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서강준(25)과 이솜(28)이 '제3의 매력'을 통해 12년의 연애 대서사시를 선보였다. 스무 살 풋풋한 첫 연애의 시작부터 서른두 살보다 성숙해진 인간으로서의 성장 과정을 담아냈다. 스물의 봄, 스물일곱의 여름, 서른둘의 가을과 겨울 이 여정을 함께하며 서강준과 이솜은 한 뼘 더 성장,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 줬다.
지난 17일 JTBC 금토극 '제3의 매력'이 종방됐다. 전작인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의 후광효과를 누리며 시작했다. 최고시청률은 4회가 기록한 3.374%(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였다. 최종회는 2.934%로 막을 내렸다. 다소 아쉬움이 남는 수치다. 좀처럼 4%대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초반엔 신선하게 다가왔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미용 기술을 배우기 위해 미용실에 출퇴근하는 이솜(이영재)과 수학적 계산 능력이 뛰어난 엘리트 공대생 서강준(온준영)이 지하철 성희롱 사건으로 엮이게 됐다. 불의를 보면 앞뒤 가리지 않고 폭발하는 이솜과 이와 상반된 소심남 서강준은 극과 극이었다. 하지만 서로의 '다름'에 끌렸고 그렇게 사랑에 빠졌다. 현실의 높은 벽으로 단 하루 만에 헤어졌다. 울며불며 콧물, 눈물을 짜내는 파마머리 서강준의 모습은 참으로 웃펐다.
서강준은 잘생김을 내려놨다. 과감하게 망가졌다. 극 중 캐릭터의 귀엽고 순수한 모습에 반했다는 서강준은 입이 튀어나온 스무 살 온준영을 표현하기 위해 교정기를 착용했다. 여기에 파마머리까지 곁들어져 '못생김'을 연기했다. 소심한 성향의 온준영을 화면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서강준이 아닌 온준영이었다. 그 모습에 함께 울고 웃었다.
무엇보다 성숙해진 내면 연기와 눈빛이 압권이었다. 스물일곱 살 12월 31일 이솜과 우연히 재회했을 때 "나쁜 년"이라고 읊조리면서도 시선을 떼지 못했다. 첫사랑에 대한 그리움과 원망, 설렘이 공존하는 눈빛이었다. 그리고 모든 시련과 아픔을 견뎌 낸 서른둘엔 깊이가 있었다. 감정의 소용돌이가 몰아치는데 그 과정을 묵묵히 견뎌 내면서도 힘겨워하는 모습이 심금을 울릴 만큼 강하게 다가왔다. 전작 KBS 2TV 드라마 '너도 인간이니'에서 1인 4역을 방불케 하는 하드 캐리 연기로 인정받았다면, 차기작으로 택한 '제3의 연애'에선 현실 연애의 민낯을 솔직 담백하게 그려 냈다.
이솜 역시 '제3의 매력'을 통해 차세대 멜로퀸으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2010년 영화 '맛있는 인생'을 시작으로, 영화 '마담 뺑덕' '좋아해줘' '그래, 가족' '대립군', 드라마 '유령' '이번 생은 처음이라' 등을 거치며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아 온 이솜. 이번 작품에선 앞뒤 가리지 않는 화끈한 여자 이영재로 분해 서강준을 쥐락펴락했다. 스무 살, 스물일곱 살 이영재는 솔직한 모습이 매력이었다. 실제 이솜의 모습과 흡사해 캐스팅을 결심했다는 표민수 PD의 말처럼 극에 잘 녹아들었다. 서른둘엔 딸을 잃고 처절한 슬픔 속에 살아가는 엄마의 모습으로 수놓았다. 삶을 살아가야 할 의욕조차 잃은 모습이었다. 실제 미혼인 이솜이 소화하기에 벅찬 역할이었을 수 있지만, 초점 없는 눈동자로 내면의 아픔을 실감 나게 표현했다. 친오빠 이수재 역의 배우 양동근, 절친한 언니 백주란 역의 배우 이윤지와도 시너지가 좋았다는 평을 받았다.
다소 시대와 맞지 않은 촌스러운 설정과 주인공 캐릭터에 대한 호감이 반감되는 지질한 요소로 일부 아쉬움을 남긴 '제3의 매력'. 그럼에도 표 PD가 "배우들의 힘을 믿고 시작했다"고 밝힌 것처럼 그 힘을 느낄 수 있었던 작품임엔 틀림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