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까놓고 말해 정우(36)는 천상유수가 아니다. 말을 반복하기도 하고, 답변을 위해 고민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 안에 계산과 거짓은 없다. 잘 몰라도, 유창하게 말하지 못해도 그 이상의 솔직함이 있다. 그래서 만나면 만날 수록 호감도가 높아지는 배우다.
영화 '흥부(조근현 감독)'로 1년만에 컴백해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먼저 세상을 떠난 고(故) 김주혁을 추억하며 먹먹한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냈고, "바닥찍은 연기"라는 배우로서 쉽게 인정하기 힘든 발언도 숨기지 않았다. 말이 막힐 땐 즉시 양해를 구하며 머쓱한 미소를 지었다.
매 해 만나지만 만날 때마다 변함없이 겸손한 정우다. 꾸벅꾸벅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 모습은 이제 낯설지도 않다. 때문에 영화계의 애정을 받는 것도 이해가 간다. 현재 막바지 촬영 중인 '이웃사촌(이환경 감독)' 등 차기작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늘 최선을 다하는, 열정 넘치는 배우임을 알기에 성적에 대한 아쉬움이 큰 것도 사실이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 흥부가 정우를 만나 조금 더 능글 맞아진 느낌이다. "확실히 내 스타일이 어느 정도는 들어간 것 같다."
- '쎄시봉' 인연이 대단하다. 진구와 또 함께 했다. "우리 둘은 감정신이 많았다. 아예 처음 뵙는 분과 연기 했으면 그런 느낌이 안 들었을텐데 만났던 친구니까 더 좋았다. 흥부가 살아가는 삶의 이유는 놀부 형이다. 마음에 있는 친구가 상대역을 해주는 것이 좋을거라 생각했는데 정말 운 좋게 그렇게 됐다." - 진구 분량이 굉장히 적더라. "쉽지 않았을텐데 고맙다. '26년'을 함께 한 감독님과의 인연, 그리고 나와의 인연도 있기 때문에 도와준 것 아닌가 싶다. 진구와의 첫 촬영이 만나자마자 부둥켜 안고 우는 신이었다. 반갑게 열심히 울었다.(웃음)"
- 강하늘도 깜짝 카메오로 등장하던데. "촬영하면서 얼핏 들은 기억이 난다. 왜 출연했을까. 하하. 짧게 촬영하고 사라졌다. 하늘님을 직접 만나 물어 보려고 한다. 군 생활 잘하고 있겠지? 보고싶다."
- 고(故) 김주혁 이야기를 안할 수 없다. "이 작품은 처음 참여했을 때 의미보다 끝나고 나서 더 큰 의미를 가진 작품이 됐다. 사실 굉장히 조심스럽다. 내 마음 속에 있는 주혁이 형에 대한 추억이 몇 마디 말로 꺼내지면서 조금씩 타 버릴까봐. 그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그래서 말을 더 아끼게 된다." - 어떤 배우로 기억하나. "아휴. 아휴. 진짜 좋다. 정말 좋다. 난 형과 알고 지낸지 꽤 됐다. 이 작품으로 인연이 닿은 것은 아니다. 근데 이번 작품 하면서 더 친밀해졌다."
- 호흡이 잘 맞았나. "내가 이런 말을 하기는 좀 그렇지만…. 카메라 앞에 서면 외로울 때가 있다. 외로움이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상대 배우가 있을 때도 느껴지는 감정이다. 하지만 주혁 선배와 할 때는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해 본적 없다. 너무 너무 큰 힘이 됐다." - '연기 바닥 찍었다'는 말을 했다. "그게 매번 작품을 할 때마다 힘들고 어렵다는 마음은 든다. 느껴지는 한계치가 있다. 근데 '흥부'는 촬영 전 예상했던 것보다 더 그랬다. 사실 시나리오를 봤을 땐 캐릭터에 내가 채워갈 수 있는 여백이 있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랬는데 그걸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 아주 초반 분량 이외에는 거의 그랬다."
- 뭐가 그렇게 어려웠나. "명분을 만들어 연기해야 한다는 것? 수년간 보지 못한 절절함이 나에게는 동기 부여가 돼야 하는데, 놀부에 대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가 없었다. 그 부분이 가장 힘들었다. 상상과 직접 연기를 하면서 알아가는건 분명 큰 차이가 있다. 그게 참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나름 방법을 찾았다. 아마 자세히 보면 놀부 형 이야기를 할 때마다 내 눈이 빨개져 있을 것이다."
- 조혁(김주혁)과 선출(천우희)을 보내야 하는 신에서 감정이 폭발했다. "진짜 힘들었고 부담스러웠다. 솔직히 말씀 드리면 그 장면도 시나리오를 봤을 땐 잘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착각했다.(웃음) 막상 촬영 날이 다가오니까 두렵더라. 그 감정선을 100% 이해하고 준비 했으면 그나마 덜 했을텐데, 모든 영화가 순차적으로 촬영될 수 없으니까. 되게 두려웠다. 좀 예민하게 찍었던 장면인 것도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