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도 희망하는 언론개혁이다. 직접적인 도움은 줄 수 없어도 아낌없는 지지와 응원은 끊이지 않고 있다.
MBC 노조가 9월 4일 총파업에 돌입하는 가운데, 영화계에서는 영화 '공범자들(최승호 감독)'에 힘을 실어 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범자들'은 KBS·MBC 등 공영방송을 망친 주범들과 그들과 손잡은 공범자들이 지난 10년간 어떻게 우리를 속여왔는지 그 실체를 생생하게 다룬 작품이다.
지난 17일 개봉한 '공범자들'은 영화계는 물론 방송가에서도 총파업과 언론개혁이라는 빅픽처에 앞서 공개된 '티저 예고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10년의 과거를 재정리한 '공범자들'을 시작으로 언론개혁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
팩트를 기반으로 진정성 넘치는 영화의 힘은 관객과의 소통 성공으로 이어졌다. 29일까지 누적관객수 16만4656명을 기록한 '공범자들'은 곧 20만 명 돌파에 성공할 것으로전망된다. 관객들이 원하니 관이 열렸고, 관이 열리니 관객들이 찾아든다. 선(善)순환 구조다.
MBC 내부 인력들이 결방을 단행하면서 총파업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밝히면서 '공범자들'에 대한 관심도 동시에 높아졌다. 평균적으로 박스오피스 8위에 머물렀던 '공범자들'은 28일 7위로 올라서더니 29일에는 하루만에 역주행에 또 성공, 6위에 올라 놀라움을 자아냈다.
상영관 역시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대형 멀티플렉스는 물론, 지방 중·소 영화관까지 '공범자들' 상영에 굉장히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배급사 측 관계자는 "현재 약 450개 관에서 상영 중인 '공범자들'의 상영관이 500개를 넘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극장 반응이 좋다. 모두 관객들 덕분이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서울 시내에 위치한 대형 극장 지점장은 "여름시장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대작·소작 할 것 없이 관객 동원력이 평준화 됐다. 물론 수익 때문에 상업영화를 전면 배치하고 있기는 하지만 '공범자들'을 찾는 관객들도 예상외로 많아 ('공범자들' 편성이) 수익 면에서 나쁘지 않다. 최대한 좋은 시간에 배치하려 노력 중이다"고 밝혔다.
수도권 지역 극장 관계자 역시 "왜 이 영화관에서는 '공범자들'을 상영하지 않냐, 왜 이 시간대에만 상영하냐는 요청이 심심찮게 들어오고 있다. 파업 여파가 영향을 끼치는 것인지 개봉 첫 주보다 오히려 관심이 더 높다. 단체관람 문의도 많다"며 "반면 어디에서도 '상영하지 말라'는 압박은 받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고 귀띔했다.
실제 정치계·시민단체·학교·동아리 등 각계각층의 단체관람이 이어지고 있으며 극장들은 문을 활짝 열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이재정·남윤인선·표창원·정청래 의원·정의당 이정미 당대표·정혜연 당부대표 등 정치권 인사들은 물론 김범도·문지애·김정근 외 7명의 아나운서들도 단체관람을 진행했다. 팟캐스트 '김프로쇼'에서는 CGV 압구정·제주·메가박스 목동·은평 등 각 극장의 한 개 상영관을 매진시키는 등 N차 관람, 티켓 기부 운동을 펼치며 단체관람을 유도하고 있다. 언론개혁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 똘똘 뭉쳤다.
언론개혁의 직접적인 주도자 MBC와 KBS 측은 내부적으로 '공범자들' 시사회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것이 사실이지만 언론이 왜 무너졌는지, 누구의 입김이 있었는지 알기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과거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 작품' '슬픈만큼 힘이 솟는다' '숨죽여 우는 동료들이 많았다' '분노는 그 동안 할 만큼 했다. 냉철하게 현실을 바라보게 된다' 등 반응이 나왔다는 후문이다.
'노무현입니다' '공범자들' 등 올해 영화계는 다큐멘터리 영화의 성공이 눈에 띈다. 충무로 역시 다큐 장르에 주목하고 있다. 전문 영화인들은 '자백' 이어 '공범자들'이 나왔듯 '제2의 공범자들'이 나올 가능성도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장르불문 사회적으로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영화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는데도 동의를 표한다.
다큐 장르에 익숙한 한 감독은 "다큐멘터리는 상업영화, 독립영화와는 또 다른 결이 있다. 과거 이슈를 다시금 엮은 것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분명 알지 못했던 새로운 정보가 담겨있고 소장가치가 높다. 언론개혁에 성공한다면 또 하나의 영화적 소재가 탄생하는 것이다. 극영화화 시키는 것도 좋지만 왜곡없이 팩트 위주로 다루는 것을 전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관객들의 심판은 매섭다"고 분석했다.
평론가들은 "다큐멘터리의 영화화는 환영하지만 그래도 가장 좋은 것은 뉴스다운 뉴스를 실제 뉴스에서 보고싶다는 것이다. 뉴스로 내보내지 못해 영화로 우회하는 작품들도 많지 않냐'며 "언론개혁의 물꼬가 트이면 '변호인' 등 암암리에 상영이 금지됐던 영화들도 자유롭게 안방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언론개혁은 영화계와도 떼려야 뗄 수 없다"고 종합적 입장을 전했다.