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20일에 개봉하는 '신과함께'는 롯데엔터테인먼트가 겨울 대목 텐트폴(한 제작사 라인업 중 성공 확률이 높아 다른 작품 손실을 메우는 역할) 영화로 내세운 작품이다. 400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1편과 2편을 동시 제작했다. 마블 히어로 무비에서나 볼 법한 스케일과 CG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 편당 손익분기점만 약 600만 명. 큰 기대만큼 우려도 크다. '무조건 1000만'을 외치기엔 상당한 위험 요소를 안고 있다.
이 영화는 화려한 캐스팅으로 일단 시선을 모은다. 멀티 캐스팅의 '끝판왕' 수준이다. 1편에선 하정우·차태현·주지훈·김향기 등이 주연을 맡았다. 이정재·김해숙·김수안·이경영·김하늘·오달수 등이 특별 출연한다. '신과함께' 한 편만 보면 충무로 대표 선수들의 반 이상은 한꺼번에 구경하는 셈이다.
또한 한국 영화 기술의 발전이 '신과함께'에 담겼다. 김용화 감독이 이끄는 덱스터스튜디오는 CG로는 국내 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술이 집약된 작품이 바로 '신과함께'인 것. 앞서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안 필름 마켓에서 12분 분량의 하이라이트 영상이 공개돼 해외 103개국에 선판매됐다. 태국 배급사 관계자는 "독특한 이야기와 훌륭한 특수 효과가 눈에 띄는 작품"이라며 '신과함께'의 CG를 호평했다.
최근 할리우드 진출을 타진 중인 김용화 감독의 연출력도 기대 포인트다. 김 감독은 마블 코믹스 명예회장이자 영화제작사 파우엔터테인먼트 회장인 스탠 리와 손잡고 히어로 무비 '프로디걸'을 연출한다. '신과함께'는 그의 본격적인 할리우드 진출 전 보여 줄 역사적 첫 발걸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1000만 관객을 장담할 순 없다. 원작인 동명의 웹툰이 많은 팬을 보유한 히트작이기 때문이다. 원작을 어떻게 각색했는지, 원작의 판타지를 얼마큼 리얼하게 구현했는지를 지켜보는 눈이 많다. 원작의 진기한 캐릭터가 없어진 점을 비롯해 벌써부터 영화판 '신과함께'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대형 블록버스터의 화려함에 가려 원작의 감동이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들도 여럿이다. 김용화 감독은 자신도 원작의 팬임을 강조하면서 "원작의 감정이 극대화됐다. 원작을 사랑하는 나로서도 원작팬과 원작을 접하지 않은 관객 모두 만족시켜야 하는 것이 숙명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강림 역의 하정우도 의외의 걱정거리다. 하정우는 동시기 개봉하는 영화 '1987(장준환 감독)'에서도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1987'은 메이저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의 텐트폴 영화다. '신과함께'와 정면 대결한다. '하정우 대 하정우'의 구도다. 두 영화의 분위기와 하정우가 맡은 캐릭터의 성격이 정반대인 터라 자칫 관객들의 몰입을 방해할 수도 있다.
사실 가장 큰 위험 요소는 CG다. '신과함께'의 최고 장점이 될 수도, 최고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영화의 성패가 CG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여전히 후반 작업 중으로 아직 장담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어색한 CG로 어설픈 영화가 나온다면, 김용화 감독의 전작 '미스터 고'의 흥행 참패가 반복될 수도 있다. 하정우는 "이 영화에는 CG와 같은 기술적 성과, 판타지에 대한 배경도 있다. 그러나 이것들이 드라마를 앞서지 않아 더 좋은 영화다"며 "판타지에 대해 여러 말들을 하는 걸 접했다. 영화를 보면 다를 것이다"며 자신감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