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완벽한 타인(이재규 감독)'은 올해 극장가 최고 반전의 주인공이다. 11월 비수기에 5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순제작비 38억원으로 일군 놀라운 성과. 개봉 후 한달 가까이 지나고 있지만 여전히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진정한 콘텐츠의 힘이 제대로 통했다. 네 명의 남자, 세 명의 여자가 한 자리에 모여 휴대폰의 모든 것을 공개하는 게임을 한다는 신선한 이야기로 시선을 끌었고, 긴장감 넘치는 대사와 배우들의 열연, 현대 사회를 관통하는 메시지로 관객을 완벽하게 사로잡았다.
이 영화는 필름몬스터의 첫 작품이다. 2015년 이재규 감독과 박철수 대표가 처음 설립해 3년간 준비한 작품.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렇고 그런 흥행 법칙을 거부하는 두 사람이 모여 흥행 반전을 만들어냈다.
-필름몬스터의 첫 영화인데 반응이 좋다. "감사하다. 사람들의 취향은 독특해서 획일적으로 영화를 만들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
-흔한 흥행 코드를 따르지 않으며 다양성을 추구했다. "영화가 가져야 할 미덕이 많다고 본다. 그간 투자사에서도 10년간 일했고, 60여편의 영화를 투자 배급했다. 상업이란 이야기를 붙이면 투자금 회수의 의무감이 생긴다. 어떻게 두 마리 토끼를 같이 잡을까 생각했다. 따로 떨어져있지 않다고 여겼다. 다만, 상당히 새로워야 할 것 같았다. 이 영화를 기획하고 제작하게 된 것도 신선하고 남다른 내용들이 출발점이 됐다. 구슬이 서말이라고 꿰어야 보배인데 감독님과 배우들이 잘 해줬다. 꼭 흥행을 해서 개별적으로 다음 프로젝트를 고민할 시드 머니가 돼 재투자가 이뤄졌으면 좋겠다."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5주 안에 한정된 공간에서 쥐어짜듯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 같다. 제작의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비용을 나름 최적화했다고 생각한다. 중저예산 영화가 활성화돼서 1000만 영화 하나보다는 500만 영화 두세개, 300만 영화 두세개가 나와야 한다고 본다. 손익분기점 넘는 영화가 지금보다 많아져야 한다."
-중저예산 영화에 대한 욕심이 큰 것 같다. "그런 작품을 지속적으로 만들고 싶은 열의가 있다. 이번 작품이 잘되고 다음 작품까지 잘 되면 중저예산 영화의 크루들이 같이 할 수 있는 영화들을 만들고 싶다."
-화려한 캐스팅의 비법은 무엇인가. "인복도 있는 것 같다.(웃음) 작품에 관한 확신이 있어서 출연을 결정한 배우 분도 있고, 설득을 통해 한 분도 있다. 특히 유해진을 오래 설득했다. 상황과 캐릭터에 대한 본인의 의문점이 있었던 것 같다. 감독님과 유해진 두 사람의 긴 질의응답 끝에 출연이 성사됐다.운이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
-제작사의 공동 대표인 이재규 감독과 역할을 어떻게 나누나. "감독님은 주로 연출에 주력한다. 나는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눠 합의된 내용으로 사업적인 부분에서 일한다."
-'완벽한 타인'을 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시나리오가 한달반 만에 쓰여졌다. 창립작으로 히어로물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시나리오를 3년간 쓰고 있다. 그것에만 매달릴 수 없으니 우리 제작사에서 제작하기로 한 작품을 이재규 감독님이 '내가 연출하면 안되냐'고 해서 이걸 먼저 만들게 됐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좋은 시나리오를 만들어준 작가님에게 감사드린다."
-'완벽한 타인'은 'SNL' 출신 작가의 시나리오로 만들어진 영화다. "상당히 많은 영화의 시나리오도 쓴 각본가다. 작가님이 쓴 시나리오 하나를 보고 확신이 들었다. 작가님에게 '작가님의 대표작을 만들어주겠다'고 말했다.(웃음)"
-각 인물에 실제 인물의 특징이 묻어 있다고. "나는 속초가 고향이다. 자연스럽게 그런 이야기가 영화에 녹아들었다. 사기를 당한 조진웅 캐릭터는 이재규 감독을 닮았다. 집사람에게 못살게 굴고 완고하고 고지식한 건 내 모습인 것 같다. 하하하."
-감독과 제작자로서 이재규 감독과 부딪치지는 않았나. "엄청 싸운다. 감독과 제작자로서 당연히 상충되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제작자는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 뿐 아니라 돈과 시간의 약속을 지키야 한다. 그런 걸 지키다보면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
-이재규 감독과 함께 만들 히어로물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감독님과 내가 스스로 만족하거나 확신이 들기 전까지는 누구에게도 시나리오를 보여준 바 없다. 우리 회사의 숙원 사업이다. (히어로 영화는) 역시나 어렵더라. 제작비도 최소한 100억원대 이상이 되지 않을까싶다."
-OCN 드라마 '트랩'도 제작한다. "이재규 감독님이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이서진, 성동일 등이 출연하는 장르물이다. 드라마 30~40% 정도 됐다. 이서진은 진짜 연기자다. 두 작품을 같이 해보면서 느낀 점은. 이서진이 정말 성싱하다는 것이다. 촬영 준비도 정말 많이 해오고, 가리는 게 없다."
-이서진에게 신뢰를 갖고 있는 듯하다. "좋은 배우다. 광고를 많이 찍지 않나. 나쁜 놈 역할이 불편하거나 두려울 수 있다. 그런데 이서진은 전혀 그렇지 않다. 작품의 캐릭터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몰두하고 구현하는 것에만 최선을 다한다."
-영화와 드라마, 멀티가 가능한 제작사로 성장하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를 잇는, 하이브리드 콘텐츠를 기획 개발한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미래 산업이 지향할 수 있는 OTT 콘텐츠를 잘 만드는 회사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