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올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이유는 '세대교체' 주자들이 동반 부진했기 때문이다. 풀타임 2년 차를 맞은 다수 선수들이 바닥을 드러냈다. 팀 성적까지 하위권으로 떨어지자 부담감이 커졌다. 당시 야수진의 최고참이던 박용택은 "후배들이 쓸데없는 부담을 갖지 않아야 한다"고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2년 차 징크스'는 존재감을 드러낸 선수가 이듬해 급격히 부진한 현상을 말한다. 2016년 신인왕 신재영도 올 시즌엔 불펜으로 밀렸다. 데뷔 연도나 연차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일단 상대의 분석이 심화된다. 몸 관리 노하우가 부족한 탓에 급격한 컨디션 저하를 겪기도 한다. 야구관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부침을 겪기도 한다. 야구인들은 "알면 알수록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정도와 기간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당연히 겪는 성장통이다.
2017시즌 KBO 리그는 유독 새 얼굴이 많이 등장했다. 2년 차 경기력이 주목되는 선수가 많다는 의미다. 연말 시상식에서 신인왕을 휩쓴 이정후(19·넥센)가 대표적이다. 순수 신인인 그는 개막 한 달 만에 아버지 이종범 MBC SPORTS+ 해설위원의 그림자를 지워 버렸다. 그리고 신인 선수 최다 안타와 득점 기록을 경신했다.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로 인정받고 있다.
이정후는 2년 차 징크스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일단 기량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의 강점은 유연한 스윙 메커니즘이다. 콘택트 능력도 좋지만 상대 투수의 유형이나 구종에 상관없이 자신의 스윙을 한다. 특유의 부챗살타법은 점을 조준하지 않고 선을 지향하기 때문에 맞는 면적도 넓다. 빗맞은 안타가 슬럼프를 탈출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몇몇 좌투수에 약점을 보이기도 했다. 바깥쪽(좌타자 기준)으로 빠지는 슬라이더 공략에 애를 먹었다. 관건이 될 전망이다. 롯데 투수 김원중(24)과 박진형(23)도 존재감을 증명했다. 김원중은 좋은 신체 조건(키 191cm, 몸무게 100kg)에서 나오는 묵직한 직구가 일품이다. 지난 4월 1일 마산 NC전에서 호투하며 롯데의 NC전 15연패를 끊는 데 기여했다. 이후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켰다. 선발 자원이던 박진형은 셋업맨으로 자리를 옮긴 뒤 존재감이 더 커졌다. 미래의 클로저로 평가된다.
도약과 정체의 기로에 있다. 박진형은 심리 관리가 관건이다. 선동열 국가대표팀 감독은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에서 지도한 박진형에 대해 "보기보다 배포가 있고 승부사 기질을 갖춘 선수다"고 평가했다. 장점이다. 하지만 너무 완벽한 투구를 하려는 경향이 있다. 피안타가 이어지면 흔들리기도 했다. 김원중은 자신감이 넘친다. 대량 실점을 한 상대를 다시 만나도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기술 보완이 동반돼야 한다. 자신도 "변화구 구사 능력이 아직 부족하다"고 했다.
풀타임 선발 첫해 11승을 거둔 넥센 최원태(20)와 APBC 국가대표팀 에이스던 장현식(22·NC)의 2018시즌도 기대된다. 두산 1~2년 차 투수 트리오 김명신(24), 이영하(20), 박치국(19)도 마찬가지. 입단 5년 차에 비로소 잠재력을 드러낸 kt 내야수 정현(24), 김기태 KIA 감독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내야수 최원준(20)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