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상급 기사들이 총출동하는 2017년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삼성화재배) 본선이 5일부터 고양시 삼성화재 글로벌캠퍼스에서 열리는 32강전을 시작으로 4개월간의 열전에 돌입한다.
올해로 22회째를 맞은 삼성화재배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한국 바둑 기사들의 대회 정상 탈환 여부다. 한국 바둑은 최근 삼성화재배에서 크게 고전하고 있다. 2014년 12월 김지석 9단이 정상에 오른 뒤 이 대회 우승자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이번 대회 본선 참가국 중 가장 많은 기사 14명(중국 13명·일본 3명·대만 1명·폴란드 1명)을 출전시킨 만큼 반드시 3년 만에 우승을 되찾아오겠다는 각오다.
태극마크를 달고 대회에 나설 기사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한국은 대회 시드를 배정받은 박정환·이세돌·박영훈 9단과 신진서·안국현 8단이 버티는 가운데 통합예선을 통과한 서봉수·송태곤 9단, 박진솔·이동훈 8단, 안성준 7단, 한태희·변상일·신민준 6단, 김채영 3단 등이 가세했다.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에 특급 신예가 가세한 올스타급 라인업을 구축한 셈이다.
한국 기사 중 이번 대회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인물은 박정환 9단이다. 한국 랭킹 1위에 빛나는 박정환 9단은 최근 18연승을 달리며 몽백합배 준결승에 진출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국 기사들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디팬딩 챔피언' 커제 9단이 이끄는 중국이다. 지난해 결승 대국은 커제와 퉈지아시 9단, 2015년에는 커제와 스웨 9단이 맞붙는 등 최근 2년간 삼성화재배 결승은 중-중전으로 펼쳐졌다. 2015년과 2016년 연속으로 우승을 거머쥔 중국 최강자 커제 9단은 이번 대회에서 3연패에 도전한다.
커제 9단 외에도 주목해야 할 중국 기사는 많다. 대회 시드를 받은 퉈지아시·탕웨이싱·천야오예 9단, 판윈뤄 6단도 우승권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퉁멍청 6단, 구쯔하오·양딩신·천쯔젠·리웨이칭·리허 5단, 자오천위 4단, 쉐관화 3단이 예선을 통해 합류하면서 한국 기사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다크호스는 일본 바둑 1인자 이야마 유타 9단이다. 10년 만에 삼성화재배에 나서는 그는 한중 기사들 사이에서 호시탐탐 우승을 노리고 있다. 유타 9단 외에도 시드를 받은 야마시타 게이고 9단과 통합예선 시니어조를 통과한 고마쓰 히데키 9단도 본선에 올라 일본 바둑의 자존심을 세울 전망이다.
이번 대회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와일드카드로 첫 출전하는 대만의 '미녀 기사' 헤이자자 7단이다. 대만 기사가 이 대회 와일드카드로 뽑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호주인 아버지와 대만 출신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헤이자자는 여성 바둑계 강자로 군림해 왔다. 2008년 중국에서 프로에 입단한 그는 이후 다양한 세계 기전에 출전하며 실력을 키워 왔다. 지난 6월 중국에서 열린 인간과 인공지능의 페어 바둑 대회에서는 한국의 이창호 9단팀을 꺾고 우승하는 파란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실력뿐 아니라 아이돌 가수 뺨치는 외모까지 갖춰 바둑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실제로 헤이자자는 프로 기사는 물론 광고·뮤직비디오 출연 그리고 프로야구 시구 등에 모습을 드러내는 등 연예계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7일까지 32강전으로 치러지는 삼성화재배는 오는 25~26일 대전 삼성화재 유성캠퍼스에서 16강전과 8강전을 펼친다. 준결승 3번기는 오는 11월 6∼8일, 우승 상금 3억원을 걸고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결승 3번기는 12월 5∼7일로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