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국내 유명 화장품 회사가 판매하는 바디미스트에서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물질이 검출됐다. 소비자들은 '자연주의'를 컨셉트로 하고 있는 대기업 브랜드에서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이 있는 물질이 나오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시중에 판매 중인 바디미스트 15개 제품의 안전성을 조사한 결과, 바디미스트에 포함된 향료(착향제) 성분이 알레르기 또는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6일 밝혔다.
이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비욘드 '딥 모이스처 바디 에센셜 미스트',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 '0520 레이니 퍼퓸드 바디워터', 에뛰드하우스의 '쁘띠비쥬 베이비버블 올 오버 스프레이', 해피바스의 '클린사봉 프래그런스 코롱' 등 4개 제품에서 사용금지 물질인 ‘하이드록시이소헥실3-사이클로헥센카복스알데하이드(이하 HICC)’가 0.011~0.587% 검출됐다.
바디미스트는 샤워 후 몸에 분사해 수분을 공급하고 향기가 나도록 하는 기능을 한다. 향수와 달리 몸과 머리 등에 직접 뿌릴 수 있고, 은은한 향이 나 체취를 막을 수 있어서 청소년 사이에 인기가 높다. 올리브영 등 H&B(헬스앤뷰티) 스토어는 바디미스트 코너를 별도로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와 유럽연합은 화장품 향료 26종을 알레르기 유발 물질로 지정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이 가운데 아트라놀·클로로아트라놀·HICC 등 3종을 올해 8월부터 사용금지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지난해 10월 같은 성분 3종의 사용금지 개정안을 행정예고했지만 아직 시행되고 있지 않다.
소비자원에 지적된 제품 상당수는 대기업 브랜드다. 비욘드는 LG생건, 이니스프리와 에뛰드는 아모레퍼시픽이 보유하고 있다. 이들 브랜드는 친환경 자연주의 컨셉트를 지향하고 있다.
비욘드의 딥 모이스처 바디 에센셜 미스트는 브랜드 내 주력 바디 보습 라인에 속한다. 이 미스트는 '라이스 밀크와 꿀, 올리브 천연 보습성문' 및 '순하고 부드러운 바디케어를 위한 에코파밍 콤플렉스를 함유'했다고 광고했다. 에코 성분만을 담아 피부 진정과 보습에 도움을 준다는 문구에 많은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했다.
이니스프리 '0520 레이니 퍼퓸드 바디워터' 역시 '제주에서 영감 받은 퍼퓸드 바디워터'라고 홍보했다. 중학생 자녀을 둔 A씨는 "아이가 바디미스트를 평소 자주 뿌린다. 한창 클 때인데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성분 문제가 불거지자 LG생건과 아모레는 비욘드와 이니스프리 등의 공식몰에서 두 제품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 주요 쇼핑몰도 해당 제품 판매를 중지했지만, 중소 온라인몰에서는 여전히 판매되고 있다.
소비자원 측은 "식약처에 알레르기 유발 물질인 HICC 등 3종에 대한 사용금지 규정의 조속한 시행과 함께 알레르기 주의 표시 의무화를 요청할 계획"이라며 "화장품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소비자일 경우 제품 구입 시 알레르기 유발 성분 함유 여부를 꼼꼼히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