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현 KIA 수석 코치가 신임 단장으로 임명되면서 10개 구단 가운데 7개 구단의 단장이 선수 출신 인사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조 신임 단장은 감독과 프런트 가운데 어느 한쪽도 거치지 않은 인물이라 더 파격적이다.
그 팀이 KIA라는 점도 놀라웠다. KIA는 전통적으로 모기업에서 내려보낸 인사가 사장을 맡아 온 구단이다. 기아자동차 임원이 야구단 사장을 겸임했다. 직전 사장 역시 박한우 기아자동차 대표이사가 맡았다. 하지만 팀이 9년 만에 통합 우승을 이룬 올 시즌이 끝나자 구단 임원진에도 혁신이 찾아왔다. 허영택 단장이 사장으로 내부 승진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조 수석 코치의 단장 선임이 발표됐다.
2016시즌이 끝날 때까지만 해도 현장 출신 단장은 김태룡 두산 단장, 민경삼 SK 전 단장까지 단 2명이었다. 두 사람 모두 은퇴한 뒤 프런트 말단부터 시작해 단장 자리까지 올라온 입지전적 인물들이다. 올해를 기점으로 판도가 확 달라졌다. 한화가 박종훈 단장, LG가 송구홍 단장, 넥센이 고형욱 단장, SK가 염경엽 단장, NC가 유영준 단장을 차례로 임명했다. 선수 출신 단장이 순식간에 세 배 더 많은 6명으로 늘었다.
올 시즌이 끝난 뒤에는 또 다른 깜짝 인사가 이어졌다. LG가 류중일 감독과 계약하면서 양상문 전 감독을 단장으로 선임했다. 여기에 KIA 수석 코치였던 조계현 단장까지 가세했다. 유니폼을 입지 않았던 단장은 이윤원 롯데 단장, 홍준학 삼성 단장, 임종택 kt 단장까지 이제 3명뿐이다. 이 가운데 홍 단장만 구단 프런트로 잔뼈가 굵은 내부 승진 사례다.
선수 출신 단장은 다시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감독 출신, 운영팀장 출신, 스카우트 출신이다. 염경엽 단장은 감독(넥센)과 운영팀장(LG)을 모두 경험한 유일한 인물이다. 반대로 조계현 단장은 세 분류 가운데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다.
현장 출신 단장의 연이은 등장은 야구계 분위기를 대변한다. '현장은 현장, 프런트는 프런트'라는 이분법적 구도가 서서히 허물어지고 있다.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와 더그아웃에서 쌓은 노하우가 '직업적 전문성'으로 인정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야구인들은 대부분 "장기적으로 충분히 환영할 일"이라는 반응이다. 그러나 1년 사이 2명이 7명으로 늘어난 급격한 변화에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현장을 잘 아는 것'과 구단의 행정 업무를 지휘하는 것은 천지 차이라서다. 현장의 요구와 구단의 방향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는 단장이 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선수 출신 단장들 가운데 성공을 거둔 인물은 여전히 최장수 단장인 김태룡 단장뿐이다. 다른 인물들에 대한 평가는 유보적이다. 박종훈 단장은 지난 시즌 내내 화제의 인물이었지만, 공과보다는 김성근 전임 감독과 마찰로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다른 단장들 역시 조금씩 족적을 남기고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번 오프시즌에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인 단장들은 오히려 비선수 출신인 롯데·삼성·kt의 단장들이었다.
KIA는 조계현 단장 선임을 발표하면서 "야구인 출신 단장을 선임해 전문성을 강화하고자 했다"며 "조 단장이 풍부한 지도자 경력을 바탕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팀을 운영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KIA도 마침내 '대세'에 발을 맞추기로 한 것이다. 과연 7명의 '유니폼 단장'들은 앞으로 어떤 역량을 발휘하게 될까. 분명한 것은 '경력'보다 '능력'이 중요하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