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개막까지 열흘 남았다. 그런데 아직까지 중계 방송사 한 곳이 결정되지 않아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2015년부터 10구단 체제에 들어선 KBO 리그는 지난 3년 간 전국 5개 구장 경기가 생중계되고 있다. 스포츠 전문 케이블 3사(KBS N SPORTS, MBC SPORTS+, SBS SPORTS)와 에이클라 자회사 SPOTV 등 4곳은 올해 역시 KBO 리그를 중계한다.
하지만 2015년부터 프로야구 중계를 시작한 SKY SPORTS(스카이 스포츠)는 2018년 KBO 리그 중계권 계약을 맺지 않고 있다. 당연히 시범경기 중계 편성도 안했다. 해당 회사의 홈페이지 메인화면에는 두 명의 아나운서, 해설자와 함께 2017년 KBO 리그 엠블럼이 장식하고 있다.
중계권 계약을 담당하는 KBO 관계자는 "스카이 스포츠와 2018년 중계권 계약을 맺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다만 "중계권 계약을 맺지 않는 것으로 완전히 결정된 것은 아니다"면서 "지난주까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스카이 스포츠 내부에 중계권 계약을 책임질 만한 인사권자가 공석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결정이 늦어지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말 이남기 스카이라이프 사장은 임기를 남겨 두고 사임했고, 최근 대표이사 공모를 통해 김영국 전 KBS 방송본부장이 신임 사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개막이 코 앞으로 다가왔는데 중계사를 찾지 못하다보니 플랜B도 염두하고 있다. 중계권 판매 대행사 에이클라가 타 방송사와 계약을 위해 접촉했으나 해당 방송사에서 '제안을 단박에 거절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에이클라의 제안을 받은 한 종편채널 관계자는 "3년 전보다 지금 사정이 더 안 좋다. 예전만큼 프로야구 콘텐트의 사업적 매력이 떨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KBO 관계자는 "에이클라 측에서 꼭 스카이 스포츠가 아니더라도 여러 방송사와 접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차선책까지 염두하는 차원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기존에 KBO 리그 중계를 진행한 스카이 스포츠와 중계권 계약을 맺는 것이 가장 좋다"고 덧붙였다.
3년 간 프로야구를 중계한 스카이 스포츠는 왜 에이클라측과 재계약을 망설이고 있을까? 본지는 지난 1월 중순 프로야구 중계권에 대한 십 수년 간의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짚어보는 기획 시리즈를 보도할 당시에 '스카이 스포츠가 부당 계약을 이유로 들어 2018년 중계를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업계에선 '프로야구 중계권 대행사인 에이클라가 스카이 스포츠에 필요 비용 이상 조건과 옵션을 강요했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관계자들의 말을 빌려 종합하면 '타 스포츠 케이블보다 1.5배에 가까운 액수인 100억원 이상에 스카이스포츠가 가져가길 요청했다'고 한다. 여기에 필수 옵션으로 '인건비 포함, 방송 중계 제작 대행을 반드시 에이클라가 해야 한다는 점'을 강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A 방송계 관계자는 "프로야구 중계의 제작 대행 옵션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런데 중계권을 가져가면서 반드시 스카이 스포츠가 에이클라의 제작 대행 요청을 받아들일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중계권을 넘겨주는 게 첫 번째 조건이었으니, 두 번째로 제시한 '에이클라=필수 제작 대행' 조건을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았나"라며 "말하자면 바가지를 씌운 거다"고 걱정했다. 케이블 3사의 한 방송 관계자 B씨는 "최근 들어 중계 방송의 수익성이 많이 낮아졌다. 우리도 힘들지만 높은 중계권료를 지불하고 계약을 맺은 스카이 스포츠가 아마 가장 힘들 것이다"고 귀띔했다.
KBO 리그는 한국 프로 스포츠 가운데 가장 인기 콘텐트다. 1%대 시청률에 화요일~일요일까지 주 6일 3~4시간 중계가 가능하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한 적도 있다.
그러나 점점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매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개막 열흘 전까지 중계 방송사를 찾지 못하는 현재 상황이 이를 방증한다. 2년 연속 800만 관중을 돌파하며 관중의 발길의 늘어나고 있지만 방송사 입장에서 느끼는 '최고의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 광고 수입은 점차 줄어드는 반면 방송사간 경쟁 심화로 제작비가 많이 올랐고, 무엇보다 중계권료가 나날이 치솟는다. 기존의 스카이 스포츠 뿐만 아니라 새롭게 중계권 계약 제안을 받은 방송사가 이를 단번에 거절할 만큼 비용 대비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남은 기간 방송사 한 곳과 중계권 계약을 맺지 못할 경우 자칫 1개 구장 경기는 안방에 생중계되지 못할 수도 있다.
KBO 관계자는 "스카이 스포츠가 됐든, 타 방송사가 새롭게 진입하듯 어떻게든 개막 전에 중계권 계약이 맺어질 것으로 본다"며 "(중계권 방송사를 찾지 못하는) 최악의 경우도 발생할 수 있겠지만, 현재로선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