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이 막을 내렸다. 가장 뜨거운 이슈를 몰고 온 것은 메달을 목에 건 환희와 감동, 메달에서 탈락한 시련과 눈물이 아니었다. '병역 특례'라는 키워드가 줄곧 배회했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 병역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한국이 몇 개의 금메달을 땄고, 스포츠 강국으로서 얼마나 위상을 높였는지보다 어떤 선수, 몇 명의 선수가 병역 면제 특례를 받을 수 있는지가 더욱 큰 관심을 받았다. 아시아의 선린, 대회를 통한 아시아권의 연대 등 아시안게임의 본질은 휘발됐다. 병역 면제 혜택을 위한 대회로 전락했다고 보는 이들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아마추어 종목 선수들의 초심은 그대로다.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해 뛰었다. 이미 병역 면제를 받았던 이들도 다시 도전하며 국가의 위상을 높였다. 그들에게 보내는 찬사는 아깝지 않다.
그렇지만 아시안게임의 초심을 가지고 임하는 이들 대부분은 철저한 무관심 속에서 대회를 치러야 했다. 뜨거운 관심을 받은 이들은 '프로' 선수들이었다. 병역 혜택 논란을 일으킨 이들도 바로 프로 선수들이었다.
논란의 중심에는 야구대표팀이 있다. 오지환(LG 트윈스) 박해민(삼성 라이온즈)의 대회를 앞둔 '움직임'이 그 시발점. 경찰청, 상무 입대를 포기했다. 뽑아 준다는 보장도 없는데 이런 작위적 결정을 내리면서 비난을 자초했다. 야구는 아시안게임에 나서면 금메달이 매우 유력한 종목이다. 한국은 프로가 총출동했다. 사회인 야구인들이 주를 이룬 일본·대만과 확연히 차이가 났다. 우승하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봐도 병역 면제 혜택을 노리는 이들이 당당히 선발됐다. 단순히 이들의 활약상, 대만과 상대하면서 보여 준 무기력함 등 플레이 자체에 팬들과 국민들이 분노했을까. 아니다. 선발 과정의 불투명함을 노린 선수들이 일탈을 감행했고, 이는 곧바로 목소리가 높은 구단들의 짬짜미에 의한 선발로 이어졌으며 기다렸다는 듯 느슨한 플레이로 이어졌다. 명백한 '무임승차'다. 병역 면제 혜택을 받아 프로에서 더 많은 부와 기회를 누리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금메달 이전에 공정한 선발과 과정을 원했던 팬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야구대표팀은 그래서 금메달을 획득하고도 환호받지 못하는 유일한 대표팀이라는 불명예를 안아야 했다. 동반 성장과 투명한 행정을 일선으로 내걸었던 정운찬 KBO 총재는 시상식에서 선수들에게 메달을 걸어 주면서 도대체 어떤 생각을 했을까.
프로 선수로 구성된 축구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한국 축구가 아시아의 강호긴 하지만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것은 쉽지 않다. 1978 방콕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한 뒤 원정에서 40년 만에 금메달을 획득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투혼과 투지를 한 경기 한 경기 치르면서 선보였다. 과정도, 내용도, 결과도 좋았다. 황의조와 관련된 '인맥 축구' 논란이 나오자마자 묻지도 않았는데 김학범 대표팀 감독은 배수진을 치며 자신의 선발 원칙을 설명했고, 이번 대회에서 그대로 웅변했다. 국민들의 갈채와 함께 당당히 병역 면제 특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축구도 '손흥민 병역 면제를 위한 대회'로 인식된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슬프게도 한국의 금메달 위에 손흥민 병역 면제 특례가 자리를 잡고 있다. 이 부분이 없었다면 이렇게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병역 면제 특례가 없었을 경우 손흥민이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이유도 없다. 이란과 일본 등 아시아 강호들이 U-21 대표팀으로 꾸려 미래를 계획한 것과 다른 모습이다. 이번 대표팀뿐이 아니다. 그동안 한국이 아시안게임에 대부분 와일드카드(23세 이상 선수) 3명을 모두 활용하며 최정예 멤버로 꾸린 것은 병역 특례와 무관하지 않다.
축구처럼 좋은 병역 면제든, 야구처럼 나쁜 병역 면제든, 아시안게임 이후 병역 면제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여기저기서 체육인들의 병역 면제 제도를 개정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시간이 지났고, 환경이 바뀌었다. 변화가 불가피하다. 국제 스포츠 대회 성적과 국가의 품격, 국위 선양을 같은 선상에 놓고 보는 시각이 더 이상 공감받지 못하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병역 면제 제도를 현실의 눈높이에 맞춰, 국민들의 공감을 살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어떤 방법이 국민들의 공감을 받을지 앞으로 꾸준한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국민들에게 박수받을 수 있는 군 면제 제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국가를 위해 뛴 가치를 인정받아야 하고, 무임승차가 없어야 하며, 형평성에도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고도 비난받는 대표팀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