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오달수와 이경영 등 충무로에 원조 '다작 요정'들이 있다면, 조우진은 최근 가장 주목받는 신흥 '다작 요정'이다. 웬만한 대형 영화에서 빠짐없이 조우진의 얼굴을 찾아볼 수 있다.
조우진은 올 연말 '강철비(양우석 감독)' '신과 함께- 죄와 벌(김용화 감독)' '1987(장준환 감독)'의 연말 대작 3파전의 주역이다. '강철비'와 '1987' 두 편에 모두 출연, 불과 2주 사이에 신작을 선보인다.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는 대작 라인업에서 한 자리 차지하며 존재감을 보여 준다.
14일 개봉하는 '강철비'에서 그는 생애 첫 액션 연기에 도전한다. 주인공 정우성과 맞서는 북한 정예 요원이다. 북한 군인인 정우성과 거친 격투에도 지지 않는 인물. 강인하다 못해 치명상에도 죽지 않고 살아 돌아와 터미네이터를 연상케 한다. 대사는 몇 마디 없지만 표정과 행동이 주는 임팩트가 상당하다. 악역 가운데선 가장 비중이 크다.
27일 개봉 예정인 '1987'에서는 '강철비'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 준다. 실존 인물이기도 한 박종철 열사의 삼촌으로 등장해 관객들의 마음을 울린다. '강철비'에선 검은 슈트를 입고 등장했던 그가 햇빛에 그을린 검은 얼굴과 낡은 점퍼 차림으로 나와 180도 다른 인물을 그린다. 조우진은 김윤석·하정우·유해진·김태리 등 쟁쟁한 출연 배우들 사이에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이 밖에도 올해 '더 킹' '보안관' '리얼' '브이아이피' '남한산성' '부라더' '원라인' 등에 출연했다. '강철비'와 '1987'을 더하면 모두 9편. 안 나오는 영화가 없다는 이경영이 올해 11편의 영화를 극장에 내걸었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겨우 2편 차다. 올해 3편의 영화에 출연한 오달수는 이미 뛰어넘었다. '국가부도의 날' '창궐' '돈' '마약왕' 등의 작품은 촬영을 이미 완료했거나 진행 중으로, 조우진은 2018년에도 '다작 요정'의 타이틀을 놓치지 않을 전망이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내부자들'의 "여! 썰고"로만 기억되던 그가 이젠 톱 배우 정우성의 상대역을 맡았다. 게다가 이젠 굳이 오디션을 보지 않아도 그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조우진 측 관계자는 "'내부자들'을 기점으로 오디션을 보지 않고도 출연 제의가 들어온다. 시나리오를 많이 건네받는 것이라기보다는, 조우진에게 잘 어울리는 배역을 제안받는 것 같다"고 전했다.
조우진이 여타 신스틸러들과 다른 점은 영역의 한계가 없다는 것이다. 장르와 캐릭터를 가리지 않는다. 어떤 옷을 입든 비교적 잘 어우러진다. 이는 그가 이처럼 많은 영화에 출연할 수 있는 이유기도 하다. 관계자는 "오랜 기간 무명 생활을 하다 보니 다양한 작품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났다. 악역이든 선한 역이든, 코미디든 액션이든 두루두루 도전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그의 다작 행보가 자칫 이미지 소비로만 끝나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관계자는 "아직은 연기 내공과 관객의 신뢰를 쌓아 가는 단계다. 무리해서 여러 작품을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한 작품 한 작품 최선을 다해 임하고 있다. 다양한 장르와 여러 가지 배역에 도전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