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다른 사실. 그런데 비판이 아닌 환호를 받고 있다. 9일 방송된 tvN 토일극 '미스터 션샤인'에서는 김태리(고애신)가 김의성(이완익)을 총살했다. 극중 김의성은 가장 악명 높은 매국노라는 설정으로 이완용·이하영 등 당대 유명한 친일파를 적절히 섞은 가상의 인물이다. 김태리 부모 진구(고상완) 김지원(김희진) 등 자기 눈에 거슬리는 사람은 무자비하게 죽이고 일본 권력자에게 아첨하며 조선을 팔아넘기는 데 앞장섰다. 드라마에서 묘사된 김의성의 악행에 실제 친일파 만행으로 쌓인 공분이 더해지며 최고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김의성이 아무리 가상의 인물이라 하나 역사적 인물에서 모티브를 따왔다면 사실을 왜곡해선 안 된다는 우려가 대두됐다. '미스터 션샤인'이 일부 가상의 단체와 인물을 다룬다고 고지했더라도 1900년대 시대적 상황을 반영했다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도 있다.
하문식 세종대 역사학과 교수는 "사람들의 역사적 인식 수준이 높다. 제작자들은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다'라고 주장하지만 역사는 역사다. 아무리 가상의 인물을 내세웠어도 역사를 픽션으로 몰아가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또 주변국에서 벌어지는 역사 왜곡에 동조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주제의식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정 평론가는 "김의성이 죽으면서 '나 하나 죽인다고 해결될 것 같냐'고 묻는데 그 말처럼 친일파는 한 명이 아니다. 그렇기에 김의성이 암살당했다는 사실보다 어떤 메시지를 주느냐가 중요하다. 이병헌(유진 초이)이 '내주지 말고 끝까지 싸우라'고 했는데 결국 우리 역사의 아픔은 친일파들이 일본에 내준 것이 뺏긴 것보다 크다. 이런 부분을 다루면서 메시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태웅 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미스터 션샤인'은 스스로 정통 사극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드라마의 상상력을 시청자가 고려하며 봐야 한다. 또 실제 역사에 이재명 의사가 이완용을 칼로 찔러 거의 죽을 뻔한 일도 있다. 의병이 친일파를 꾸준히 공격했다는 건 거짓이 아니기 때문에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봐야 한다. 그런 것까지 역사 왜곡이라고 공격한다면 문학의 상상력과 개연성을 무시하는 꼴이 된다. 가상의 인물이 있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다면 더더욱 드라마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시청자들은 이런 판타지를 반기고 있다. 한 시청자는 "김남희(모리 타카시)도 가상의 인물이니 누구보다 잔인하게 죽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또 다른 시청자는 "김의성 같은 앞잡이와 그를 처단하려는 의병이 있었고 그런 싸움을 통해 힘겹게 되찾은 우리나라라는 걸 보여주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