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6개 음원서비스 사업자(네이버뮤직, 벅스, 멜론, 소리바다, 엠넷닷컴, 지니)가 심야 실시간차트를 얼린다. 심야 시간대 사재기 시도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1년 5개월만에 차트 개편을 시행한다.
9일 가온차트 정책위원회는 "최근 음원 사재기 논란으로 실시간 음원차트 문제점에 대한 개선책을 논의한 결과, 11일부터 새로운 실시간 차트 운영 방안을 적용하기로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실시간차트 중 새벽 1시부터 오전 7시까지 차트를 운영하지 않는 이른바 '차트 프리징(chart freezing)'을 도입한다.
가온차트의 실시간차트 개편은 지난해 2월에도 있었다. 정오부터 18시까지 발매되는 음원은 실시간차트에 즉각 올라오며, 이 외의 시간대 발매 음원은 익일 13시 차트부터 반영하는 개편안을 대대적으로 시행하고 자정 신곡 발매를 지양하도록 했다. 하지만 새벽 아이돌그룹의 줄세우기는 여전했고 지난 4월엔 가수 닐로의 사재기 의혹이 제기됐다.
닐로는 지난해 10월 31일 발표한 '지나오다'로 4월 12일 새벽 1시부터 4시까지 멜론 실시간차트에서 1위에 랭크했다. 무명이었던 닐로가 두터운 팬층을 소유한 엑소·트와이스·워너원 등 그룹들을 제치고 되려 새벽 이용자수가 증가하는 추이를 보여 일각에선 사재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소속사는 "사재기를 하지 않았다"며 공식입장을 냈고 멜론은 "수상한 접근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의혹은 증폭됐다. 닐로 측은 문화체육관광부에 사재기 의혹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진상규명을 요청했고 문체부는 가온차트를 운영하는 한국음악콘텐츠협회를 통해 해당 문제에 대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가온차트 정책위원회가 마련한 해당 개편안이 적용되면 자정 이후부터 오전 5시 59분까지의 실시간 음원 이용량은 집계되지 않는다. 음원사업자들은 "자정까지는 사용량이 많다가 그 이후로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유입량이 다시 올라가는 출근시간인 오전 7시 실시간차트부터 업데이트한다"고 밝혔다. 실시간 차트를 제외한 일간, 주간, 월간차트는 기존의 운영방식을 따른다. 멜론 측은 "실시간 차트 프리징이 일간, 주간, 월간차트에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집계 방식이 각각 다르다"고 말했다.
가온차트 측은 이번 개편에 대해 "사재기 시도가 발생할 수 있는 새벽시간대의 차트 집계를 제외해 구조적으로 음원 사재기를 방지한다는 차원"이라며 "하루 중 음원 사용량이 급증하는 오전시간대에 밴드웨건 효과(대중적으로 유행하는 정보를 따라하는 현상)를 노린 심야시간대 음원 사재기 시도를 원천 차단하여 좀 더 신뢰 있는 음원 차트를 도모하고 더 나아가 산업내의 신뢰도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사재기 차단 목적에 대한 실효성은 의문이다. 이용자들은 새벽 차트를 없앤다고 해서 사재기를 원천 차단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전했고, 불법 사재기 비용만 높아져 업자들의 배만 불리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차트 가입자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새벽 실시간차트 추이가 이상했기 때문에 사재기 의혹이 불거진 것이지, 낮 시간에는 사재기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 심야차트가 없어진 만큼 더 높은 비용으로 낮 시간 공장 사재기가 운영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정 차트 경쟁률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차트 프리징이 걸리면 자정 실시간 차트가 변동없이 6시간 고정되기 때문이다. 오후 11시대 아이돌 팬덤의 차트 경쟁이 과열되면서 허수 이용자가 더 많아져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관계자는 "업계에서도 실시간 차트가 사재기를 부추긴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으나, 음원사이트 수익 구조상 실시간 차트를 포기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차트 왜곡을 하나씩 줄여나가는 방안으로 개편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정책위원회는 "불법 사재기 접근이 쉬운 시간대를 차단하고 차트 왜곡을 줄이는 방안인 동시에, 실시간 음원차트가 주는 신속한 정보 제공의 장점을 동시에 가져간다"면서 "음원 서비스에서 고질적인 문제점에 대해서 관련 사업자들과의 협의를 통해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