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승격 첫 해 돌풍을 일으키며 2위로 마친 경남FC. 여러 선수가 떠났지만 이어 새로운 선수를 영입하며 탄탄한 스쿼드를 구축했다. K League 제공
지난 시즌 K리그에서 가장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 준 팀을 꼽을 때 경남 FC의 이름을 빼놓기 힘들다.
2014시즌이 끝난 뒤 K리그2(2부리그)로 강등됐던 경남은 2017시즌, 압도적 성적으로 리그 1위를 달성하며 K리그1(1부리그) 자동 승격을 이뤄 냈다. '괴물 공격수' 말컹과 '김종부 리더십'을 앞세운 경남의 약진에 모두 박수를 쳤지만, 그 돌풍이 K리그1에서도 이어지리라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1강' 전북 현대를 위시한 기업 구단들이 버티는 1부리그에서 경남의 실질적 목표는 '잔류'가 유력했다.
그러나 경남은 모두의 예상을 보기 좋게 뒤집었다. 승격 첫해인 2018시즌에 돌풍을 일으키며 상위권으로 도약하더니 정규 리그를 2위로 마치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까지 손에 넣었다. 2013년 스플릿 제도가 도입된 뒤 정규 리그 2위 자리까지 오른 시도민구단은 경남이 최초이며, 리그를 통해 ACL 출전권을 가져온 것도 경남이 처음이다. 경남의 공격 축인 말컹은 K리그2에 이어 K리그1에서도 득점왕에 오르며 조나탄(톈진 테다)에 이어 1·2부리그를 모두 접수한 골잡이가 됐다.
이처럼 빛나는 성적을 거뒀지만, 여전히 경남을 향한 시선에는 물음표가 달린다. 경남이 승격 첫해와 같은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을지, 회의적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작년과 같은 선수층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실제로 경남은 최영준을 전북에 이적시켰고, 파울루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아 태극마크를 달았던 수비수 박지수도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에 내줬다. 무엇보다 말컹의 중국행이 유력해 전력 공백이 클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경남은 떠나간 선수들의 자리를 새로운 선수들로 채워 넣으며 '돌풍'이 아닌 '실력'을 보여 줄 준비를 마쳤다. 선수들을 떠나보내고 받은 이적료를 전력 보강에 아낌없이 투자했고, 정규 리그와 ACL 일정을 고려해 포지션별로 필요한 선수들을 알차게 불러들였다. 이적 시장을 지켜본 관계자들이 '알짜배기'라고 감탄할 만큼 좋은 선수들이 경남 유니폼을 입었다. 김승준·이영재·고경민·박기동·배승진·곽태휘·박태홍·송주훈·이광선 등 포지션별로 고르게 영입을 진행한 경남은 어느새 탄탄한 스쿼드를 갖춘 팀으로 거듭났다.
경남은 11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출신 조던 머치(오른쪽)를 영입했다. 경남FC 제공 여기에 지난 11일, 또 하나의 '빅 사인'이 이뤄졌다. 아길라르 영입전에서 제주 유나이티드에 아쉽게 패한 뒤 새로운 선수를 물색하던 경남은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출신 조던 머치를 영입했다. 크리스탈 팰리스·퀸스파크 레인저스(QPR)·카디프 시티 등 EPL 무대에서 뛰며 이청용·윤석영·김보경 등과 한솥밥을 먹은 경험이 있어 국내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선수다. 최근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 챔피언십(2부리그) 레딩,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밴쿠버 화이트캡스에 임대되기도 했지만, 만 27세 나이의 젊은 프리미어리거가 K리그 무대에서 뛰게 된 것은 충분히 놀라운 일이다.
이제 경남은 한 시즌의 '반짝 돌풍'이 아닌, K리그 상위권 판도를 뒤흔들 '잠룡'으로 거듭날 준비를 모두 마쳤다.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의 '현대가 2강' 체제를 깨고, 경남이 새로운 우승 경쟁 후보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 또 처음 나서는 ACL 무대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모두가 기대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