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히는 서울의 도로를 두 시간 정도 달려 유럽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이탈리아 특유의 대칭형 정원도, 영국의 오래된 대저택 앞마당을 장식했을 법한 가지런한 보더 가든도, 단번에 어린왕자가 떠오르는 작은 프랑스 마을도 나온다. 여름 더위를 식혀 줄 나무의 초록이 그늘을 선사하는 수목원 ‘제이드가든’과 어린 시절의 상상이 눈앞에 펼쳐지는 ‘쁘띠프랑스’다. 장마가 시작되며 후텁지근했던 지난달 28일 가평·춘천으로 짧은 ‘피서’를 떠났다.
유럽의 정원 속으로 ‘제이드가든‘
제이드가든으로 들어가기도 전, 입 밖으로 ‘외국같다’는 말이 튀어나온다. 건축양식을 잘 알지 못하더라도 이국적인 분위기가 와닿으니, 유럽에 온 느낌이 물씬 난다. [아름다운 분수와 식물의 정형미가 살아있는 이탈리안 가든] 제이드가든에서 방문객들을 처음으로 반기는 곳은 자연 친화적 이탈리아 건축양식인 투스카니 스타일의 방문객센터다. 우리나라로 치면 빨간 벽돌을 쌓아 올려 삐죽한 지붕을 만들어 놓은 듯한 집 정도인데, 퍽 고급스럽기까지 하다.
그래서인지 이곳은 드라마에 부자 주인공의 집으로도 많이 나온다. 이날도 현재 방영 중인 KBS 2TV 드라마 ‘단, 하나의 사랑’의 촬영이 한창이었다.
가장 먼저 발을 디딘 곳은 ‘이탈리안가든’이다. 방문객센터를 등지고 왼편 계단을 따라 오르면 바로 보이는 정원인데, 분수와 식물이 정확히 대칭형으로 식재돼 있는 정형미가 아름답다. 이곳은 웨딩 촬영 장소로도 인기라고 했다. [다양한 식물들을 자유롭게 식재한 영국식 보더가든] 이탈리안 가든을 지나 위로 오르면 ‘키친가든’이다. 말 그대로 주방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식물들이 모인 곳으로, 봄이면 꽃이 피고 가을이면 열매를 맺는 복숭아나무 등 과실수부터 부추·파·쑥갓·명이 등 친숙한 식재료들이 심어져 있었다.
제이드가든 해설사는 “외국의 정원들에는 키친 가든이 잘 조성돼 있는 곳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요즘 한창인 블루베리였다. 아직 거뭇한 과일로 변하지 않은 초록의 블루베리들이 더 많았다. 제이드가든 관계자는 “가든 꼭대기 쪽 블루베리원에 가면 잘 익은 블루베리들을 직접 따 볼 수 있다”고 했다. [직접 블루베리를 수확할 수 있는 `블루베리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 한화리조트 제공] 현재 제이드가든에서는 블루베리 수확 시즌을 맞아 ‘블루베리 페스티벌’을 진행하고 있다. 블루베리 페스티벌은 유기농 블루베리를 직접 수확(300g)하고 맛볼 수 있으며, 평일 7월 3일을 비롯해 오는 7일까지 매주 주말에 참여할 수 있다. 참가 비용은 1인당 1만원이다.
키친가든에서 이어지는 곳은 작은 온실인 ‘고산식물원’. 백두산·알프스·히말라야 등 고산 지역에서 자라는 국내외 식물들이 식재된 정원으로 돌마타리·벼룩이울타리·한라부추 등 전혀 친숙하지 않은 작은 초록들이 가득했다. [수목원은 걷기 좋게 나무데크로 조성돼 있다.] 제이드가든은 언덕을 오르는 코스가 제법 많았는데, 걷기 어렵지 않도록 나무 덱으로 조성돼 있었다. 자연의 지형을 그대로 살리면서 꽃과 나무를 배치해 자연 친화적인 유럽풍 분위기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여름이 다가오며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 수국] ‘아이리스가든’ 역시 이 나무 덱을 따라 감상할 수 있었는데, 요즘 한창인 수국이 길을 따라 봉오리를 틔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해설사는 “제주는 요즘 수국이 한창이라지만, 제이드가든은 기온이 낮아 이제 수국이 피어날 시기다”라고 말했다. [건조하거나 추우면 잎을 뒤로 둥그렇게 만다는 `만병초`] 제이드가든이 자랑하는 정원인 만병초원, ‘로도덴드론가든’도 꼭 봐야 할 스폿이다. 이곳은 제이드가든에서 가장 먼저 조성된 가든으로 고산지대에서 자생하는 만병초를 비롯해 200여 종(3000주 이상)의 세계의 다양한 만병초 품종들로 가득하다. 이 밖에 각양각색 양치식물·노루오줌류·만병초들이 잘 어우러져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만병초란 만가지 병을 고친다 해서 붙은 이름인데, 우리나라에서는 태백산이나 한라산, 설악산 등 해발 1000m가 넘는 곳에서 자라는 식물이다. 날씨가 건조할 때나 추운 겨울에는 잎이 뒤로 둥그렇게 말려 수분 증발을 막는 것이 특징이다.
