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예상치 못한 대역전극을 쓰며 평창행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드라마의 주인공 차준환(17·휘문고)은 담담했다. 설마 했던 2018 평창겨울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뤄 낸 차준환의 머릿속은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로 가득했다.
쿼드러플 점프를 무기로 혜성처럼 나타나 일약 남자 싱글의 기대주로 자리매김한 차준환은 2018 평창겨울올림픽 출전권이 걸려 있던 최종 선발전에서 27점 차 열세를 뒤집고 역전 우승을 차지하며 생애 첫 올림픽에 나서게 됐다. 발목과 고관절 부상 그리고 맞지 않은 부츠 문제 때문에 1·2차 선발전에서 부진했다가 최종 선발전에서 '뒤집기'에 성공한 차준환의 역전극은 그야말로 한 편의 드라마였다. 그래서일까, 11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차준환에게 쉴 새 없이 질문이 쏟아졌다.
역전 우승의 순간, 쿼드러플(4회전) 점프 그리고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평창올림픽을 향한 각오까지 줄지어 쏟아진 질문에 차준환은 담백한 답변을 내놨다. "세 번의 선발전을 거치며 올림픽에 선발됐는데 끝까지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고 말문을 연 차준환은 "한국에서 열리는 겨울올림픽이자 생애 첫 올림픽인 만큼 부담감과 긴장감이 있을 수 있다. 그런 걸 모두 떨쳐 버리고 경기에서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보여 드리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차준환의 별명은 '남자 김연아'다. 물론 차준환 본인은 "사실 조금 부담스럽다"며 조심스러워했지만, 별명처럼 그는 피겨스케이팅의 변방국이었던 한국에 '피겨 열풍'을 불러일으킨 '피겨여왕' 김연아(28)의 뒤를 이을 만한 남자 싱글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다. 한때 김연아의 전담 코치였던 브라이언 오서(57) 코치에게 지도를 받고 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오서 코치는 그동안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차준환은 김연아처럼 경쟁심이 강하다. 이번 올림픽에선 10~12위까지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좋은 성적을 예고하기도 했다.
물론 올 시즌 갓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차준환이 단숨에 평창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세계 무대에는 하뉴 유즈루(24·일본) 네이선 천(19·미국)처럼 쿼드러플 점프를 가볍게 뛰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차준환 역시 "하뉴 선수나 하비에르 페르난데스(27·스페인)와 같이 훈련하고 있지만 그들은 톱클래스에 있는 선수들이다. 나는 평창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보여 드리고 싶다"며 "목표는 내가 할 수 있는 최고 난이도의 구성으로 실수 없이 '클린' 연기를 펼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겨계 관계자들은 차준환이 2018 평창겨울올림픽보다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예상한다. 아직은 시니어 무대에서 경험이 부족하고 쿼드러플 점프에서도 경쟁력이 많이 뒤처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림픽을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은 만큼, 이번 대회를 어떻게 치르냐에 따라 다가오는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도 기대해 볼 만하다는 평가다. 차준환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차준환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많은 경험을 해서 다음 시즌 그리고 이후를 위해 좋은 경험이 쌓이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눈앞으로 다가온 올림픽을 위해 막바지 준비에 돌입한 차준환은 12일에 캐나다로 출국해 오서 코치와 '맞춤 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올림픽에서 사용할 프로그램의 세부적인 구성도 마찬가지다. 차준환은 "쿼드러플 점프의 구성 변화 등은 캐나다에 가서 오서 코치님과 상의해서 결정할 예정이다. 올림픽까지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중점적으로 연습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