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최악의 기록으로 시즌을 시작하고 있는 강정호 시즌 초반 강정호(피츠버그)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강정호는 16일(한국시간)까지 출전한 13경기 타율이 0.105(38타수 4안타)다. 규정 타석을 채웠다면 리그 타격 최하위에 해당한다. 62타석 52타수 연속 무안타에 시달리며 두 부문 모두 메이저리그 역대 최악의 기록을 세운 크리스 데이비스(볼티모어)의 타율 0.089(45타수 4안타)와 큰 차이가 없다. 출루율(0.190)과 장타율(0.237)을 합한 OPS도 0.427로 최악에 가깝다. 웬만한 주전급 타자 장타율보다 OPS가 낮다. 총체적 난국이다.
시범 경기에선 기대가 높았다. 홈런 1위(7개)에 올랐다. 2017년 정규 시즌에서 홈런 52개를 터트린 거포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를 한 개 차이로 앞섰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예상과 다른 흐름이다. 정규 시즌에선 지난 4일 세인트루이스전에서 터트린 1점홈런이 전부다. 어느 정도 타율이 떨어지더라도 장타를 터트려 줄 것으로 예상했지만, 정확도와 파워 모두 좋지 않다.
세부 지표는 더 바닥을 찍고 있다. 일단 헛스윙이 너무 많다. 기록 전문 사이트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강정호의 SwStr%(전체 투구 대비 헛스윙 비율)는 올해 14.8%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대비 6.1%p 상승했다. 2015년 미국 진출 이후 이 수치가 10%를 넘어간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시즌 메이저리그 평균은 11% 정도. 공갈포 이미지가 강한 조이 갈로(텍사스)의 2019년 SwStr%는 16.4%다. 그만큼 강정호의 헛스윙 비율이 눈에 띌 정도로 높아졌다.
눈여겨봐야 하는 것은 정확도다.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공에 대한 스윙 비율을 알 수 있는 O-Swing%도 높다. 지난해(16.7%)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29.4%다. 스트라이크가 아닌 공에 배트를 내미는 경우가 많아졌다. 문제는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공에 대한 스윙 대비 콘택트 비율을 나타내는 O-Contact%다. O-Swing%가 높은 것은 크게 지적받을 내용은 아니다. O-Contact%가 높으면 오히려 배트에 공을 맞추는 능력이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메이저리그에서 손꼽히는 '배드볼 히터' 블라드미르 게레로(전 LA 에인절스)의 통산 O-Swing%는 40% 안팎으로 높다. 하지만 통산 O-Contatc%가 66% 정도다. 통산(16년) 타율 0.318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그런데 강정호의 O-Contact%는 40.0%로 전년 대비 10%p 낮아졌다. 리그 평균이 60.5%라는 것을 고려하면 정확도가 크게 떨어진다. 좀 더 공격적으로 타격하고 있지만 성과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또 다른 기록 전문 사이트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강정호의 올 시즌 ‘배럴(Barrel)' 타구 비율은 4.5%까지 떨어졌다. 배럴은 세이버메트리션 톰 탱고가 만들어 낸 이상적 타구를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로 발사각 26~30도와 타구 속도 98마일(157.7㎞) 이상인 경우가 해당된다. 강정호는 2015년 9.6%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하락 중이다. 타석당 배럴 타구 비율(Brls/PA%)은 2.4%로 리그 246위다. 마이크 트라우트(LA 에인절스·18.4%)를 비롯해 정상급 타자들이 17~18%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강정호의 수치는 턱없이 낮다. 타구 질도 좋지 않다.
일시적인 부진일 수도 있다. 그러나 2019시즌 출발은 최악에 가깝다. 타석에서 쌓은 숫자가 이를 말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