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선택은 이영자였다. 독보적인 일인자가 없는 상황 속에서 KBS는 꾸준함에 손을 들어줬다.
코미디언 이영자는 22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에서 열린 2018 KBS 연예대상에서 대상을 받았다. 이영자 개인에게는 1991년 데뷔 이후 27년 만에 정상의 자리에 오르는 순간이었고, KBS 연예대상 역사상 첫 여성 대상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함께 후보에 오른 신동엽·유재석·김준호·이동국과 서 있다가 호명된 이영자는 트로피를 받은 뒤 울먹이며 쏟아지는 축하 인사와 꽃다발을 받았다. "웃기고 뭉클하고 감사하다"고 힘겹게 입을 연 이영자는 "고마운 분이 너무 많다. 대표로 이 상을 받았다. 내가 잘해서 받은 게 아니란 걸 안다"며 감사 인사를 이어갔다.
이영자는 '안녕하세요'에 고민을 털어놓은 일반인 출연자를 먼저 언급했다. 이어 신동엽·김태균·정찬우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신동엽에게는 "애증이다. 고맙기도 얄밉기도 하다. 항상 따가운 시선으로 나를 채찍질해주고 누나인데도 가르친다. 신동엽 덕분에 교만해지지 않고 좋은 예능인이 된다"고 특별히 고마움을 표현했다.
새롭게 시작한 '볼 빨간 당신'에 대한 당부도 있었다. 이영자는 "'볼 빨간 당신' 이번에 시작했는데 시청률이 많이 나와야 하는데 (저조하다). '안녕하세요'도 8년을 왔지만 처음 시작할 때는 폐지한다는 말을 많이 했다. 끝까지 기다려주셔서 감사하고 '볼 빨간 당신'도 기다리면 올라올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영자는 시작과 끝을 장식했다. 1부 오프닝에 등장한 이영자는 31기 신인 개그맨을 소개하면서 "개그 콘테스트에 여덟 번 도전해 여덟 번 떨어졌다. 수많은 오디션에도 떨어졌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나를 포기할 때 나는 날 포기하지 않았다. 묵묵히 길을 걸으니 꿈의 자리에 왔다. 이 나이에도 나는 새로운 꿈을 꾼다. 계속 꿈을 꾸면 어느샌가 그 자리에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비록 올해 이영자 열풍은 MBC에서 시작됐지만 KBS는 지금까지의 꾸준함과 공로에 더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보인다. '안녕하세요'에 베스트 팀워크상과 방송작가상을 안긴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오프닝에서도 대상 수상소감에서도 강조한 포기하지 않는 것과 계속해서 꿈꾸는 것, 그 가치를 KBS가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