡아 왔다. 긴 세월을 생각해서라도 이혼 이슈만으로 작별을 고하거나, 향후 가능성 등의 여지를 남길 수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미 설화수 광고 모델로 한창 출연 중이라는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송혜교도 이런 아모레의 정성을 모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지금껏 그래왔듯 일을 통해 이미지 반전을 꾀하고, 광고주인 아모레에도 화답을 보낼 수 있다.
실제로 그는 이혼 절차를 밟는 와중에도 차기작으로 영화 '안나' 출연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만약 송혜교가 ‘안나’로 복귀한다면 2014년 개봉한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 이후 5년 만에 은막에 등장하게 된다. 작품성과 함께 흥행까지 잡는다면 이혼 이슈도 딛고 일어설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송혜교는 결혼 이후에도 휴식 없이 '열일' 행보로 끝없이 자신의 위치를 다져 왔다. 이혼과 일은 별개라고 보고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광고주들이 혼란을 겪고 있으나 차기작이 결정되고 결과물이 성공적으로 나온다면 또 달라지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