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승우(38)가 독보적인 연기 아우라로 시선을 압도하고 있다. 그가 왜 '연기신(神)'으로 통하는지 매회 전해지는 전율과 감탄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조승우는 지난달 23일 첫 방송된 JTBC 월화극 '라이프'에서 상국대학병원 총괄사장 구승효로 등장했다. 냉철한 승부사다. 병원이란 공간은 그에게 하나의 기업이다. 오로지 적자를 줄이고 이윤을 창출해내는 것이 목표다. 사람을 살리는 것엔 관심이 없다.
슈트를 입고 차에서 내린 조승우가 등장하자마자 상국대학병원 내 긴장감이 형성됐다. 효과적인 병원 운영을 위해 의료진의 지방파견을 제시했다. 1회 방송에서 분량이 많지 않았다.
방송 말미 클로징을 맡았는데 마지막 3분이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겼다. 여유 넘치는 제스처와 미소로 자신의 뜻에 반기 든 사람들을 압박했다. 살기어린 눈빛의 냉혈인이었다. 1대 다수의 신경전임에도 조승우는 기싸움에서 한 치도 밀리지 않았다.
강자 앞에선 약하고, 약자 앞에선 한없이 강한 인간의 양면성 역시 볼거리다. 조승우는 이성적인 논리로 상대방을 반박한다. 하지만 자신보다 강자인 그룹 회장을 만났을 땐 허허실실거리기 바빴다. 고개를 숙이며 복종하는 것은 물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어내기 위해 애썼다. 비열한 모습을 실감 나게 살렸다.
냉혈인에게도 인간미는 있었다. 암센터 투약사고 은폐사건을 접하고 격분했다. 언론에 알리고 의료사고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도입했다. 의사는 영업사원이 아니라고 항의하는 문소리(오세화)를 향해선 "영업직은 불가촉천민이라도 되냐"라고 일침을 가했다. 대체불가 권력가의 카리스마가 발산됐다. 신생아 중환자실을 바라볼 땐 생명의 존귀함을 느꼈다. 내면에 갇혀진 인간미가 순간순간 묻어나왔다. 이때만큼은 어린 아이 같이 순수한 모습을 눈빛에 담아냈다.
전작인 '비밀의 숲'에 이어 '라이프'에 합류, 드라마를 기피했던 조승우가 이수연 작가를 향한 깊은 신뢰감으로 함께 하고 있다. 이번에도 그의 선택은 옳았다. 극 중심에 서서 쫄깃한 연기력으로 긴장감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방송가에선 "이래서 연기신" "차원이 다른 연기력"이란 평을 받으며 '믿고 보는 배우'로 우뚝 섰다. 그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형은 연기를 거인처럼 한다"고 극찬한 동료 배우 이동욱의 말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