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 겸 가수 김준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있을 수 있어도, 그의 공연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김준수의 매력은 무대 위에서 가장 빛난다. 무대에서 발산하는 에너지와 특유의 쇳소리 그리고 바이브레이션으로 고음을 시원하게 내지르는 그의 공연은 대체가 불가하다.
그가 무대로, 공연장으로 돌아온다. 1년 9개월간의 군 복무를 마치고 이달 초 전역한 김준수는 30일부터 12월 2일까지 사흘간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컴백 콘서트 '2018 웨이 백 시아 콘서트(WAY BACK XIA CONCERT)'를 연다. 뮤지컬 복귀작도 결정했다. 5년 만에 다시 뮤지컬 '엘리자벳'에 출연해 '죽음' 캐릭터를 연기한다. 약 2년간의 공백이 있었지만, 티켓 파워는 여전하다. 단독 콘서트도 뮤지컬도 매진됐다.
제대하자마자 쉴 틈 없이 바쁜 김준수를 어렵게 취중토크 자리에 앉혔다. 5년 전 '엘리자벳' 의상이 맞을 정도로 몸무게도 얼굴도 그대로인데 그의 눈빛과 표정은 달라져 있었다. 밝아졌고 더 따뜻해졌다.
- 약 2년간의 공백이 있었는데 몸무게도 그대로인 것 같고, 외모에 변한 게 전혀 없는 것 같아요. "얼마 전에 리허설을 했는데 옷 사이즈가 5년 전이랑 다 똑같더라고요. 몸무게를 똑같이 유지해서 전역한 건 아무래도 '엘리자벳' 영향이 커요. 의경으로 지낼 때 엄청 살이 쪘어요. 인생에서 제일 높은 숫자를 봤어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앞자리 7자를 봤어요. 놀랐죠. '엘리자벳'은 특히 내가 맡은 '죽음'이라는 캐릭터는 절대 살이 찌면 안 돼요. 아무리 그럴싸한 모션을 취하고 연기해도 살이 찌면 그렇게 보이지 않는 역할이기 때문에 그 몸무게를 맞춰야 한다는 생각에 전역 4~5개월을 남겨 두고 관리했죠. 군대에서 살이 찐 건 먹는 게 낙이었기 때문이에요. 먹으면서 대원들이랑 이야기를 나누는 게 즐거웠죠. 그러다 보니 살이 쪘어요. 전역 4~5개월을 남겨 두고 식단을 조절해서 살을 뺐어요. 내무반에 같이 있는데 혼자 안 먹고, 야식 냄새를 맡으면서 참고 안 먹는 게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요."
- 무대가 그립지 않았나요. "홍보단이라 노래를 많이 했는데 아마 노래를 활동할 때보다 더 많이 했을 거예요. 근데 좀 달랐죠. 무대를 직접 세팅하고 스피커를 나르는 것까지 직접 했어요. 노래를 아무리 멋있게 해도 관객들 앞에서 기계를 해체해서 마이크 선을 돌돌 말아서 정리하는 모습까지 보여 줘야 했거든요. 예전에는 무대에서 노래하는 것에만 집중했다면 군대에 가선 무대를 세팅하는 것, 무대를 준비하는 것 등 매니저나 스태프들이 해 줬던 역할까지 다 하면서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걸 또 한 번 느꼈죠. 아무래도 마이크나 음향 시설이 뮤지컬 무대나 공연장보다 열악하기 때문에 다 갖춰진 무대에 오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고 그리웠죠. 군에서 생긴 별명이 '똥손'이에요. 머리(스타일링)를 잘 못 만져요. 내가 직접 내 머리를 만져서 무대에 올라가야 했는데 사실 그게 제일 큰 스트레스였어요. 너무 못하거든요."
- 이번 단독 공연에서 특별히 준비한 건 뭔가요. "입대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공연했던 공연장에서 다시 컴백 공연을 하고 팬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고 특별해요. 1년 9개월 동안 기다려 주신 만큼 더 땀과 열정을 녹여 낼 수 있는 무대를 준비했어요. 원래 앨범 콘서트를 할 때도 발라드와 댄스 비율이 5 대 5였는데 이번엔 3 대 7이에요. 댄스가 훨씬 비중이 커요. 죽지 않는 30대, '특특특'의 저력을 보여 줄 거예요. 연습해 봤는데 너무 힘들긴 하더라고요.(웃음) 모두가 웃을 수 있는 행복한 공연이 되길 빌고, 나도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 웃음이 왁자지껄하게 나올 수 있는 공연이 되길 바라요."
- 뮤지컬 복귀작 '엘리자벳'은 매진됐어요. 늘 공연이 매진됐지만 전역한 뒤 매진되는 건 느낌이 다를 것 같아요. "달라요. 매진이 안 될 줄 알았고 안 되더라도 공백이 있었으니까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어요. 또 공백을 떠나서 난 방송에서 어필하는 일이 없었잖아요. 나를 알릴 수 있는 창구가 너무 없다 보니까 앞으로 당연히 내려갈 일만 남았다고 늘 생각해 왔어요. 뮤지컬을 보고 팬이 돼서 가수로 서는 공연을 보러 오는 팬은 있지만, 방송 매체를 통해 나를 알게 되고 나를 좋아하게 되는 경우는 6년 동안 아예 없었던 거잖아요. 그래서 내리막길을 걷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살아왔기 때문에 매진에 연연해하지 않았어요. 그전까지 받은 사랑이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기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이번에 매진된 걸 보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 왜 내리막길을 걷는다는 생각을 하게 됐나요. "처음 소속사를 나오면서부터 그런 생각을 하게 됐죠. 요즘에는 신비주의가 안 먹히는 세대고 더 공개해야 하는데 방송에서 날 보여 줄 기회가 없었잖아요. 날 보여 줄 만한 방송 창구가 있었다면 지금 상태를 유지라도 할 텐데 그게 아예 없었으니까 하락할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 거죠."
- 하지만 공연장 사이즈가 작아졌거나 뮤지컬 섭외가 안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그 반대잖아요. "가끔 방송을 못 해서 느껴지는 주변 환경의 변화가 있어요. 얼마 전 뮤지컬 '엘리자벳' 연습을 하고 강홍석 형이랑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갔는데 (강)홍석이 형한테만 사인을 받더라고요. 드라마를 보고 팬이 됐다면서요. 난 옆에 그냥 서 있었어요. 그런 것에서도 변화를 느끼죠."
- 뮤지컬 배우 겸 연기자인 강홍석씨와 사촌누나가 결혼했죠. "(뮤지컬 배우) 정선아 누나가 두 사람과 친해서 소개시켜 줬어요. 평소 좋아하는 형이 가족이 돼서 좋아요. 또 친척 중에서 제일 친했던 사촌누나고, 친척이라고 하기엔 너무 가까운 존재인 누나랑 형이 결혼해서 좋아요. 누나는 학창 시절에 여행도 같이 갔고, 우리 집안이 힘들었을 때도 옆에서 도와주고 같이 놀고 그랬어요. 친척 누나라고 하기엔 너무 가까운, 정말 친누나 같은 존재인데, 둘이 결혼해서 기뻤죠."
-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 결혼하고 싶지 않나요. "(결혼)하고 싶긴 해요. 언제 하겠다는 건 아니고, 때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하고 싶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