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불펜 운용에 예년과 가장 다른 점은 좌완 활용이다. 전임 강영식과 이명우의 노쇠화가 두드러진 뒤 좌타 라인 봉쇄에 어려움을 겪었다. 차재용, 김유영 등 젊은 투수들의 성장은 답보했다. 시대착오적인 운용으로 여겨지는 '좌우' 놀이지만 필요할 때도 있다. 롯데는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
올 시즌은 고효준이 있다. 2017년 11월 열린 2차 드래프트로 영입한 투수다. 2002년 2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에 롯데의 선택을 받은 그가 SK, KIA를 거쳐 15년 만에 친정팀으로 돌아왔다.
지난해는 43경기에 등판해 32⅓이닝을 소화했다. 존재감이 미미했다. 그러나 현재 그는 불펜 핵심 투수다. 지난주까지만 46경기에 나서 39⅓이닝을 소화했다. 홀드는 14개. 리그 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역동적인 투구폼으로 주목받았고, 나이에 비해 좋은 구위도 눈길을 끈다. 그러나 제구에 기복이 큰 탓에 안정감을 주는 투수로는 평가 받지 못했다. 시범경기를 앞둔 양상문 롯데 감독은 그런 그에 대해 "현재 팀에서 가장 컨디션이 좋은 투수다"며 기대감을 전했다. 시즌 반환점을 훌쩍 넘어선 지난주에도 같은 평가를 내렸다.
실제로 롯데 마운드에서 자리 이동 없이 제 몫을 하고 있는 유일한 불펜투수다. 좌타자 상대 원포인트 등판도 하지만 1이닝 이상을 막기도 한다. 4월 중순 이후 잠시 흔들렸다. 그를 향한 의구심이 다시 불거졌다. 그러나 이내 좋아졌다. 5월 이후 등판한 29경기에서 기록한 평균자책점은 3.42. 롯데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최근 2주 사이에는 아홉 경기에 나서 1점(1.09) 대를 기록했다.
투구 매커니즘에는 큰 변화가 없다. 자세가 변했다. 이전에는 갑자기 스트라이크존에서 벗어나는 공을 연발하다가 무너졌다. 올 시즌은 안타를 맞더라도 스크라이크를 던진다. 지난 시즌 같은 이닝을 소화한 시점과 비교하면 볼넷 개수는 줄고 스크라이크 비율은 늘었다. 선수는 "감독님이 '네 공을 믿고 정면승부를 하라'고 주문한 덕분이다"고 했다.
그는 데뷔 18년 차 베테랑이다. 2군을 전전했고, 선발과 불펜을 오갔다. 군 복무 기간 동안 생긴 공백 탓에 적응에 한동안 애를 먹었다. 2016년에는 트레이드도 10년 넘게 몸 담은 SK를 떠나야 했다. 그야말로 산전수전 다 겪었다.
타격과 투구 모두 답이 없다. 고효준도 과거 역동적인 투구 자세 탓에 기복이 생긴다는 지적을 받고, 힘을 빼고 던지려고도 해봤다. 그러나 결과에 따라서는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는 게 낫다는 결론도 얻었다. 시행착오는 이후에도 이어졌다.
그리고 제구력이 좋지 않은 투수라는 꼬리표를 떼어 냈다. 한국 나이로 37살, 1군 무대에서 15번째 맞이한 시즌에 홀드 부문 커리어하이도 찍었다. 물론 기록은 진행형이다. 현재 그는 롯데 불펜에 꼭 필요한 선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