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시장 '유종의 미' 주인공은 이성민(51)이 될 전망이다. 영화 '공작(윤종빈 감독)'과 '목격자(조규장 감독)' 두 편으로 극장가 최대 성수기라 불리는 여름시장 문을 두드린 이성민은 '공작'으로 개봉 2주차 박스오피스 1위를 선점하더니 '목격자'를 통해 개봉 첫주 1위까지 가뿐하게 성공했다. 현재 박스오피스 1·2위가 모두 이성민 주연작이다. 특히 이성민이 원톱 주연으로 나선 '목격자'는 스케일 면에서 여름시장 최약체로 평가 받았지만, '믿고보는 스릴러', '작은 고추가 맵다'는 가능성을 증명시키며 최대 복병이자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이성민에 의한, 이성민을 위한 그림이 '아름답게' 완성됐다.
오랜 무명 세월을 거쳐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연기' 하나로 주목받기 시작한 이성민은 영화 한 편을 이끄는 주인공을 넘어 흥행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배우로 그 존재감을 넓히고 있다. '공작'에서는 북한 대외경제위 처장으로 완벽한 영화적 캐릭터를, '목격자'에서는 살인사건과 살인마를 목격한 이 시대 가장으로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을 소화해낸 이성민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물 오른 연기력과 함께 '이성민 전성시대'를 활짝 열었다. 그럼에도 정작 본인은 "후회스러운 연기가 많다"며 반성의 속내를 내비쳐 그 겸손함을 엿보이게 했다.
그토록 무서워 한 강아지가 귀엽게 보일 정도로 작품을 통해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이성민이지만, 안정적으로 자리매김한 선배 라인에서 후배들에 대한 내리사랑은 여전하다. '목격자'에서 함께 호흡맞춘 곽시양은 나이로 따지면 이미 30대에 접어 들었지만 이성민에게는 그저 '애기'로 보일 뿐이다. 현장에서 짜장라면을 슥슥 끓여준 것도, 혹여 부담감을 너무 깊게 느낄까 최대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준 것도 모두 이성민이었다. 곽시양에게는 복 받은 첫 상업영화 현장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런 이성민을 보유하고 있는 충무로도 복 받았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 후반부 스토리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애초 시나리오에 다 있었던 내용이다. 예상했던대로 나왔다. 아쉬움이 있다면 연기에 대한 아쉬움이다. 놓친 부분들이 보이더라. 반성했다."
- 산사태 신에 대한 호불호가 제일 큰 것 같은데. "산사태 역시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생긴 현상이다. 그 '현상'으로 최종 '결론'이 맺어진다. 이 영화의 주장과 맞아 떨어지는 부분 중 하나다. 결과적으로 범인이 죽었는지 안 죽었는지는 보여주지 않지만 죽어야 마땅하지. 그 극악무도한 살인마를 살려서 구속시키고 밥 먹이는 것이 의미 있을까? 쳐 죽여도 속이 시원하지는 않겠지만 우리 영화가 15세 관람가니까(웃음) 그 정도에서 처리하는게 제일 나았던 것 같다. 유린하고 매장한 그 많은 사람들이 묻힌 그 곳에 결국 본인도 묻히는 것이다."
- 추위 말고 힘든 점은 없었나. "아무래도 흙탕물에서 뒹굴다 보니 몇 달 동안 귀를 파면 계속 까만 흙이 나왔다. '병원에 가볼까' 생각할 정도였다. 땅이 얼어서 춥긴 추웠는데 난 더 춥게 촬영한 적도 많아서.(웃음) 거기에서 짜파게티 끓여주면 (곽)시양이는 먹고 자고 했다."
- 가족과 범인이 한 프레임에 담겼을 때 공포가 굉장히 크게 다가왔다. "정말 고민을 많이 했던 신이다. '어떻게 설득력을 가질까' 부터 영화 속 답은 정해져 있지만 '실제 목격자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난 무슨 표정을 짓으며 연기해야 하나' 현실과 작품의 경계를 넘나들었던 것 같다. 가족과 범인의 거리도 중요했다. 지금도 그 장면을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데 그 정도로 공포스러웠다. 상상하고 싶지 않은 모습이다." - 고요한 엔딩은 꽤 먹먹했다. "마지막 촬영이었다. 다행히 엔딩을 진짜 마지막에 찍을 수 있었다. 감독님은 '계절 변화가 확실히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엔딩을 맨 마지막 촬영으로 계획했다. '혹시라도 눈이 오면 좋겠다'고 했던 날이었다. 놀랍게도 촬영을 하고 있는데 진짜 눈이 펑펑 내리더라. 앞에 찍은 것은 다 버리고 처음부터 촬영했다. 원하는 시간에 딱 내려주니까 너무 기분이 좋았다." - 영화의 주제를 완벽하게 함축하고 있는 신이기도 하다. "촬영할 땐 어떤 메시지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역시나 사람들은 쳐다보지 않는구나' 하는 안타까움 정도였다. 가장 마음이 아프고 힘들었던 장면은 첫 장면이었다. 피해 여성이 아파트 사이로 달려 나오면서 '살려주세요!' 외칠 때. 내가 그걸 목격하는 역할을 연기해서 그런지 실제로 탄식이 절로 나오더라."
- 아파트도 한 아파트에서 촬영한 것은 아니라고. "맞다. 부분 부분 별로 다른 곳에서 찍었다. 왔다 갔다 하지는 않고 한 아파트에서 찍을 때 그 분량은 몰아 찍었다. 대부분의 영화가 그렇지만 이번 영화는 특히 더 흐르는 감정선이 있다보니 자꾸 실수한 것이 눈에 보이더라. '왜 그때 그런 생각을 못했지?' 싶기도 하고. '다음에는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들더라. 그래서 지금 찍고 있는 '미스터 주' 감독님에게 '우리 후회할 짓 하지 말자'고 계속 이야기 하고 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