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견은 없었다. 시대정신을 담은 수작으로 꼽힌 tvN 드라마 '비밀의 숲'이 가장 높은 왕좌에 앉았다.
3일 막을 내린 제54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대상 트로피는 한국 드라마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비밀의 숲'이 차지했다.
'비밀의 숲'은 시상식 당일 현장에서 치러진 3차 투표 끝에 해당 작품에 출연했던 배우 조승우를 제치고 대상으로 확정됐다. 지난해 6월 10일부터 7월 30일까지 16부작으로 방영된 이 작품은 의문의 살인사건으로 시작, 빠른 속도감으로 거대한 음모의 결말을 향해 질주했다. 반전을 거듭했다.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고 할 정도로 특유의 몰입도를 자랑했다. 평범한 회사원 출신의 이수연 작가의 데뷔작이었다. 베테랑 작가들도 쉽지 않은 완성도 높은 추리물을 만들어냈다.
주철환 백상 TV부문 심사위원장은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라고 운을 떼면서 "지난 한 해는 '비밀의 숲'의 전성시대였다. 잘했으니까 대상도, 극본상도, 남자 최우수상도 수상한 것이다. 시대정신과 문제의식을 가진 작품이었다. 그 시대를 대표할 만한 작품이기에 대상을 주는 것에 이견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심사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심사위원 김미라는 "이 작품은 드라마 시장에 변화를 줄 만한 하나의 분기점이 됐다"고 평했다. '비밀의 숲'은 주인공이었던 조승우(황시목)의 캐릭터가 독특했다. 뇌수술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검사의 모습. 감정이 없다는 것이 큰 결함일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정상인 사람이 감정 없는 사람보다 못한 모습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묘사한 것이었다.
여기에 더해 현실을 옮겨온 듯했다. 검찰과 경찰, 그리고 기업의 비리를 다뤘는데 권력층 비리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아주 리얼하게 그려졌다. 지난해 이슈였던 방위산업 비리도 작품에 담아냈다.
60분이 10분처럼 느껴지는 '시간 순삭 드라마'로 불리며 사랑받은 '비밀의 숲'은 시청자의 이해도를 높이되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편집과 음악·미술·조명과 조승우·배두나·이준혁 유재명·신혜선 등 배우들의 흠 잡을 곳 없는 열연이 어우러지며 하나의 명작을 완성했다. 그렇게 높은 완성도를 앞세워 제54회 백상의 주인공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