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정근우가 전한 한화 더그아웃의 분위기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역전승(56경기에서 21번)을 거둔 뒷심이 증명한다. 아직 100% 전력도 아니다. 돌아와 가세할 전력뿐 아니라 체력이 저하된 선수를 대체할 수 있는 예비 자원도 있다.
5월에 리그 최고 승률(0.680)을 기록한 한화가 6월에도 상승세를 이어 갔다. 롯데와 주말 원정 3연전에서 먼저 2승을 거뒀다. 사직 3연전을 우세 시리즈로 마친 것은 2010년 4월 12일 이후 2975일 만이다. 시즌 처음으로 승패 차를 +10까지 쌓기도 했다. 이 기록은 2008년 7월 16일 LG전 이후 약 10년 만이다.
한용덕 감독 그리고 장종훈·송진우 코치가 부임한 뒤 체질 개선에 탄력이 붙었다. 김성근 감독 체제에서 '혹사' 논란에 시달렸던 불펜진은 철저하게 관리를 받으며 5월까지 리그 평균자책점 1위(3.23점)를 지켰다. 한 감독은 "무리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지론이 확고하다. 공격도 달라졌다. 희생번트 대신 강공으로 밀어붙인다. 희생타는 가장 적고, 도루 시도는 세 번째로 많다. 전임 사령탑의 상징이던 '스몰볼'에서 벗어나고 있다. 전망보다 좋은 결과가 따라왔고 선수단엔 패배 의식이 사라졌다.
사령탑은 자만하지 않는다. 한 감독은 "솔직히 기대치가 높아진 탓에 부담감도 있다. 6월에도 목표는 5할 승률이다"고 했다. 전열은 시즌 전 구상보다 이르게 정비됐다고 본다. 그러나 전력에 대해서는 "아직 100%는 아니다"고 봤다. 김태균·양성우 등 부상으로 이탈한 주축 선수들이 있다. 몇몇 베테랑 선수들의 몸 상태도 안 좋다고 한다. 한 감독은 "향후 선수들의 부상과 체력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며 상승 기운에 동화되지 않으려 했다.
정상이 아닌 전력으로도 잘 버텨 냈다. 부상당한 선수들이 돌아오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특히 마운드엔 예비 전력도 탄탄하다. 송창식·권혁·심수창 등 지난해까지 한화 불펜진에서 주축 역할을 했던 투수들이 언제든지 1군에 합류할 수 있다. 서균·박상원 등 경험이 적은 투수들에게 부침이 오면 비축된 전력으로 대비할 수 있다는 얘기다.
두꺼워진 선수층 덕분에 경쟁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리그 최고의 2루수로 평가받던 정근우는 최근 지명타자로 나선다. 고졸 신인 정은원이 뛰어난 수비력을 선보이며 기회를 얻고 있다. 타석과 누상에서도 롯데전 위닝 시리즈를 이끄는 활약을 했다. 불펜진도 기회를 얻은 새 얼굴들이 자리를 내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수주 모두 탁월한 기량을 선보이고 있는 외인 타자 제러드 호잉은 간판타자 김태균에게 자극제가 될 만하다.
이 과정에서 팀워크는 끈끈해진다. 현재 한화 더그아웃에서 지도자와 선수 사이에 친밀한 스킨십이 자주 목격된다. 다른 포지션과 선후배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한 감독은 "특정 선수만 잘해 주는 것이 아니라 베테랑과 신예가 두루 제 역할을 해 주면서 점차 짜임새 있는 팀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화는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린다. 그 어느 해보다 전망이 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