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20일 열린 2019 AFC 아시안컵 16강 요르단과 경기에서 승부차기 끝에 8강행 티켓을 손에 쥐었다. 연합뉴스 제공
'박항서 매직'과 함께라면 동남아 최강도 남의 일이 아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이 12년 만에 아시안컵 8강에 진출했다. 베트남은 20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알막툼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에서 요르단을 꺾고 8강에 올랐다. 전·후반 90분에 이어 연장까지 1-1 무승부를 기록한 베트남은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4-2로 승리하며 8강행 티켓을 손에 쥐었다.
개막 첫 경기부터 '디펜딩 챔피언' 호주를 꺾고 이변을 일으킨 요르단도 '박항서 매직' 앞에 무릎을 꿇었다. 조별리그에서 이란과 이라크 등 중동 강호들을 상대로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선보이며 파란을 예고한 베트남은 와일드카드로 아슬아슬하게 진출한 16강에서 기어코 '사고'를 쳤다. 전반 39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상대에 선제골을 내준 뒤 후반 6분, 응우옌꽁푸엉의 동점골로 균형을 맞춘 베트남은 박 감독의 지휘하에 피 말리는 승부차기까지 잘 버텨 내 승리를 거머쥐었다. 설마설마했던 8강행을 이뤄 낸 그 순간, 베트남 선수단은 두 팔을 번쩍 치켜들고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왔다. 선수들이 기쁨에 환호하며 그라운드를 누비는 그 순간에도 박 감독은 담담한 표정이었다.
박 감독은 베트남 축구의 신화를 쓰고 있는 존재다. 지난 2017년 10월 베트남 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한 박 감독은 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준우승을 시작으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4강,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우승을 일궈 냈다. 여기에 이번 아시안컵에서도 2007년 이후 12년 만에 8강행을 이끌면서 '박항서 매직'을 이어 가고 있다.
이번 아시안컵 8강 진출은 베트남이 명실공히 동남아 축구의 최강자로 거듭났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그동안 동남아 축구는 태국이 절대 강자로 앞장서 이끌어 왔다. 그러나 '박항서 매직'과 함께 베트남이 동남아 최강의 자리를 계승하는 중이다. 지난해 12월, 동아시아 축구선수권대회인 스즈키컵에서 태국이 4강 탈락에 그친 반면 베트남은 우승을 차지했고, 이번 아시안컵에서도 태국은 16강에서 중국에 1-2로 패해 탈락했다. 태국이 탈락하면서 베트남은 동남아 국가 중 유일하게 아시안컵에서 생존한 팀이 됐다.
베트남은 멈추지 않는 박항서 매직에 또 한번 열광 중이다. 연합뉴스 제공 베트남은 '박항서 매직'에 또 한번 열광 중이다. 스즈키컵과 달리 아시아 강팀들이 모두 모인 대회여서 8강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그리 높지 않았던 베트남 국민들은 승부차기에서 요르단을 꺾는 순간, 환호성을 쏟아 냈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흡사 스즈키컵 우승 때처럼 주요 도로들이 승리를 자축하는 축구팬들의 오토바이에 점령당했다. 이들은 베트남 국기를 들거나 오토바이에 매달고 거리를 달리면서 "베트남, 찌엔탕(승리)"을 외쳤고, "박항세오(박항서의 베트남 발음)"를 연호하며 승리에 열광했다.
베트남 일간지 '더타오반호아'는 "베트남은 항상 승리를 열망한다. 박항서 감독은 정말 위대한 선생님이다. 너무 기쁘다"며 "마법의 지팡이를 쥔 박항서 감독의 지휘로 베트남이 승리했다"고 박 감독을 극찬했다. 또 2007년 베트남이 8강에 진출했을 때 대표팀 주장이었던 응우옌민프엉은 베트남 '징'을 통해 "우리 세대 때 8강에 오른 적이 있지만, 솔직히 현재가 베트남 축구의 최고의 시간"이라면서 "예선을 치르지 않았던 2007년과 달리 이번에는 큰 노력이 있었다. 토너먼트 8강에 진출한 것은 처음이고 대성공이지만 박 감독은 베트남을 더 높은 곳으로 데려갈 것"이라며 계속 이어질 '박항서 매직'을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