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책도 경기에 일부다. 운도 마찬가지다. 때로는 공평하게 주어진다. 취하는 쪽이 웃을 뿐이다.
준플레이오프(PO) 3차전은 드문 장면이 많이 나왔다. 한화와 넥센 모두에 한 번 씩은 유리하게 작용했다. 첫 번째 장면은 이전가지 포스트시즌에서 두 번밖에 나오지 않았다. 삼중살이다. 한화는 2회 공격에서 상대 선발 제이크 브리검을 흔들었다. 선두타자 이성열이 볼넷으로 출루한 뒤 김태균, 하주석, 최재훈이 모두 안타를 치며 2득점 했다.
최소 추가 1득점이 기대되는 상황에서 후속 타자의 결과 뒤 공수교대가 이뤄졌다. 김회성의 좌측 선상 타구가 넥센 3루수 김민성의 정면으로 향했다. 직접 베이스를 밟는데 채 1초도 걸리지 않았다. 이후엔 무난한 연계 플레이가 이어졌다. 3루수는 2루수, 2루수는 1루수에 연결했다. 한화의 1루 주자와 타자는 모두 아웃됐다.
1루 주자의 득점을 막거나 실현 가능성이 있는 번트에 대비하기 위해 3루수가 선상에 붙어 수비를 했다. 수비도 잘했지만 운도 따른 게 맞다.
넥센은 이어진 공격에서 득점하지 못했다. 1사 뒤 임병욱이 볼넷으로 출루했지만 후속 두 타자가 모두 범타로 물러났다. 다시 한 번 따른 운도 잡지 못했다. 4회 선두타자 박병호가 평범한 땅볼을 쳤지만 한화 3루수와 유격수가 제대로 콜 플레이를 하지 않았고 악송구가 나왔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도 선발 장민재를 흔들지 못했다. 후속 세 타자가 삼진과 범타로 물러났다.
한화는 2-0로 앞선 채 맞은 5회 수비에서 동점을 내줬다. 잘 던지던 장민재가 선두타자 볼넷 뒤 희생번트를 허용했고, 서건창에게 적시타를 맞았다. 2사 뒤 등판한 이태양은 제리 샌즈에게 적시타를 허용했다.
이 상황에서 제러드 호잉이 6회 2사 뒤 나선 세 번째 타석에서 솔로 홈런을 치며 분위기를 가져왔다. 그러나 지키지 못했다. 이번엔 한화에서 운이 따랐다.
1사 1루에서 김민성을 상대한 이태양은 볼카운트 1-1에서 3구로 포크볼을 던졌다. 타자의 배트가 나오긴 했지만 스윙으로 인정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우효동 구심이 스윙을 선언했다. 윤상원 1루심은 인정하지 않았다. 타자는 분개했고 어필까지 했다. 이태양은 유리한 볼카운트를 유지했다. 그리고 투수 앞 땅볼까지 유도했다. 더블아웃을 노릴 수 있는 기회였다.
이 상황에서 실책이 나왔다. 몸의 균형이 흔들린 상태에서 2루 송구를 했고 크게 벗어났다. 주자는 3루까지 향했다. 구원투수 김범수는 2사 뒤 김재현과의 승부에서 폭투를 범하며 동점을 내줬다.
넥센은 8회 공격에서 1사 1·2루 기회를 맞고도 득점하지 못했다. 박정음의 강습타구가 1루수 정면으로 향했고 주자까지 협살로 아웃됐다. 한화 1루수 정근우의 수비가 좋았다.
승부는 결국 집중력에 갈렸다. 9회초 1사 1루에서 김태균이 이보근으로부터 우중간 적시타를 쳤다. 팀의 주축 타자와 셋업맨의 대결이었다. 마무리투수를 아낀 한화는 9회 수비에서 리드를 허용하지 않았고 결국 4-3으로 승리했다. 벼랑 끝에서 탈출했다.
이번 포스트시즌도 실책성 플레이와 변수가 발생하면 무너지는 장면이 나왔다. 이날 두 팀은 수차례 버텨냈다. 개별 플레이에 아쉬운 장면은 있었지만 전체 흐름은 팽팽했다. 고척돔을 가득 메운 관중들도 긴장감 넘치는 경기를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