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사업권 종료를 앞둔 롯데홈쇼핑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악재 때문이다. 전 대표들이 경영 비리와 재승인 로비 의혹으로 잇따라 유죄 판결을 받았고, 최근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 2015년 사업권 재승인을 위한 뇌물을 건넸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연이은 악재로 롯데홈쇼핑 재승인 심사에 드리워진 먹구름이 걷히지 않고 있다.
경영 비리에 재승인 로비까지
8일 홈쇼핑 업계에 따르면 롯데홈쇼핑은 오는 5월 26일 사업권 유지 기간이 종료된다.
이에 롯데홈쇼핑은 작년 11월 27일 사업권 재승인을 위한 1차 사업계획서를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옛 미래창조과학부)에 제출했다.
방송법 적용을 받는 TV홈쇼핑 회사들은 방송 승인 유효 기한의 만료 6개월 전에 방송채널사용사업 승인신청서를 접수해야 한다.
향후 롯데홈쇼핑은 2차 사업계획서 제출 및 청문 등의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통상 재승인 여부는 방송 유효 기간의 한 달 전쯤 나오기 때문에 오는 4월쯤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재승인 심사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롯데홈쇼핑 내에는 긴장감이 역력하다. 쏟아지는 악재 때문이다.
실제 롯데홈쇼핑은 최근 신헌 대표, 강현구 대표 등 두 명의 전임 대표가 경영 비리로 재판대에 올랐고, 모두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도덕성에 큰 흠집이 났다.
신헌 전 대표(2008~2012년)는 납품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22일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은 업무상 횡령과 배임수재 혐의로 기소된 신 전 대표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과 추징금 88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신 전 대표는 2008년 5월부터 2010년 7월까지 부하 직원들과 공모해 회사 청소용역 인건비와 인테리어 공사대금 등을 부풀려 조성한 3억272만원의 비자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로 2014년에 기소됐다.
앞서 이 사건으로 2015년 홈쇼핑 사업권 박탈 위기에 몰린 강현구 전 대표(2012~2017년)는 재승인을 받기 위해 미래부에 거짓 보고서를 제출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같은 경영 문제가 불거지면서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황금시간대 영업정지 6개월이라는 사상 초유의 징계를 받았다.
악재는 이뿐이 아니다. 롯데홈쇼핑은 최근 전병헌 전 청와대 수석 비리 의혹에도 연루되며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검찰은 2013년 1월부터 작년 5월까지 전 전 수석이 회장으로 있던 한국e스포츠협회에 롯데홈쇼핑이 3억3000만원을 후원한 것을 두고 대가성 여부를 조사 중이다.
전 전 수석은 롯데홈쇼핑으로부터 400만원 상당의 기프트카드를 받아 가족이 사용한 혐의 등도 받고 있다.
까다로워진 심사 기준도 악재
홈쇼핑 재승인 심사 기준 강화는 롯데홈쇼핑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작년 4월 TV홈쇼핑의 재승인 심사 기준에 '공정거래 및 중소기업 활성화에 대한 기여도'를 상위 심사사항으로 정하고 점수를 공표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해당 항목이 '방송의 공적 책임, 공정성, 공익성 실현 가능성' 심사사항의 하위 항목에 속해 있었으나 상위 항목으로 변경된 것이다. 해당 항목에서 50% 미만의 점수를 받으면 재승인이 거부되는 '과락'이 적용된다.
특히 공정거래 평가 항목의 경우 수치로 산출하기 어려운 만큼 심사위원들의 정성적 평가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거나 부정적인 이슈에 연루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 임원들의 잇따른 유죄 판결에 이어 최근 모기업 총수들의 경영 비리까지 겹친 롯데홈쇼핑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앞서 지난달 22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횡령·배임 등 혐의로 징역 1년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신격호 총괄회장도 같은 혐의로 징역 4년과 벌금 35억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 밖에 TV홈쇼핑 재승인 심사에서는 방송평가위원회 방송평가 결과, 조직 및 인력 운영 등 경영계획의 적정성, 지역적·사회적·문화적 필요성과 타당성 등이 주요 평가 기준이다. 총점은 1000점이고 650점이 기준이다. 이에 못 미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재승인을 거부할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홈쇼핑이 작년 3월 이완신 신임 대표 취임 이후 각종 상생 방안을 쏟아 내며 재승인 심사 준비에 만전을 기해 왔지만, 잇따른 악재로 통과가 불투명한 분위기"라며 "매번 '자동문 심사'라는 지적이 나왔던 TV홈쇼핑 업계의 재승인 관행이 이번에는 깨질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일단 심사를 위한 준비를 일정대로 진행하고 있다"며 "이달 말 2차 사업계획서를 제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재승인 로비 논란에 대해서는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