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학생용 가구 브랜드 '일룸'은 2007년 퍼시스그룹이 설립했다. 출범 초기만 해도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던 일룸은 2012년 500억원의 매출 기록을 쓴 이후 매년 20% 이상 성장했다. 2014년 994억원, 2015년 1315억원, 2016년 1555억원을 벌며 빠르게 몸집을 불렸다. 일룸은 지난해 매출액을 기준으로 가구 업계에서 7위를 기록했다. 퍼시스 매출액 2436억원의 절반을 넘어서면서 그룹의 핵심이자 미래가 됐다.
아이디어와 제품력, 마케팅이라는 세 박자가 잘 맞아떨어졌다. 제조와 유통을 동시에 하는 일룸은 높낮이나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침대와 책상으로 소비자의 눈길을 잡아끌었다. 이른바 '움직이는 가구'다. 이 '모션데스크'는 자녀 교육에 관심이 높은 한국 특성에 적합한 상품으로 각광받았다. 이에 발맞춰 실적도 고공 행진했다.
강성문 일룸 대표이사는 지난해 말 간담회에서 "일룸은 책상과 의자 등 아이들의 교육용 가구에 강점이 있다. 유교 문화권은 교육열이 대체로 높아 승산이 있다고 본다"면서 한국을 넘어 아시아 주요 국가에 도전장을 내밀기도 했다.
세련된 광고도 일룸을 키운 힘이 됐다. 일룸은 톱 배우인 공유를 메인 모델로 내세워 실용적이고 따뜻한 분위기의 광고 등으로 마케팅을 펼쳤다. 공유가 출연해 대박을 터뜨린 드라마 '도깨비'에도 스폰서로 등장해 대중의 머릿속에 일룸 이미지를 남겼다. 업계는 일룸이 '도깨비'를 협찬한 2016년 12월과 1월 사이의 매출이 두 배 가까이 올랐다고 분석한다.
일룸 경영진은 대폭 변화를 줬다. 일룸·퍼시스 등을 보유한 퍼시스그룹의 창업자 손동창 회장이 지난 1일을 끝으로 명예회장직으로 물러났다. 손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이종태 퍼시스홀딩스 부회장이 신임 회장으로 올라섰다. 업계는 이번 인사가 그룹 2세인 손태희 퍼시스 부사장의 승계 과정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손 부사장은 2010년 퍼시스에 평사원으로 입사, 현재 일룸의 최대 주주다. 일룸의 미래는 사실상 손 부사장에게 달려 있다.
일룸은 고급 사무·학생용 가구라는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디자이너·스타트업 전문 브랜드 '데스커'가 대표적이다.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대로 실용적 디자인의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스커가 지난해 말 서울 신사동에 시그니처 스토어를 오픈하고 대대적인 행사를 했다.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가구 시장에서 데스커가 의미 있는 매출 숫자를 내줄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