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관객을 찾아오는 '여곡성'은 원인 모를 기이한 죽음이 이어지는 한 저택에 우연히 발을 들이게 된 옥분(손나은)과 비밀을 간직한 신씨 부인(서영희)이 집안의 상상할 수 없는 서늘한 진실과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동명의 1986년작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서영희, 손나은, 이태리, 박민지 등이 출연하며 '마녀(2013)'의 유영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한국 공포영화의 마스터피스라 불린 원작을 2018년 버전으로 바꿨다. 지렁이 국수 장면 등 3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장면들이 부활했다. 세월이 흐른 만큼 CG가 자연스러워졌고 적외선 카메라 촬영 기법 등 원작에서는 볼 수 없었던 연출도 등장한다.
그러나 원작의 공포에는 못 미친다. 현대적 감성을 더했다고는 하나 역부족이다. 여인의 한 등 영화가 담아낸 정서가 요즘 세대들에게는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마치 2000년대 방송된 TV 시리즈 '전설의 고향'을 스크린에서 보는 듯한 느낌이다. 며느15세 이상 관람가로 맞추다보니 잔인하거나 공포스러운 장면과 분장이 편집된 점도 아쉽다.
배우들은 열일했다. 특히 서영희의 내공이 돋보인다. 공포와 스릴러 전문 배우로 불리는 그는 '여곡성'에서도 장기를 발휘한다. 여배우로서는 쉽지 않았을 법한 분장도 감행했고, 인물의 극단적인 변화를 잘 표현한다.
이번 영화로 스크린 첫 주연에 도전한 손나은은 다소 아쉬운 연기를 보여준다. 물론, 처음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관객의 몰입에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다.
'여곡성'이 원작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손나은이 무사히 영화배우로 안착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