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승부조작과 관련한 입장을 밝힌 이태양(왼쪽)과 문우람. 연합뉴스 승부조작 진실게임이 시작됐다. 전 넥센 히어로즈 외야수 문우람(26)이 승부조작과 관련, 억울함을 호소했다.
문우람은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 기자회견을 갖고 '나에게 씌워진 승부조작 브로커라는 누명을 벗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국민호소문을 발표했다. 문우람은 2016년 7월 적발된 이태양(당시 NC) 승부조작 사건 때 브로커로 지목됐다. 국군체육부대(상무) 소속이던 상태로 군 검찰에 이첩돼 바로 조사를 받았다. 브로커 A가 선물로 준 고가의 시계 등이 승부조작 브로커 일을 하고 받은 대가라는 게 수사 결과였다. 재판에서도 '유죄'가 나와 KBO 리그에서 영구실격 처리가 됐다. 하지만 기자회견에서 관련 내용을 모두 부인했다.
"난 승부조작 브로커가 아니다"
문우람 사건의 핵심은 브로커 역할이다. 검찰은 문우람이 승부조작 브로커 역할을 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태양도 검찰 조사에서 이 내용을 시인했다. 문우람에게 '승부조작 브로커'라는 꼬리표가 붙은 결정적 이유다. 그러나 이태양은 기자회견에서 '거짓 진술'이었다고 입장을 바꿨다. '수사에 협조하면 야구를 계속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검찰과 변호사, 구단 관계자의 회유에 넘어갔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검찰로부터 '문우람 계좌에서 돈이 인출돼 이태양에게 전달됐다'는 거짓 정보를 들은 뒤 브로커 A와 문우람이 짜고 본인을 속였다는 생각에 검찰의 의도대로 진술했다 게 골자다. 이태양 본인이 승부조작에 가담한 건 사실이지만, 문우람이 브로커 역할을 한 건 아니라는 주장이다.
안마방에서 승부조작 모의 했나
김경수 창원지방검찰청 특수부 부장검사는 2016년 7월 언론브리핑에서 "첫 번째 조작 경기(5월 29일) 일주일 전에 3명이 모여 범행을 모의했다"고 발표했다. 이태양은 부인했다. 22일 저녁에 브로커 A, 문우람과 만난 건 사실이다. 이태양은 '23일 새벽 A의 여자친구가 실장으로 있는 서울 송파구 B안마방에 갔는데, A가 있었다. 라면을 함께 끓여먹고 대기실에 갔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우람이 먼저 안마를 받으러 가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A가 '나 요즘 스포츠 토토 하는데 요즘 잘 하는 팀이 있냐' 물어봤고, 승부조작에 대해 이야기하는 A의 질문에 "해본 적 없다"고 답했다. 이후 차례가 돼 안마를 받고 숙소로 돌아갔기 때문에 문우람은 관련 내용을 알지 못한다는 게 이태양의 말이다. 3명이 함께 모의했다고 밝힌 창원지검 수사결과와 다르다.
왜 승부조작 브로커와 친해 졌나
문우람이 브로커 A와 만난 건 2014시즌이 끝난 뒤다. 강남의 한 클럽에서 만났고 술값을 계산해주면서 관계가 깊어졌다. 결정적 계기는 2015시즌 5월이다. 당시 문우람은 팀 선배 A에게 야구배트로 폭행을 당했다. 머리를 7차례나 맞았다.
그는 "어디에도 하소연할 데가 없었다. 뇌진탕 증세와 얼굴이 부어올라 경기를 할 수 없었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던 그 때, A가 날 자주 밖으로 불러 기분을 풀어준다며 운동화, 청바지, 시계 등을 선물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선물을 승부조작의 대가로 바라봤다. 그러나 문우람은 야구 에이전시와 매니지먼트를 준비한다는 A가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한다고 생각했다.
이태양과 NC의 진실게임
기자회견에 함께 자리한 이태양은 NC 구단에 유감을 표했다. 이태양은 "(승부조작 문제와 관련해) 구단에서 소개해준 변호사가 사건 담당 검사와 친분이 매우 두터워보였다"고 말했다. 조사 도중에 '우람이는 관여한 바가 없다'고 이야기 하면 변호사가 말을 잘랐다고도 했다. 무엇보다 '우람이와 관련된 진술을 하지 말 것을 종용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구단 관계자 C가 기자들의 연락을 받지 말라고 했고, KBO 상벌 위원회에 참석하지 못한 것도 구단이 KBO에 '선수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 게 문제라고 답했다. '(혐의를 시인하면) 군대에 다녀오면 2년 뒤 다시 받아주겠다'고도 했다며 NC의 달라진 태도를 지적했다. 기자회견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한 문우람의 친척은 "꼬리 자르기" 의혹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C는 일간스포츠와의 통화에서 관련 내용을 모두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