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오후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제38회 청룡영화상이 열렸다. 평소 생각지도 못했던 파격적인 수상의 주인공이 탄생했던 청룡영화상이 올해엔 또 어떤 파격을 보여줄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러나 올해 이변은 없었다.
최우수 작품상과 남녀주연상 모두 예측 가능한 작품과 수상자가 나왔다. 올해 첫 1000만 영화인 '택시운전사'가 최우수 작품상을, 주연배우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받아간 것. 송강호는 앞서 부일영화상과 더 서울어워즈에서도 남우주연상을 탔다. 더 서울어워즈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는 나문희도 여우주연상을 또 다시 거머쥐었다.
여우조연상의 김소진, 여우신인상의 최희서, 남우신인상의 도경수 등도 타 시상식에서 동일 작품으로 상을 수상했거나, 자주 트로피를 거머쥔 얼굴들이다.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범죄도시' 진선규 정도가 새로운 얼굴인데, '범죄도시'가 올해 한국영화 관객수 5위의 대박 흥행작임을 감안하면 그리 놀라운 수상 결과는 아니다.
앞서 청룡영화상은 흥행과는 거리가 먼 다양성 영화에 주목하며 파격적이고 신선한 수상 결과를 내놓곤 했다. '한공주'의 천우희가 처음 주목받은 곳도 청룡영화상이며,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이정현에게 여우주연상을 주며 화제를 모은 적도 있다. 지난해에는 국내 영화상 중 최초로 외국인(쿠니무라 준)에게 남우조연상을 시상했다.
그러나 올해 청룡영화상에서 파격적이고 신선한 결과를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대체로 받을 만한 배우가,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 트로피를 받아갔다. 특정 작품에 편중된 수상 결과도 없었다. 물론 이는 부정적 결과는 아니다. 모두가 납득할 만한 결과가 나왔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