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매치에서 기나긴 부진의 늪에 빠져있는 '손세이셔널' 손흥민(25·토트넘)의 활용법은 여전히 '신태용호'의 화두다. 오는 10일과 14일 각각 열리는 콜롬비아-세르비아와 평가전을 앞두고 6일 수원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에서 소집 후 첫 훈련을 가진 신태용(47)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역시 손흥민을 보다 공격적으로 활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신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이날 소집 명단 23명 중 먼저 합류한 21명과 함께 첫 훈련에 돌입했다. 새로 부임한 대표팀의 두 외국인 코치가 지켜보는 가운데 조깅을 시작으로 훈련에 돌입한 선수들은 최근 대표팀을 둘러싼 무거운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훈련 시간 내내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은 남미, 그리고 유럽의 강호를 미리 경험해볼 수 있는 콜롬비아-세르비아전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전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1라운드 경기를 소화하고 곧장 비행기에 몸을 실어 한국으로 날아온 두 명의 프리미어리거 기성용(28·스완지 시티)과 손흥민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선수단에 합류해 훈련에도 참가했다. 특히 손흥민은 한국 시간으로 이날 새벽에 열린 크리스털 팰리스와 경기서 팀의 결승골을 터뜨리며 통산 20호골로 아시아 선수 EPL 최다골 기록을 경신하고 신태용호에 합류하게 됐다.
소속팀에선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손흥민이지만, 대표팀에 오는 마음은 편치 않다. 10월 유럽 원정 마지막 경기였던 모로코와 경기서 페널티킥으로 득점을 올리기 전까지 약 1년 여의 긴 시간 동안 A매치 무득점으로 부진했기 때문이다. 모로코전 득점으로 무득점 침묵은 끊어냈지만 여전히 '대표팀의 손흥민'은 썩 만족스럽지 않다.
'에이스'로 불리는 만큼 경기에서 득점이 없다는 사실은 손흥민 스스로에게도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었다. 훈련 전 취재진과 만난 손흥민이 "누구보다 잘해야한다는 사실을 나도 잘 알고 있다"고 말문을 연 이유다.
손흥민은 "대표팀은 무거운 마음으로 오게 된다. 올 때마다 생각하는 건 똑같다. 지난 번 경기보다 잘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온다"며 "이번에는 소속팀에서 좋은 결과를 내고 온 만큼 대표팀에서도 이 분위기를 이어가고자 한다"고 다짐했다. 이어 "골을 넣으면 당연히 좋고, 넣으려고 노력도 하는데 쉽지만은 않다"고 답답함을 토로한 손흥민은 "경기장 들어가면 항상 최선을 다하지만 최선으로는 부족하다. 축구는 결과다. 그리고 나는 결과를 내야하는 역할 맡고 있고 더 잘해야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며 에이스로서 느끼는 책임감을 전했다.
손흥민의 활용법을 고심해야 하는 신 감독에게도 그의 부진은 고민거리다. 그러나 최근 토트넘에서 손흥민이 보여준 활약이 신 감독의 '손흥민 활용법'에도 도움이 됐다. 신 감독은 "토트넘에서 투톱으로 뛰는 걸 보면서 힌트가 많이 됐다. 지난 기자회견에서도 말했듯이 손흥민에게 공격적인 역할을 주문할 예정"이라며 "사이드보다 투톱 또는 공간으로 빠져들어가는 움직임을 주문할 예정"이라고 이번 2연전에서 그가 맡게 될 역할을 귀띔했다.
콜롬비아-세르비아라는 강팀과 실전 못지않은 평가전을 치르게 된 손흥민도 의욕이 넘쳤다. 마침 골맛까지 보고 온 만큼, 그동안 A매치에서 이어져 온 부진을 털어낼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다. 손흥민은 "골을 넣어서 자신감을 채운 부분은 도움이 될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선수들도 자신감을 찾는 것이 중요하고, 내가 경기장 안에서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려고 노력하겠다. 더 분석해서 좋은 모습 보이겠다"고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