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54회 대종상영화제 시상식의 부제는 '리부트'였다. 지난해의 파행을 극복하고 다시 전성기를 되찾아보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그러나 극복은 쉽지 않았다. 여전히 대다수의 후보와 수상자들이 대종상을 외면했다.
지난해보다는 나아진 모습. 남녀주연상 후보 중 이병헌만이 유일하게 참석했던 지난해 대종상과는 달리 남자주연상의 경우 많은 배우들이 참석했다. 송강호, 설경구, 조인성 등이 자리를 지켰고, 시상을 위해 이병헌과 손예진이 대종상을 찾았다. 여우주연상 후보의 경우 최희서만이 유일하게 참석했다.
주최 측도 달라지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 듯 보였다. 앞서 대종상영화제 조직위원회 측이 "더욱 더 투명하고 풍성한 대종상영화제를 만들 수 있는 초석이 마련되어 앞으로 변화될 대종상영화제를 기대해달라"고 밝힌 바 있다. 상이 주어질 때마다 심사위원의 이름을 밝힌 투표지를 공개하는 광경이 이러한 노력의 반영이었다.
그러나 한 해 만에 되살아날 수는 없었다. 지난해 대리수상의 아이콘이 돼 버린 신현준은 올해에도 두 번이나 무대에 올라 뜬금없이 트로피를 안았다. 그럴 때마다 신현준은 무안해진 표정으로 "트로피를 꼭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제작자를 비롯한 스태프들의 출석률이 현저히 낮았다. 덕분에 같은 제작PD가 여러 번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오르기도 하고, 별다른 수상 소감 없이 김 빠진 시상이 이어졌다.
가장 문제는 수상 결과를 미리 알려준 것과 같은 모습이 연출됐다는 것. 시상식의 결과는 그 자리에서 발표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배우 김소진과 '가려진 시간' 엄태화 감독 등이 영상으로 수상 소감을 전했다. 만약 수상 결과를 미리 알려준 것이라면, 대종상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
이날 대리수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신현준은 "대종상 영화제가 올해 54회다. 많은 선배님들이, 많은 영화인들이, 많은 한국 영화를 사랑해 주시는 관객분들이 만들어주신 영화제다"면서 "우리 영화제를 우리 스스로 지켰으면 좋겠다. 내년이 55회인데 많은 분들이 참여하는 영화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과연 2018년 대종상은 그의 말처럼 많은 주인공이 참여하는 영화제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