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골프 대들보’ 최경주(48·SK텔레콤)는 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선수로서 자신의 경기에만 집중하기도 빠듯한데, 대회 성공을 위한 생각이 늘 머리 한편에 자리하고 있다. 최경주는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골프 문화 발전에 도움이 되는 길이라면 앞장서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경주는 20일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 하늘 코스에서 끝난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코리안투어 SK텔레콤오픈에서 1언더파 공동 35위로 경기를 마쳤다. 스폰서가 주최하는 대회로 지난 2008년 이후 11년 연속 이 대회에 출전했다. 이 대회 최다 우승 기록(3회)도 가지고 있지만, 최근 11년 중 가장 좋지 않은 성적이었다.
그에게 성적보다 중요한 것은 따로 있는 듯했다. 최경주는 “물론 잘 치고 싶지만 안될 수도 있는 것이 골프다. 스코어만 가지고 평가할 것이 아니다”며 “날씨가 좋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36홀 플레이를 오랜만에 해 봤다. 대회 축소 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던 상황에서 72홀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기에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첫날과 둘째 날 오전까지 이어진 폭우와 천둥·번개 때문에 파행 운영됐다. 최경주는 첫날 하루 종일 대기하다 숙소로 돌아갔다. 둘째 날 간신히 1라운드를 마친 뒤 셋째 날 36홀 플레이를 했다. 최경주뿐 아니라 대부분 선수들이 그랬다. 최경주는 “월드 투어는 라운드 취소를 하지 않는다. 화요일까지 예비일을 정해 놓고 대회를 완주하려 하고, 선수들도 이에 대해 불평이 없다”며 “6년 전 미국 LA에서 열린 한 대회에서는 화요일까지 기다려 연장전을 치른 끝에 우승자를 가렸다. 일요일에 끝낸다는 전제하에 72홀을 소화해야 하는 것은 부담감이 있다. 국내에서도 모든 대회에 그런 상황을 대비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대회와 관련해 전반적인 문화에 대한 개선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최경주는 “2015년 국내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을 기점으로 국내 골프 문화가 한층 좋아진 것 같다. 갤러리들도 지켜야 할 것에 대해 잘 인지하고 따라 주는 것 같다”며 “다만 자원봉사자가 많지 않은 것에 아쉬움이 있다. 미국의 경우 대회장 인근 골프 학교의 학생들이 스코어보드를 들고 자원봉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 봉사활동으로 인정해 줘 대회에도, 학생에게도 좋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대회장을 방문해 경기를 즐겁게 보기만 할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위한 봉사의 의미를 새길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할 때가 됐다”고 평했다.
후배 선수들을 향해서도 애정이 담긴 따끔한 조언을 이어 나갔다. 최경주는 “선수들의 실력이 전반적으로 정말 많이 향상됐다. 그러나 좋은 경기를 하는 것 못지않게 스폰서와 팬들을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하루 평균 10번 이상은 내 것이 아닌 '디보트 자국(샷을 한 뒤 잔디가 떨어져 나간 부분)'을 정리했다. 경기 외적인 부분에도 더 신경 쓰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회 우승은 최종 합계 13언더파를 기록한 뒤 류현우(37·한국석유)와 연장 접전 끝에 두 번째 홀 버디를 기록한 권성열(32·코웰)이 차지했다. 2013년 투어에 데뷔했지만 오랫동안 무명 시절을 보낸 권성열은 “우승할 것이라고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다. 톱10에만 들고 싶었는데 믿을 수 없는 우승을 차지했다”고 눈물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