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개막 엔트리에 포함된 고졸 신인은 4명이다. kt 외야수 강백호, 롯데 내야수 한동희, 두산 투수 곽빈, 한화 투수 박주홍이 그 면모. 선발진 합류가 확정된 삼성 양창섭은 등판 경기에 맞춰 포함될 전망이다. 사실상 5명이다.
김인식 전 국가대표 감독은 "매년 고교 야구와 청소년 국제대회를 지켜봤지만 올해는 유독 뛰어난 선수가 많이 프로 무대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도 "올해는 긴 설명이 불필요한 신인이 많다. '포스트 이승엽' 시대를 맞이한 한국 야구에 희소식이다"고 전했다. 김 전 감독은 곽빈과 양창섭, 허 위원은 강백호와 한동희의 이름을 직접 거론했다. 이순철 SBS 해설위원도 박주홍을 향해 "마운드에 힘을 보탤 재목이다"고 평가했다.
개막 엔트리에 포함된 인원 수는 예년과 비슷하다. 하지만 비중은 올해 신인이 더 높았다. 지난해 신인왕을 차지한 이정후도 개막 첫 2경기에선 교체 출장했다. 반면 강백호와 한동희는 개막 2연전 모두 선발로 나섰다. 강백호는 데뷔 첫 타석에서 홈런을 쳤고, 한동희는 메릴 켈리와 김광현, SK의 원투펀치를 상대로 각각 안타를 때려냈다.
고졸 신인에게 기존 선수와 같은 평가 기준을 적용할 순 없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두 선수가 개막시리즈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눈길을 끈다. 전문가들도 "일시적인 선전에 그칠 선수들이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팬들의 시선도 다르지 않다. 선전에 대한 기대감이 어우러지면서 주목도가 높아졌다. 벌써 신인왕 구도를 거론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제 3경기를 치렀다. 당연히 이른 전망이다. 하지만 새 얼굴의 등장과 성장을 기대하는 팬들에겐 즐거움이다.
판도 예측에 성적을 적용하기는 이르다. 표본이 적다. 다만 신인왕 등극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평가되는 '꾸준한 출전'이 가능할지 여부는 예측이 가능하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가장 강력한 후보도 아성이 흔들린다. 강백호 얘기다. 탁월한 펀치력에 콘택트 능력까지 갖췄다. 나이답지 않은 배포와 자신감도 있다. 그가 등장하면서 기존에 '거포 유망주'로 평가되던 다수 선수가 수식어를 잃었다. 하지만 수비력은 의문 부호를 남겼다. 25일 KIA전에서도 타구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외야수는 처음이다.실책이 이어지면 압박감이 생긴다. 타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쪽' 선수라는 이미지가 생기거나 지명타자로만 나서면 매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한동희의 신인왕 등극 가능성을 더 높게 점치는 시선도 있다. 이순철 위원은 "성적은 예측이 어렵다. 이 시기에는 주전 자리를 굳히는 게 중요하다. 한동희는 기존 선수들과 비교해도 수비가 좋다. 체력 저하도 겪겠지만 꾸준히 기회를 얻으면 타격 능력도 성장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한동희가 신인왕 경쟁에서 유리할 수 있다"고 했다. 일단 수비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변수가 적다는 의미다. 개막 2연전에서 롯데 경기를 중계한 허구연 위원도 "강습 타구 한 개를 놓쳤지만 타구에 대한 적응은 금방 해낼 것이다. 한동희의 수비 센스는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포지션 경쟁력도 관건이다. 한 경기를 책임지는 선발투수가 팀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하면 윤성빈(롯데)이나 양창섭이 더 유리할 수 있다. 지난해 신인왕 투표에서 2위를 차지한 김원중도 롯데의 선발진 강화 기여한 공을 인정받았다. 윤성빈은 데뷔 첫 등판이던 25일 SK전에서 5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1회 무사 만루 위기를 극복한 뒤 제 페이스를 찾았고 홈런 군단을 상대로 선전했다. 현재 위치는 6선발이다. 하지만 경쟁 판도를 흔들고 있다. 양창섭은 이미 4선발로 낙점됐다. 삼성의 마운드 사정을 감안하면 꾸준히 선발 기회를 얻을 전망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신인왕을 차지한 선수들은 모두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다. 이정후는 신인 최다 안타(179개), 득점(111점)을 경신했다. 2016년 신인왕 신재영은 15승을 거뒀다. 2015년 수상자 구자욱(삼성)은 타율 0.349를 기록하며 리그 3위에 올랐다. 2014년 박민우는 도루 부문 2위(50개)를 기록했다. 모든 시즌 초반 예상을 웃도는 경기력과 결과를 보여줬다. 다만 독주 체제가 짙었다. 올 시즌은 이미 다양성이 확보됐다. 현재 후보들이 꾸준하게 출전만 한다면 시즌 내내 흥미로운 경쟁 구도가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