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 1루 더그아웃. 2019 신인 드래프트 해외파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선수 9명과 각 구단 스타우트팀 관계자들이 기량 점검을 마친 뒤 한자리에 모였다. 질의 응답을 통해 세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다. 유독 한 선수에게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우완 사이드암 투수 한선태(24)였다.
프로필에 기입된 출신교는 야구부가 없는 학교였다. 현재는 일본 BC리그(독립리그) 도치기 골든브레브스 소속. 한선태는 "학창 시절에는 캐치볼만 했다"고 답했다. 다른 스카우트도 경력에 대한 질문을 했다. 이내 "대단하네"라는 감탄이 터졌다.
학창 시절 야구부에 소속된 적이 없는 비선수 출신이다. 다소 마른 체격(키 184cm·몸무게 78kg)도 매력적이지 못했다. 그러나 투구는 인상적이었다. 최고 구속이 시속 145km까지 나왔다. 구위도 좋았다는 평가다. 이력을 비웃는 실력과 흥미를 자아내는 잠재력. 하재훈, 이학주 등 해외파 출신보다 먼저, 더 많은 질문을 받은 이유다. 참관한 한 스카우트는 "공을 제대로 던진 기간을 감안하면 흔하지 않은 자질을 갖춘 선수라고 생각된다. 순간적으로 힘을 쓰는 능력은 타고 났을 수 있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팀에 소속돼 야구를 한 것은 2년에 불과하다. 중학교 2학년까지는 야구는 관심도 없었다고 한다.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을 본 뒤 흥미를 가졌고 친구들과 캐치볼을 하며 야구에 매료됐다. 부천 공고 1학년 때는 야구부가 있는 부천고를 찾아가 입단 테스트를 신청했다. "(이제 시작하기는)너무 늦었다"는 답을 받았다. 야구 선수가 되고 싶은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금형 공장에서 실습을 하던 3학년 때는 독립 야구단 고양 원더스에서 비선수 출신 선수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참가를 신청했다. 이때도 테스트는 통과하지 못했다.
이후 사회인야구에서 실전 경험을 쌓았고 군 복무도 했다. 이때까지 그는 그저 야구를 좋아하는 일반인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독립 구단 파주 챌린저스에 입단한 뒤 기량이 급성장했다. 한선태는 "언더핸드로 던질 때는 시속 116~118km였지만, 팔을 올려 스리쿼터로 던지기 시작한 뒤엔 142km까지 올랐다"고 전했다. 비선출에 정통파 유형이 아닌 투수가 기록하지 어려운 구속이다. 스카우트들이 놀란 지점이기도하다.
일본 독립 리그 팀에는 올해 입단했다. 선수들의 훈련과 독립 구단 입단은 돕는 야구 아카데미 대표가 프로 선수와 비교해도 천부적인 운동 능력을 눈여겨봤고 일본행을 주선했다. 현재 소속팀엔 소프트뱅크와 라쿠텐에서 뛰었던 한국인 투수 김무영이 투수 코치로 있다. 기량을 가다듬을 수 있었고 구속도 146km까지 끌어올렸다. KBO리그 무대에 입성하고 싶은 바람 커졌고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다. 이대은, 이학주 등 1라운드 지명이 분명한 선수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발휘했다.
비범한 자질에 대해 묻자 한선태는 "다른 선수들보다 야구를 한 시간이 짧다 보니 훈련도 항상 재미있다. 내 장점은 습득력이라고 생각한다. 굳어진 버릇도 없고, 빨리 고칠 수 있다. 야구가 너무 재미있고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며 웃어 보였다.
현재 리그에서의 성적은 1승 평균자책점 7.02에 불과하다. 한 스카우트는 "직구 구위는 분명히 인상적이지만, 체인지업 등 변화구의 경쟁력은 떨어진다"는 평가도 내렸다. 지명은 장담할 순 없다. 그럼에도 이색 이력과 자질로 존재감을 드러낸 건 분명하다. 트라이아웃 본연의 의미에도 부합하는 선수였다. 그가 초라한 이력을 딛고 프로 무대에 입성할 수 있을까. 신인 2차 드래프트에 흥미 요소가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