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내릴 때처럼 차분하기보다 성격상 악 하고 소리를 지르고 땀을 흘리는 게 내게 더 맞다."
즉석에서 커피를 전문적으로 만들어 주는 '바리스타'로 생활했다. 그러다 코트가 그리워 2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IBK기업은행의 백목화(29)에게 오는 22일 개막하는 2018~2019 V리그 여자부 개막이 더욱 특별한 이유다.
백목화 "새롭고 기대된다"
백목화는 2015~2016 시즌이 종료된 뒤 은퇴를 선언했다. 이후 서울 북촌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바리스타로 전업했다. 마음은 홀가분했다.
그래도 15년 넘게 땀과 눈물을 흘린 코트다. 오후 5시, 카페에서 TV 중계를 통해 배구를 챙겨 보곤 했다. GS칼텍스의 홈구장인 장충체육관에 들러 관중석에서 경기를 본 적도 몇 차례 있다. 어느 날 카페로 구단 직원이 찾아와 입단 계약을 제안했고, 백목화는 고심한 끝에 코트로 복귀하기로 결심했다. 백목화는 18일 열린 여자부 미디어데이에서 "지금까지 훈련이 힘들어서 '괜히 돌아왔나' 싶을 때는 없었다. (쉬었던 만큼) 마음대로 안 되면 괜히 복귀해 '사서 고생하는 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면서도 예전같이 밝고 행복한 미소를 보였다.
레프트 공격수인 백목화는 2007년 프로에 입단했다. 2014 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 국가대표로 뛰었고,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2~2013시즌에 기량발전상을 수상했고, 2013~2014시즌에는 서브득점 1위에 올랐다. 지난 8월 여자부 컵대회를 통해 코트 적응과 컨디션 점검을 마쳤다. 그는 "2년간의 공백기가 있어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면서 "데뷔 팀은 아니지만 7시즌 동안 뛴 KGC 인삼공사가 아닌 새로운 팀에서 시즌을 맞아 새롭고 기대된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6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이끈 IBK기업은행의 이정철 감독은 훈련을 많이 시키는 것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백목화는 "그런 소문에다 적지 않은 나이에 복귀한 거라 걱정이 많았다. 실제 겪어 보니 정말 필요한 만큼의 훈련량이다. 그 이상 실시하지 않는다"며 "IBK기업은행이 좋은 성적을 꾸준히 내 왔다. 내가 일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부터 실시된 경기 시간 변경과 관련해서 "오후 5시 경기 시작 당시에는 팬들께서 퇴근한 뒤 경기장을 찾기 어려웠는데, 오후 7시로 바뀌는 만큼 관중에게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챔피언 도로공사·꼴찌팀 흥국생명 우승 후보
이번 시즌 경계팀 1순위로 흥국생명이 떠올랐다. 18일 미디어데이에서 박미희 감독을 제외한 5개 팀 사령탑이 '우승하기 위해 가장 경계해야 하는 팀'으로 흥국생명을 손꼽았다. 지난 시즌 최하위에 그친 흥국생명은 비시즌 동안 센터 김세영과 윙스파이크 김미연을 FA로 영입했다. 김종민 한국도로공사 감독과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흥국생명이 전력 보강을 알차게 했다. 공격력과 높이가 좋아졌다"고 했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5개 팀 감독이 말을 맞춘 것 같다"면서도 "예상이 빗나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통합 우승을 차지한 한국도로공사도 여전히 우승 후보로 지목됐다. "김종민 감독이 엄살을 부리는 것 같다"고 한 이정철 감독을 비롯, 차상현 GS칼텍스·서남원 KGC인삼공사 감독·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이 우승 후보로 손꼽았다.
한편 지난 시즌 봄 배구를 경험한 3개 팀(도로공사·기업은행·현대건설)은 비시즌 동안 소속팀 선수들의 대표팀 차출로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 시즌 초반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오후 5시→7시 경기 시간 변경
지난 시즌 처음으로 남자부와 여자부를 분리 운영한 KOVO(한국배구연맹)는 이번 시즌엔 경기 시간도 변경했다. 지난 시즌까지 평일 오후 5시에 시작했던 여자부 경기가 올 시즌부터 7시로 바뀌었다. 수요일에 남자부(주 6일)는 휴식을 갖는 반면, 여자부(주 3일)는 2경기를 소화한다. 주말은 기존대로 오후 4시에 열린다.
배유나(한국도로공사)와 한수지(KGC인삼공사)는 "경기 종료 시간을 고려하면 다소 부담은 있지만, 더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을 수 있어 좋다"고 반겼다. 쌍둥이 이재영(흥국생명)-이다영(현대건설)은 "평소 야간 운동을 하면 컨디션이 더 좋은 날이 많았다"며 "점프력도 더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공통 의견을 냈다.
이런 변화는 여자 배구의 인기와 흥행 확인과 직결된다. 선수들은 자신감을 보였다. 이다영과 한수지는 "아기자기한 여자 배구가 파워풀한 남자 배구와 경쟁에서 조금 더 앞서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배유나는 "비시즌 국제대회를 보면 여자배구의 인기가 높아졌다고 실감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