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 이정재에 이어 고아성이다. 능력있는 배우들의 알짜배기 행보. 한솥밥을 먹고 있는 사이라 의미를 더한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주말 박스오피스는 '항거: 유관순 이야기(조민호 감독)', 사바하(장재현 감독)', '증인(이한 감독)'이 나란히 1, 2, 3위를 차지했다. 1600만 명을 돌파한 '극한직업(이병헌 감독)'과 함께 올해 흥행작으로 이름을 올리게 될 세 작품의 중심엔 모두 소속사 아티스트컴퍼니 배우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관객들과 진심으로 소통한 시대극 '항거:유관순 이야기', 오컬트 소재에 범죄 스릴러 장르를 접목시켜 영화적 다양성과 관객들의 흥미로움을 모두 잡은 '사바하', 그리고 사회적 문제를 따뜻한 시각으로 담아낸 '증인'은 작품 자체로도, 그리고 흥행력으로도 존재감을 내비치며 충무로에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
'망하기 위해 개봉하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개봉하는 족족 망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연초부터 '극한직업'이 빵 터지더니 '증인', '사바하', '항거:유관순 이야기'까지 줄줄이 그 바통을 이어 받으며 충무로 허리라인을 든든히 받쳐주고 있다. 흥행에 실패한 영화가 없는건 아니지만 타율면에서는 꽤 흡족할만한 수치다.
'증인'을 시작으로 '사바하', '항거:유관순 이야기'는 '극한직업'이 막바지 상영에 돌입한 시기 박스오피스 톱3에 안정적으로 안착하며 그 속에서 엎치락뒤치락 순위 변동을 보여주고 있다. 3.1절을 맞아 1위로 치고 올라선 '항거:유관순 이야기'는 주말내내 자리를 지켰고, '사바하'와 '증인'은 200만 돌파에 성공했다.
주말 3일간 '항거:유관순 이야기'는 60만6076명을 끌어모아 누적관객수 79만1052명을 기록, 손익분기점 50만 명을 훌쩍 넘겼고, '증인'은 37만2681명을 동원해 228만8441명을 누적하며 역시 손익분기점 200만 명을 뛰어 넘었다. 47만1139명을 추가한 '사바하'는 누적관객수 214만8535명으로 손익분기점 250만 명에 한 발 더 다가섰다.
한국영화 선의의 경쟁이자 흥미로운 집안 싸움이 아닐 수 없다. 개봉 시기가 잘 맞아 떨어진 것도 신의 한 수가 됐다. 다 망하거나, 누구 하나 잘 되는 것이 아닌, 모두가 잘되는 그 어려운 영광을 아티스트 가문은 제대로 누리게 됐다.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올해 운빨은 아티스트컴퍼니에 향해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오고 있다.
특히 정우성, 이정재, 고아성은 이미 믿고보는 배우들로 자리매김한 이들이지만 이번에 선보인 작품들을 통해 이전의 이미지를 답습하는 것이 아닌, 배우로서 새로운 도전에 감행하며 새로운 분위기를 내비쳤다는 성과까지 도출해냈다. 작품이 필요로 하는 만큼 혹은 그 이상의 몫을 해낸 세 배우의 선택과 결과에 호평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정우성은 '증인'에서 살인 용의자의 변호사 순호 역을 맡아 강인한 카리스마를 벗고 인간적이고 소탈한 정우성 본연의 모습을 뽐냈고, '사바하'를 통해 5년만에 현대극으로 복귀한 것만으로도 기대감을 높인 이정재는 목사 신흥 종교의 비리를 쫓는 종교문제연구소 소장 박목사로 분해 다채로운 인간상을 내비쳤다.
유관순이라는 실존 인물을 연기한 고아성은 어려운 선택만으로도 극찬을 모았던 상황. 역사 속 위인으로만 알려진 열사 유관순 이전에 열일곱 소녀 유관순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3.1 만세운동 후 유관순의 옥중 생활과 다양한 감정 변화들을 섬세하게 그려낸 유관순은 영화 개봉 후 또 하나의 인생작, 인생캐릭터, 인생연기를 알리며 배우 고아성의 성장을 확인케 했다.
이와 관련 충무로 관계자는 "영화계에 워낙 잔뼈가 굵은 배우들이지만 흥행은 또 별개의 문제다. 세 배우는 이번 작품들을 통해 원하는 성과를 모두 이뤄냈다"며 "JTBC 'SKY캐슬' 염정아 등 아티스트 컴퍼니 배우들은 스크린 뿐만 아니라 브라운관에서도 활약 중이다. 좋은 배우들을 모아놓고 과도기를 거쳐 안정기에 접어든 분위기다. 서로가 서로의 작품을 응원하는 돈독한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매의 눈은 작품에서나 배우 발굴에서나 모두 통하는 듯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