제이드가든 해설사는 “만병초들 중에는 만지면 마비가 되는 식물도 있으니, 아무 식물이나 만지면 안 된다”고 주의를 주기도 했다.
이 밖에도 제이드가든은 드라이가든과 웨딩가든·이끼원 등 총 26개의 정원으로 나뉘어 있다.
한낮의 제이드가든이 이국적이라면 밤의 제이드가든은 동화적이다. 주말·연휴·방학 기간에는 야간에도 수목원을 감상할 수 있는데, 과하지 않은 조명과 은은한 빛으로 일반 수목원의 화려한 조명과는 다르게 영롱하고 수수한 느낌의 간접 조명으로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해질 무렵 수목원에 들어서면 제이드가든 방문객센터 건물 외벽에 시시각각 변하는 화려한 영상을 20분마다 감상할 수 있다. 신비로운 ‘숲속 빛의 축제’가 시작되는 곳이다. 형형색색으로 물든 화려한 방문객센터에서 기념사진 촬영 이후 은은한 빛의 향연이 펼쳐지는 숲으로 들어서면 영롱한 분위기의 색다른 빛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영국식 보더가든·고산식물원·나무놀이집·수생식물원·폭포 정원까지 이어지는 길목에 설치된 조명이 달빛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고, 정상 부근의 화이트가든에 오르면 아름다운 LED 장미 포토 존도 만날 수 있다.
야간 개장 운영 시간은 오후 10시까지다.
어린왕자의 마을 ‘쁘띠프랑스’
쁘띠프랑스에서는 소설 ‘어린왕자’를 만날 수 있다. 비행기 고장으로 사막에 불시착한 조종사가 우주여행을 온 순수한 어린 왕자와 만나며 인간의 내면과 순수성을 깨닫고 성장통을 견뎌 내는 소설 ‘어린왕자’를 눈앞에서 보고 느낄 수 있는 작은 프랑스 마을이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프랑스의 생텍쥐페리 재단과 정식으로 국제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곳이기도 하다. [소설 `어린 왕자` 속 마을을 떠오르게 하는 쁘띠 프랑스. 쁘띠프랑스 제공] 19세기에 지어진 프랑스 가옥을 그대로 옮겨 와 다시 지은 ‘프랑스 전통주택 전시관’, 프랑스 벼룩시장 분위기를 재현한 ‘골동품 전시관’, 유럽 인형이 300여 점 전시된 ‘유럽인형의 집’, 생텍쥐페리의 생애 및 유품·유작을 볼 수 있는 ‘생텍쥐페리 기념관’ 등이 있어서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의 생활·문화를 엿볼 수 있다. [프랑스 현지서 수집한 다양한 오르골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쁘띠프랑스 제공]오는 15일부터 8월 15일까지는 ‘메르시! 리틀 프린스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11주년 행사도 열린다. 쁘띠프랑스를 방문한 모든 이들에게 어린왕자를 통해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는 의미에서 기획됐다.
축제 기간 동안 주한 프랑스문화원과 쁘띠프랑스가 함께 초청한 프랑스 마임이스트 ‘비니’의 프랑스 전통 마임 초청 공연이 열리며, 매주 주말 어린왕자와 그의 친구들을 생생하게 만나 보는 어린왕자 VR 체험 ‘더 리틀 프린스(The Little Prince)’도 진행된다.
그뿐만 아니라 프랑스 현지에서 직접 수집한 다양한 오르골부터 체코 전통 인형인 마리오네트의 살아 있는 듯한 움직임은 물론이고,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 피노키오까지 동심을 자극하는 것들 투성이다.
한홍섭 쁘띠프랑스 회장은 “쁘띠프랑스 설립 이야기와 미술평론가의 강연 등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유럽 문화예술 테마 프로그램을 쁘띠프랑스에서 경험해 보길 바란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