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쇼박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장악한 극장가에서 한국 정통 멜로가 조용하지만 분명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압도적 스케일의 대작 사이에서 출발한 영화 ‘만약에 우리’가 입소문을 타며 흥행 상승 곡선을 그려내고 있다.
14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만약에 우리’는 누적 관객 수 115만 4849명을 기록했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이후 13일 만에 손익분기점인 110만 명을 넘기며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흥행 추이는 뚜렷한 상승세다. 개봉 특수가 반영된 1월 1일 공휴일에 10만 명을 동원했고, 첫 주말인 지난 3일 10만 명, 4일 9만 8000명을 기록했다. 이후 하락세를 보일 것이란 예상과 달리, 2주 차 주말에는 양일 모두 13만 명을 넘기며 관객 수가 오히려 증가했다. 입소문 효과가 본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결국 지난 9~11일 주말 동안 약 34만 명이 ‘만약에 우리’를 선택해 ‘아바타: 불과 재’(이하 ‘아바타3’)를 제치고 국내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른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로써 ‘만약에 우리’는 2022년 개봉한 헤어질 결심(최종 관객 수 191만 216명) 이후 멜로 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경신했다.
사진제공=쇼박스 흥행 요인으로는 먼저 ‘아바타3’라는 블록버스터와는 정반대의 결을 택한 전략이 꼽힌다. 화려한 CG와 스케일을 앞세운 SF 대작인 ‘아바타3’와 달리, ‘만약에 우리’는 잔잔하고 절제된 감정선을 중심에 둔 이야기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연말을 마무리하고 새해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조용히 감정에 몰입할 수 있는 작품을 찾는 관객들의 수요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관객 구성에서도 차이가 뚜렷하다. CGV 홈페이지 연령별 예매 분포에 따르면 ‘아바타: 불과 재’는 전 세대가 고르게 찾는 반면, ‘만약에 우리’는 20대 관객 비중이 47%로 압도적으로 높다.
사진제공=쇼박스 영화는 은호(구교환)와 정원(문가영)이 각자의 삶을 살아가다 우연한 만남으로 사랑에 빠지고, 취업과 일에 치이며 점차 지쳐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따라간다. 이후 30대에 접어든 두 사람이 재회해 지난 감정을 되짚는 구조를 통해, 한 시절의 사랑이 남긴 감정의 잔상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이는 설렘과 불안, 좌절이 교차하는 보편적인 20대 연애의 정서를 정확히 건드린다는 평가다.
특히 입소문에 민감한 연령대이자 취업과 경제적 현실 속에서 갈등을 겪는 20대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우며 강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거창한 사건 대신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연애와 이별의 과정을 담아내며, 관객 각자의 경험을 자연스럽게 불러낸다는 점에서 입소문의 힘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사진제공=쇼박스 관람 만족도 역시 높다. 14일 기준 CGV 에그지수는 97%를 기록 중이다. SNS에는 “여운이 많이 남는 영화다”, “영화를 보고 많이 울었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과몰입하게 된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배급사 쇼박스 관계자는 “원작의 힘에 더해 김도영 감독의 연출이 한국적인 감성으로 잘 전달됐고, 배우들의 현실감 있는 연기 역시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지점으로 작용했다”며 “작품 자체의 완성도가 입소문으로 이어지며 흥행 상승세를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