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아섭은 지난 26일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신분조회 요청을 받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8일 '해당 선수는 롯데 자이언츠 구단 소속 선수다'고 통보한 뒤 보도자료를 통해 매체에도 알렸다.
신분조회는 구단이 상대 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의 영입을 고려할 때 가장 먼저 시행하는 절차다. 한·미 선수계약협정에 의거한다. 구단은 미공개다. 선수가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는 시기를 몰라서 요청하는 게 아니다. 메이저리그 각 구단은 해외 곳곳에 스카우트를 파견해 정보를 파악한다. 절차에 돌입했다는 자체가 협상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지난해 11월에도 양현종, 김광현, 차우찬, 우규민, 최형우, 황재균에게 신분조회 요청이 들어왔다. 그 가운데 황재균은 샌프란시스코와 계약 했다. 잔류를 선택한 우규민과 차우찬도 영입 제안을 받았다.
손아섭은 FA '최대어'로 꼽힌다. 현역 선수 통산 타율 2위(0.325)에 올라 있는 선수다. 매년 꾸준한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근성도 남다르고 욕심도 많다. 그래서 미래 가치가 더 높게 평가된다.
메이저리그 구단까지 영입전 가세했다. 손아섭은 이전부터 메이저리그 도전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2015년엔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진출을 타진하기도 했다. 조건은 더 좋아졌다. 선택지가 늘어났다. 고민도 길어질 밖에 없다. 지난해는 황재균의 행보가 스토브리그를 달궜다. 올해는 손아섭이 바통을 이어 받았다.
손아섭은 조심스럽다.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시리즈가 한창이다. 이 기간 동안 내 거취 문제가 주목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아직 FA 자격이 공시된 것도 아니고, 메이저리그 구단에 구체적인 얘기를 들은 것도 없다. 지금은 어떤 말도 조심스럽다"며 설레발을 경계했다. 신분조회 요청을 받은 것만으로 관심이 커졌다. '협상 카드'로 쓰려한다는 억측도 나왔다. 손아섭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생각이 많다. NC와의 준플레이오프가 끝난 뒤 2주가 지났다. 그 어느해보다 심란한 휴식기를 보내고 있다. 손아섭은 "갈림길에 있다. 하루에도 몇 번 씩 변하고 있다. 지금은 내 마음을 확인하는 단계에 있다"고 전했다. 최근엔 미국 무대 도전을 접고 돌아온 황재균을 만나서 얘기를 나눴다. 명과 암을 모두 들었다고. 물론 조언은 참고할 뿐이다. 손아섭은 "어디까지나 선택은 내 몫이다. 책임도 마찬가지. 신중하고 선택하고 결정되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