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비주전 활용, 자구책 성패는 자신감과 투지
리빌딩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롯데가 지향하는 화두였다.
투타 주축 선수 가운데 30대 중반을 넘긴 선수가 많았고, 기존 주전이 이적하며 떠난 자리도 있었다. 포수는 일찌감치 육성 방침을 정했다. 마운드는 1990년대 생 우완투수들의 성장세가 돋보였다. 그리고 양상문 감독을 성적 향상과 세대 교체를 모두 이끌 수 있는 적임자로 봤다.
2019시즌 초반, 신임 감독 체제는 첫 고비를 맞았다. 지난주까지 치른 35경기에서 12승23패를 기록하며 8위에 머물고 있다. 5연패만 세 번이다. 주전 중견수 민병헌이 손가락 부상으로 이탈하기 전까지는 타선 경쟁력이 있었다. 그러나 변수 뒤 기존 주축 이대호와 손아섭까지 부진하며 정상 전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무엇보다 불펜이 크게 흔들렸다. 지난해 홀드왕 오현택, 셋업맨 구승민과 진명호의 구위가 모두 떨어졌다. 불펜 커리어가 풍부하지 않은 투수들이다. 지난해 60이닝 넘게 소화한 여파로 보인다.
감독은 당황스럽다. 투수 출신인 양 감독의 눈에 1군 리그에서 통할 수 있는 공을 갖고 있는 투수가 적지 않았다. 파격으로 평가되는 '투 트랙 1+1 선발' 운용을 시도한 이유다. 그러나 실전에서 제 기량을 보여준 투수가 드물다. 새 얼굴에 기회를 주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민병헌의 복귀가 임박했고, 박세웅과 박진형 등 2017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끈 영건 투수들도 복귀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현재 침체된 분위기에 큰 반전을 줄 수 있는 요인은 아니다. "좋은 분위기도 이겨야 조성될 수 있다"던 이대호의 말이 답이다. 지난 두 시즌 보여준 뒷심이라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이 상황에서 이기는 법을 익히는 방법밖에 없다. 숙원인 내실 있는 세대 교체를 하는 길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최근 선발 라인업에 나서고 있는 선수들의 무게감을 꼬집는다. 외야수 허일, 내야수 강로한, 오윤석 등이다. 지난 2일 NC전 9회말 공격에서 동점 적시타를 친 고승민도 있다. 2군에 검증된 베테랑을 왜 활용하지 않느냐며 말이다.
주전 중견수와 3루수가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이다. 감독 입장에서는 잠재력 있는 젊은 선수들을 활용할 적기다. 리빌딩과 성적을 두고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은 아니라는 의미다. 바닥을 치고 있는 성적 탓에 비난의 목소리가 크지만, 롯데 벤치의 선택과 움직임을 비정상적이라고 볼 순 없다. 등판만 하면 난타를 당하는 투수진도 마찬가지. 팀 상황이 안 좋은 때에 부담감이 커진 젊은 투수가 제 공을 던지지 못했을 수는 있다. 그러나 팀 전체를 향해 '겨우내 무엇을 준비 했느냐'는 시선은 결과론일 뿐이다.
이대호, 손아섭, 전준우 등 슬럼프를 극복할 줄 아는 선수다. 자신의 커리어를 통해 증명했다. 이 상황에서의 모든 선택이 롯데를 구원하는 방책이 되기 위해서는 새 얼굴들이 기회가 왔을 때 성장하는 게 최선이다. 자신이 팀 승리에 기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는 자신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포수와 3루수, 1루수는 주전 자리가 공백이다. 치열하게 자리 싸움에 임해야 한다. 외야도 마찬가지. 백업으로라도 1군에 남기 위해서는 경쟁력을 증명해야 한다. 투수진도 마찬가지다. 최근에 기회를 얻은 신인, 1.5군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투수에겐 지금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가장 좋은 기회다. 부상 선수들이 돌아오면 1군 무대 등판도 요원하다. 생각을 줄이고, 원래 자신의 공을 던지는데 집중해야 한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