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돌')는 2013년 11월 시작한 육아 관찰 예능 프로그램으로 5년 이상 방송되고 있다. 초창기 MBC '아빠! 어디가?'를 따라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아빠! 어디가?'보다 오랫동안 제작되고 있다. 최고 전성기는 송일국과 대한·민국·만세 부자, 추성훈·사랑 부녀가 출연할 때다. 2014년 9월 28일 방송에서 시청률 20.7%(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까지 기록했다.
이런 황금기는 옛말이다. 송일국·추성훈 등 '슈돌' 인기를 견인했던 가족들이 하차하면서 시청률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장윤정·도경완 부부의 출산기부터 장현성의 초등학생 아들까지 육아 예능에서 연출할 수 있는 모든 장면을 보여줬다. 또 '아빠! 어디가?' '오 마이 베이비' 등 비슷한 예능이 모두 폐지되면서 방송계는 '슈돌'도 비슷한 길을 걸을 거라고 내다봤다.
그때마다 '슈돌'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의 아이들을 귀신 같이 섭외해 수명을 연장했다. 추사랑·삼둥이의 배턴을 이동국·시안(대박이) 부자가 이어받았다. 그리고 최근에는 축구선수 박주호의 자녀 나은·건후가 '슈돌'을 책임지고 있다. 박주호 가족은 8월 19일 합류한 후 조금씩 입소문을 탔다. 지난 11월 18일부터 3주 연속 시청률 상승을 기록해 11.2%까지 끌어올렸다. 나은이는 최근 박서준과 D 피자 배달 전문점 광고 모델로 발탁되며 인기를 증명했다.
하지만 현재 '슈돌'의 경쟁력은 한시적일 수밖에 없다. 아빠들의 육아 참여를 보여준다는 기획 의도는 사라졌다. 특정 가족은 '아빠와 아이의 48시간'이라는 대원칙을 깨고 엄마가 자주 출연해 시청자들의 의문을 자아냈다. 또 과거에는 육아 팁, 성장 발달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는 등 프로그램의 성격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최근엔 그 자리를 협찬과 광고가 채우고 있다.
지난 9일 방송에서 나은이는 친구들과 한 어린이화장품 전문기업 매장에 갔다. 족욕뿐만 아니라 매니큐어, 메이크업 제품 등을 체험하는 과정을 상세히 보여주며 '건강하게 예뻐지는 체험'이라는 자막을 띄웠다. 이 브랜드는 공식 SNS에 '슈돌' 방송 화면을 게재하며 광고했다. 한 시청자는 "공영 방송에서 아이들에게 외모 지상주의를 주입하는 것 같아 보여 눈살이 찌푸려졌다"고 비판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대한·민국·만세가 하차한 뒤 많은 시청자가 떠나갔듯 나은·건후를 보고 유입된 시청자들 역시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다. 스타들이 자녀를 방송에 드러내는 걸 꺼리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어 캐스팅도 쉽지 않아질 것으로 보인다. 포맷 자체의 힘을 키우지 않는다면 '슈돌' 역시 다른 육아 예능처럼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