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선선한 바람이 부는 9월이다. 하지만 MLB 순위 경쟁은 아직 뜨거운 여름이다. 현시점에선 순위만큼이나 선수들 개인 성적도 주목을 받는다. 이제 시즌이 한 달 남짓 남은 가운데 각 팀에서는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이거나 반대로 기대치를 훨씬 밑돈 선수가 나오기 마련이다. 올 시즌 어떤 의미건 깜짝 성적을 보이는 선수를 꼽았다.
▶ 워스트5
◇ 댄스비 스완슨(애틀랜타·유격수) 2015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지명(애리조나)된 특급 유망주다. 지명되고 불과 반년 뒤 애리조나는 오른손 투수 셸비 밀러를 영입하기 위해 스완슨을 애틀랜타로 트레이드했다. 데릭 지터(전 뉴욕 양키스)를 연상시키는 인사이드 아웃 스윙과 탁월한 리더십으로 내셔널리그 신인왕 후보 0순위로 거론됐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부진이 계속되면서 마이너리그 강등까지 겪었다. 118경기에서 기록한 타격 성적이 타율 0.235·6홈런·43타점에 불과하다.
◇ 조나단 비야(밀워키·2루수) 2013년 리빌딩에 돌입한 휴스턴에서 유격수로 데뷔했다. 대형 유망주 카를로스 코레아에 밀려 자리를 잃고 2015년 11월 밀워키로 트레이드됐다. 이적 첫해였던 지난해 타율 0.285·19홈런·61타점·62도루로 공격 전 부문에서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기대를 모은 올 시즌에는 속된 말로 성적(타율 0.242·23도루)이 반 토막 났다. 지난해 겨울 구단에서 제안한 다년 계약을 거부해 줘서 밀워키 입장에선 고마움을 느낄지 모른다.
◇ 루그네드 오도어(텍사스·2루수) 2014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지난해 데뷔 첫 30홈런을 때려 냈다. 지난 3월 계약 기간 6년·총액 4950만 달러에 재계약하며 '선물'까지 받았다. 하지만 장기 계약 첫해에 돌아온 결과는 실망 그 자체다. 홈런은 27개로 지난해 페이스와 큰 차이가 없지만, 타율이 0.212로 시즌 내내 2할 초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년 2.0이던 WAR은 -0.7로 추락했다. 현재 상황에선 내년을 기약할 수밖에 없다.
◇ 크리스 틸맨(볼티모어·투수) 선발진이 약점으로 지적되는 볼티모어의 에이스다. 기대가 높았다. 지난해 16승6패 평균자책점 3.77을 기록하며 로테이션의 중심을 잡아 줬다. 케빈 가즈먼과 딜런 번디 등 젊은 선수들과 조화를 이루면서 팀을 포스트시즌에 이끌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어깨 부상이 겹치면서 시즌을 망쳤다. 19경기(선발 17경기)에서 거둔 1승7패 평균자책점 7.91의 성적은 실망을 넘어선 재앙이다. 서글픈 한 해다.
◇ 미겔 카브레라(디트로이트·1루수) '타격의 신'으로 추앙되던 카브레라는 2003년 데뷔 이후 악몽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기록이 이를 말해 준다. 116경기에 출장해 거둔 타율 0.248·14홈런·57타점의 성적은 메이저리그 평균 정도 수준이다. 불안 요소는 내년에 35세가 되는데 계약은 아직 2023년까지 6년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과연 카브레라가 추락의 시작점에 서 있는지, 부활을 할지는 내년 성적에 달려 있다.
▶ 베스트5
◇ 타미 팸(세인트루이스·유틸리티) 지난 2년 동안에는 존재감이 미미했던 벤치 멤버였다. 하지만 주전들의 부상과 부진을 틈타 기회를 잡았고, 이젠 주축 멤버로 존재감을 보인다. 2014년 데뷔 뒤 가장 많은 104경기에 출전해 타율 0.311·19홈런·61타점·17도루를 기록 중이다. 여기에 준수한 수비 능력까지 더해져 8년간의 마이너리그 생활을 잊게 하고 있다. 신인 드래프트 16라운드에야 지명이 된 ‘흙수저’의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 저스틴 스모크(토론토·1루수)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텍사스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기회를 살리지 못해 2010년 트레이드로 시애틀 유니폼을 입었다. 계속된 부진 속에 2014년 10월에는 토론토로 또 한 번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기회의 문도 좁아지는 듯했다. 그러나 올 시즌 7년의 기다림이 결실을 보고 있다. 133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6·36홈런·84타점으로 공격 전 부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까지 한 시즌 최다 홈런이 20개(2013년)였다는 걸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변화다.
◇ 스쿠터 지넷(신시내티·유틸리티) 밀워키에서 뛴 4년(2013~2016년) 동안 426경기에 출전해 홈런 35개를 쳤다. 하지만 지난 3월 신시내티로 이적해 올 시즌 118경기에서 홈런 23개를 기록 중이다. 지난 6월 7일 세인트루이스전에선 메이저리그 역사상 17번째로 ‘1경기/4홈런’을 기록하며 야구 인생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타율 0.294·23홈런·82타점으로 신시내티 타선의 중심을 잡아 주고 있다. 지난 3월 밀워키에서 기회를 잃고 양도지명 됐던 선수라는 게 믿기지 않는 활약이다.
◇ 크리스 테일러(LA 다저스·유틸리티) LA 다저스에서 '제2의 저스틴 터너'로 주목받고 있다.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5라운드 지명을 받고 시애틀 유니폼을 입었다. 2014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4년 동안 타율 0.234에 그쳤다. 출루율(0.289)과 장타율(0.309)을 합한 OPS도 0.598에 그쳤다. 쓰임새가 애매한 유틸리티였지만 지난해 6월 다저스로 트레이드돼 기량을 만개했다. 올 시즌 116경기에 나와 타율 0.307·18홈런·65타점을 기록 중이다. 5개의 포지션을 무리 없이 소화하고 있다. 이젠 선발 라인업에서 테일러를 제외하기가 어렵다.
◇ 애론 저지(뉴욕 양키스·우익수) 후반기에 잠잠해지긴 했지만 올 시즌 신인 중 최고의 활약을 보이고 있다. 130경기에서 타율 0.276·37홈런·83타점으로 양키스 타선을 이끈다. 전반기에만 홈런 30개를 기록했고, 올스타전 홈런더비에선 압도적인 차이로 우승을 차지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홈런 비거리와 타구 스피드 모두 1위다. 후반기 슬럼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볼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