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시즌 첫 슈퍼매치를 앞두고 1일 열린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FC서울 최용수 감독(왼쪽)과 수원 삼성 이임생 감독이 필승을 다짐했다.
"친구는 친구고, 슈퍼매치는 다른 얘기다. 라이벌전이 주는 무게감은 피해 갈 수 없다." (최용수 FC 서울 감독)
"(친구 사이지만) 공식적인 자리에서 상대팀 감독에게 반말을 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 홈 팬들의 응원에 보답하겠다." (이임생 수원 삼성 감독)
프로축구 K리그 최고의 흥행 카드로 꼽히는 슈퍼매치를 앞두고 '동갑내기 절친' 최용수 서울 감독과 이임생 수원 감독이 나란히 필승을 다짐했다.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19 10라운드 경기로 치르는 시즌 첫 슈퍼매치는 오는 5일 오후 4시(JTBC·JTBC3 동시 생중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역대 슈퍼매치 전적은 32승22무32패로 두 팀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최 감독과 이 감독은 1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슈퍼매치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박진감 넘치는 내용으로 팬들에게 재미를 주는 것은 물론이고 결과(승리)까지 챙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최 감독과 이 감독은 1971년생으로 48세 동갑내기다. 두 사람은 대학 시절부터 절친인 동시에 라이벌이었다. 먹이를 낚아채듯 날카로운 골을 터뜨린다고 해서 '독수리'로 불린 최 감독은 연세대 출신으로 국가대표 간판 공격수로 성장했다. 반면 터프한 수비수로 '망치'라는 별명을 얻은 이 감독은 라이벌 고려대 출신이다. 두 사령탑에게 이번 슈퍼매치는 의미가 남다르다. 지난해 소방수로 서울 지휘봉을 다시 잡은 최 감독은 3년 만에 슈퍼매치에 복귀한다. 올 시즌 서정원 감독에게 지휘봉을 넘겨받은 이 감독에게 이번 맞대결은 슈퍼매치 데뷔전이다. 이 감독은 수원에서 트레이너와 수석 코치로 6년간(2003~2009년) 몸담은 게 전부다.
최 감독은 "슈퍼매치는 K리그의 중요한 역사를 써 온 만큼 지도자로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 있다. 감독이 느끼는 슈퍼매치의 부담과 압박은 상상을 초월한다"며 "준비가 잘돼 있다. 팬들이 무엇을 원하는 지 잘 아는 만큼 보답하겠다"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이에 맞서 이 감독은 "결과를 위해 양 팀 모두 신경 쓰겠지만, 경기 내용 면에서 팬들에게 기쁨을 주는 경기를 하겠다"라며 "안방에서 홈 팬들이 즐거워할 수 있는 축구를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1일 열린 슈퍼매치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수원 타가트(왼쪽부터)·이임생 감독·서울 최용수 감독·오스마르. 이날 기자회견에선 동갑내기 절친 사이에서만 볼 수 있는 '귀여운 신경전'도 나왔다. 먼저 포문을 연 쪽은 최 감독이었다. 그는 "이 감독은 친한 친구자 대학 시절부터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면서 둘 다 성공해서 만나자고 얘기하곤 했다"면서도 "바른 생활 사나이였던 이 감독의 별명이 왜 특이했는지 모르겠다. '망치'로 불렸던 것으로 기억한다"라며 기자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친구의 갑작스러운 '한 방'에 잠시 당황한 모습을 보인 이 감독은 이내 평정심을 찾은 뒤 "'망치'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에 대해 해명할 기회가 있어야 했다. 올림픽 대표팀 시절 헤딩을 잘한다고 해서 '해머'로 불렸는데, 그게 망치가 됐다"라면서 "경기 중 최 감독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다"라고 재치 있게 맞받아쳤다.
서울과 수원은 '데얀'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수원의 데얀은 역대 슈퍼매치에서 최다골(8골)을 기록 중이다. 데얀은 서울에서 뛰면서 수원을 상대로 7골을 넣었고, 수원으로 이적한 뒤 서울에 1골을 꽂았다. 데얀은 서울에서 2008년부터 8시즌을 뛰다가 최 감독이 서울 사령탑으로 복귀하기 전인 지난해 수원으로 이적했다. 이에 대해 최 감독은 "데얀이 (내가 없는 사이) 몰래 수원으로 가서 불쾌하다. 데얀이 파란색 유니폼을 입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다"라며 "분명 서울에 위협적인 공격수다. 주목받는 경기에서 해결사 역할을 해 줄 역량을 지녔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감독은 "최 감독은 (데얀이) 몰래 가서 불쾌하다고 했는데, 그 불쾌함을 언제든지 덜어 줄 생각이 있다"고 맞받아쳤다.
서울은 2015년 6월 27일 이후 13번의 슈퍼매치에서 무패(7승6무)로 압도하고 있다. 이 사실을 잘 아는 최 감독은 "징크스를 무시하기는 어렵다. 징크스를 계속 유지하겠다"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서로 믿음을 갖고, 이번엔 반란을 일으키겠다"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