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랑]호가 송파로 똑같은 이재연 회장과 임창봉씨가 일궈 낸 베어트리파크와 장태산자연휴양림
등록2017.11.16 07:00
여기 두 사람이 있다. 이재연(86) 회장과 지난 2002년 작고한 임창봉씨다. 일면식도 없지만 두 사람은 너무나 닮았다. 우선 나무를 너무 사랑했다. 이재연 회장은 세종특별자치시에 있는 수목원 베어트리파크를 만들었다. 고 임창봉씨도 대전 시민의 휴식처인 장태산자연휴양림을 일궜다. 두 사람은 사업으로 번 돈을 수목원을 만드는 데 모두 쏟아부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호가 똑같다. 송파. 이 회장은 '소나무가 물결친다'는 뜻의 송파(松波)고 임창봉씨는 '소나무 고개'라는 뜻의 송파(松坡)다. 한자는 다를지언정 아마도 두 사람은 자신이 가꾼 땅에 나무가 가득한 모습을 떠올리면서 호를 지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두 사람의 노력이 이제는 수많은 사람들의 힐링 공간이 됐다.
이재연 회장의 50년 정성이 담긴 베어트리파크
세종시에 있는 베어트리파크는 이름 그대로 베어(곰)와 트리(나무)가 있는 파크(공원)다. 이 회장이 50년 가까이 정성을 쏟아부어 만들었다. 수많은 향나무와 벚나무 등은 말할 것도 없고 풀 한 포기, 돌멩이 하나에도 이 회장의 손길이 닿아 있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베어트리파크는 2009년 5월 문을 열었다. 10만여 평 대지에 1000여 종, 40만여 점에 이르는 꽃과 나무, 동물들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베어트리파크는 여느 수목원과 달리 '동물이 있는 수목원'으로 불린다. 160여 마리의 반달곰이 재롱을 부리는 '반달곰 동산'과 꽃사슴을 만날 수 있는 '꽃사슴동산', 토끼·기니피그·원앙·공작새·앵무새 등을 모아 놓은 '애완동물원'이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1000여 마리의 비단잉어가 유유히 노니는 오색연못도 있다. 유치원 어린이들이 많이 찾는 이유다.
유명한 조각상도 한 개 있다. '신의 손'으로 불리는 현대조각의 아버지 로댕의 작품인 '생각하는 사람'이다. 단순한 복제품이 아니다. 로댕은 살아생전 25점의 '생각하는 사람'을 만들었다. 그중 15번째 작품이 바로 베어트리파크에 있다. 찌푸린 인상과 온몸의 근육이 생생한 '생각하는 사람'을 보고 있노라면 시인 단테의 고뇌가 그대로 느껴지는 듯하다.
날씨가 추워지면 만경비원을 추천한다. 가장 유명한 온실인데 '만가지 경치가 숨어 있는 비밀스러운 정원'이라는 뜻에서 알 수 있듯이 1500㎡나 되는 온실 곳곳에 비경이 숨어 있다. 하얀 꽃을 피운 에리카, 작은 붉은 열매를 품고 있는 피라칸사스, 노란색의 폰데로사 레몬, 일생 한 번만 꽃을 피운다는 아나나스 등 300여 종의 열대식물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 이용정보= 베어트리파크는 서울시청에서 차로 2시간쯤 걸린다. 연중 무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어른 1만3000원, 어린이 8000원. 044-866-7766. 베어트리파크 인근에는 정부세종청사와 중앙호수공원 등이 있다.
고 임창봉씨의 집념으로 만든 장태산자연휴양림
'나는 남은 여생을 나무를 심고 가꾸며 진실하고 정직하게 자연의 섭리를 배우며 살아가겠다.'
고 임창봉씨가 1972년 건설업을 접고 산에 들어와 장태산자연휴양림을 일구기 시작했을 때, 집 거실에 걸어 놓은 마음가짐이라고 한다.
그때부터 임창봉씨는 장태산 26만여 평에 낙엽송 9만 그루와 밤·잣·오동나무 등 모두 13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40여 년이 지난 지금 장태산자연휴양림은 우리나라 최고의 메타세쿼이아숲이 됐다. 현재 남은 메타세쿼이아는 6240여 그루밖에 되지 않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전남 담양이나 청남대 등보다도 몇 배나 많다.
고인이 2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정성을 들여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휴양림을 만들었지만 1997년 IMF의 파고를 넘지 못했다. 결국 휴양림은 2002년 대전시로 넘어가 오늘에 이르고 있다.
6000그루가 넘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쭉쭉 뻗은 메타세쿼이아는 말 그대로 장관이다. 붉은 단풍만 예쁜 것이 아니라 황금색의 메타세쿼이아가 만들어 내는 풍경도 아름답다. 바람과 함께 비가 내리듯 낙엽이 떨어질 때면 추색이 완연한 가을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키가 20m는 훌쩍 넘을 듯한 메타세쿼이아숲을 보려면 '숲속어드벤처'와 '스카이웨이'를 올라가야 한다. 관리사무소 옆에 있는 숲속어드벤처 길로 들어가 나무데크를 따라 걸으면 스카이타워까지 갈 수 있다.
'스카이웨이'는 메타세쿼이아숲 사이에 만들어 놓은 나무데크 하늘길이다. 높이 10~16m, 폭 1.8m, 길이 196m의 스카이웨이를 따라 걸으면 늦가을로 빨려 들어가는 듯하다. 스카이웨이 끄트머리에는 '스카이타워'가 있다. 높이만 27m에 이른다. 타워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면 황금빛 메타세쿼이아숲과 스카이웨이, 사람들의 모습이 한 장의 풍경화 같다.
진수남 한국관광공사 대전충남지사장은 "대전은 전국 어디에서도 접근이 용이하다"면서 "장태산자연휴양림은 삶을 재충전하는 힐링 여행의 명소”라고 말했다.
◇이용 정보=베어트리파크에서 장태산자연휴양림까지는 차로 1시간 반쯤 걸린다. 대전시에서 운영하기에 입장료는 없다. 스카이타워도 공짜다. 대전 원도심에 가면 80년이 넘는 충남도청을 새롭게 꾸민 대전근현대사 전시관, 자신의 성씨의 유례를 알 수 있는 뿌리공원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