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에서 치르는 마지막 경기니까요, 팬분들께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오스트리아로 가고 싶습니다."
'캡틴' 기성용(29·스완지 시티)은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온두라스와 평가전을 벤치에서 지켜봤다. 대표팀 소집 후 그를 괴롭힌 허리 통증 때문이었다. 이날 경기 결장으로 기성용의 A매치 100경기 출전은 6월 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으로 늦춰지게 됐다. 그러나 기성용은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몸상태는 긍정적이라 보고 있다. 다음 경기에는 나도 뛸 수 있을 것"이라며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 출전 의지를 다진 기성용은 "온두라스전보다 힘든 경기가 되겠지만 A매치 100경기인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기성용은 명실공히 한국 축구의 대들보자 대표팀의 기둥 역할을 맡고 있다. 기성용이 자리를 비운 중원은 그 어떤 공백보다 크게 느껴질 정도로 그는 이미 대표팀의 '대체 불가' 자원이다. 만 19세던 2008년 9월 5일 요르단과 친선경기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뒤부터 지금까지, 10년의 시간 동안 기성용은 늘 한국 축구의 중심에 있었다. 그리고 데뷔 이후 10년 뒤, 기성용은 러시아로 가는 길목에서 센추리클럽 가입이라는 또 하나의 결실을 수확하게 된다.연합뉴스A매치 100경기 출전자를 일컫는 센추리클럽은 국가대표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꿈꾸지만 아무나 이룰 순 없는 '명예의 전당'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공인한 한국의 센추리클럽 가입자는 차범근(65) 홍명보(49·이상 136경기) 이운재(45·133경기) 이영표(41·125경기) 유상철(47·124경기) 이동국(39·105경기) 김태영(48) 황선홍(50·이상 103경기) 박지성(37·100경기)을 포함해 9명에 불과하다. 증빙 부족으로 FIFA 인증을 받지 못한 선수까지 더한 대한축구협회 기준으로는 김호곤(67) 조영증(64) 박성화 허정무(이상 63)를 포함해 13명이다. 한국 축구 전체 역사를 두고 봐도 13명에 그칠 만큼 A매치 100경기 출전을 달성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기성용의 센추리클럽 가입이 의미 깊은 이유다. 기성용 역시 "대표팀은 축구를 하면서 가장 큰 영광이었고, (100번째 경기는) 내가 갖고 있는 어떤 커리어보다 의미 있는 경기가 될 것"이라고 대기록 달성을 앞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비록 허리 통증 때문에 한 경기 뒤로 밀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에서 센추리클럽에 가입하게 됐지만 그 의미는 변함없다. 오히려 기성용의 말처럼, 러시아로 떠나기 전 국내에서 치르는 마지막 평가전에서 A매치 100경기 출전을 달성하는 것이 더 의미 깊을 수 있다. 또 '캡틴' 기성용의 센추리클럽 가입은 대표팀을 둘러싼 비관적인 분위기도 어느 정도 바꿔 놓을 수 있다. 앞서 온두라스전의 승리로 어느 정도 분위기 환기가 되긴 했지만 국민을 보다 뜨겁게 열광시키기 위해선 또 다른 '상징'이 필요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모두가 신뢰하는 '캡틴' 기성용의 센추리클럽 가입은 선수 개인의 영광이 아닌 러시아로 떠나는 신태용호의 분위기 반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2010 남아공월드컵과 2014 브라질월드컵에 이어 이번 2018 러시아월드컵까지, 자신의 세 번째 월드컵을 준비하는 기성용의 존재는 한국 축구에 있어 그만큼 각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