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라고만 여겼지만 실제로도 욕심이 없었다. 자그마한 것에 만족을 느끼고 있다. 수입도 작년에 버는 만큼만 벌자는 주의다. 그래서일까. 그는 KBS2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에서 2003년부터 14년째 구설수 없이 근속 근무 중이다. 공무원이나 다름없다. 그는 "버라이어티 나간다고 다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회사에서 버라이어티를 하려면 '개콘'을 버려야한다고 하더라. 모험을 하기 싫었다. '개콘'을 직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명훈이 기획한 '명훈아 명훈아 명훈아'라는 코너는 3개월 째 '개콘'에서 가장 인기있는 코너로 꼽힌다. 오나미·김민경·이현정와 펼치는 말장난이 이 코너의 매력이다. 사석에서도 말장난을 잘하는 정명훈의 장기가 여실히 드러났다. "개인기가 있다거나 연기를 뛰어나게 잘하는 게 아니라 평소에 하던 걸 개그에 옮겼다"고 밝혔다.
정명훈은 김준호·김대희 등이 '개콘'을 다시 찾기 전까지 서열 1위였다. 그들이 들어오면서 서열 1위를 뺏겼다. 그러나 불만은 전혀없었다. "'개콘'에 서열이 없어졌어요. 형들도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다만 김대희 형이 내가 사놓은 의자를 점령해서 앉을 때 불편하다"며 웃음을 보였다.
- 2001년 데뷔인데 2003년부터 '개콘'에 들어왔다.
"2년 동안 '시사 터치 코미디 파일'에 출연했다. 그때 '개콘'은 재밌는 코너가 없으면 못 오게 했다. 그래도 그때는 선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았다. 당시 '개콘' 멤버가 두터워서 신인들도 멤버가 아닌 외부 인력으로 받았다. 2003년에 들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신현섭 형·준호 형 등이 SBS '웃찾사'로 옮겨가 공백이 생겨서 들어갔다. 그때 일주일 안에 프로그램을 짜서 나갔던 기억이 있다."
- 정극에도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정극보다 어린이 드라마가 좋다. '내일은 실험왕'을 해보니까 재밌더라. 정극 대본 리딩하는 게 무섭더라. 어린이 드라마는 감독님들도 안 무섭다. 하고 싶은 거라도 무서우면 불행할 것 같다."
- 욕심이 진짜 없다.
"먹고 사는 것도 이정도가 좋다. 의외로 많이 번다. 이렇게 벌어도 되나 싶다. 올해 이만큼 벌었으면 내년에도 똑같이 벌거나 더 벌어야 만족하지 않나. 이런 갭이 크지 않았으면 좋겠다. 항상 꾸준하게 벌고 싶다. 그리고 스트레스도 안 받는 성격이다. 아버지가 욕심이 없고 긍정적이다. 어릴 때부터 그런 영향을 많이 받았다"
- 개그맨은 어떻게 됐나.
"중학교 때부터 재밌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냥 거기서 끝이었는데 20살 대학 여름방학 때 친구들이 친척네 집에 가고 없어서 심심했다. 그때 개그맨 모집 광고를 봤다. 개그가 뭔지도 모르면서 정신 나간 것처럼 원서를 쓰고 있었고, 개그를 짜고 시험을 봤다. 이런 과정이 너무 좋았다. 시골에 사는 수줍음 많았던 내가 서울에 높은 건물이 있는 여의도, 그것도 방송국에 들어와 시험을 본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많은 사람들 앞에 떨지 않고 했다는 것에 대해 자신감도 생겼다. 그리고 군대를 갔는데 개그맨 시험을 봤다는 소문이 났다. 그때부터 부대에서 하는 콩트 행사를 내가 모두 맡았다. 대학가요제에 출전했다가 떨어진 고참이 있었는데, 그 분이 내가 제대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같이 개그맨 시험을 봤다. 그런데 나만 덜컥 합격했다. 그분은 이듬해 MBC 개그맨으로 합격했다. 바로 추대엽이다. 같이 됏으면 더 좋았을텐데 아쉬웠다."
- 시험 볼 때 했던 개그는 어떤 내용이었나.
"달인 포맷이었다. 추대엽이 사회자 역할을 했고, 내가 웃기는 담당을 했다. '30년동안 불끄기' 정명훈 선생으로 나와 소화기 사용법을 설명했다. 지금 생각하면 이상한 걸 했다.(웃음)"
- '개콘'에서 지금의 역할을 만족하나.
"'개콘'에서 나도 모르게 내 캐릭터가 생긴 것 같아서 만족한다. '정명훈 밖에 못 해' 하면 기분이 좋다. 이런 캐릭터로 가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만들어져 있다. 사실 그 캐릭터가 잘 뭔지 모르겠다. 아마도 툭툭 던지는 느낌이 아닐까. 시청자들도 내가 말을 길게 안 해도 재밌어 하시더라."
- '개콘' 시청자들에게 당부할 말이 있다면.
"정명훈은 예전에 보던대로 보면 될 것 같다. 다만 '개콘'은 기존에 잘하던 분들이 들어와서 살려보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열린 마음으로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